창세기 나눔

우리의 이야기들을 담은 설화 - 창세 2, 5-25

마리아 아나빔 2010. 6. 17. 19:52

 

세 번째 나눔

 

도입기도: 이사 55, 10-11)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 내리는 눈이

하늘로 되돌아가지 아니하고 땅을 흠뼉 적시어

싹이 돋아 자라게 하며

씨뿌린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내주듯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그 받은 사명을 이루어

나의 뜻을 성취하지 아니하고는

그냥 나에게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인류의 기원에 대하여

천지창조의 장엄하고 거창한 서술(창세 1,1-2,4ㄱ) 이 끝난 수에 성서는 기원에 관한 두 번째의 설화를 제시한다. 이것은 야훼스트 전승으로 첫 째 설화에 못지않게 유명하고 잘 알려진 설화이다.

 

 우리의 이야기들을 담은 설화 - 창세 2, 5-25

   Text는 앞의 텍스트와 전혀 다른 분위기임를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이 텍스트는 야훼스트 전승의 저작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일정한 구도가 없이 자유분방하게 전개되고, 창조 작업이나 날짜를 조직적으로 배정한 흔적도 전혀 없고 표현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반면에 고유한 의미에서 ‘설화’ 생생하게 그림처럼 묘사하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또한 문체가 다를뿐더러 내용도 사뭇 다르다. 여기서는 땅과 사람에게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이 설화에서는 사람이 하느님의 첫 작품으로 나온다. 반면 창세 1, 26-28에서는 맨 마지막 작품으로 등장한다. 즉 여기서는 먼저 인간을 창조하신 후 이어 식물과 동물을 창조하신다. 반면 앞의 경우 하느님께서 다른 피조물들을 다 만드시고 사람을 창조하신다. 또한 여기서는 땅이 물 없는 ‘마른 땅’에서 시작하는데 비해서 창세 1,1 에서는 땅이 물에 에워싸이고 물에 잠겨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런 상반된 기록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위하시는 하느님을 소개하는 데는 둘이 일치하고 있다. 사제들의 기록에서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만드시기 전에 그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좋게 만드셨다고 되어있고, 야훼스트이 기록에서는 인간을 만드신 후 즉시 그에게 필요한 것을 속속 만들어 주셨다고 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두 기록 모두 인간과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전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제들의 기록에서는 ‘우리들의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라는 표현이 야훼스트의 기록에는 하느님 친히 손으로 진흙을 개어 사람의 외형을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넣으시어 살아 숨쉬도록 하셨다고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진화론에서는 인간은 유인원으로부터 나왔다고 하는데 이 창조설화에서는 보다 더 근본적으로 인간의 생물학적인 생명이 흙에서 곧 무생물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인간의 영적인 생명은 하느님의 입김, 그분의 생명을 받아 형성되었다고 적고 있다.

   이것은 창세기 저자가 전승이 다른 이 두 설화를 수집하여 한데 배치하면서 양자의 차이점을 분명하게 파악하였다. 그러나 두 설화를 나란히 배치하였다. 왜냐하면 둘 다 인간의 기원이나 하느님과의 관계를 다루는 중요한 가르침을 제공해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 둘을 나란히 배치한 것은 두 설화가 창조의 양상에 관한 서로 ‘상대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두 설화 어느 것도 거기 묘사된 외형적이고 시간적인 순서대로 창조사건이 일어났다고 가르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 따라서 이 두 설화 중에 어느 것이 이치에 맞는가 옳은가? 따위의 질문을 제기함은 애당초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창세기 저자가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교리교육의 테두리에서 본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인류의 기원에 관한 이 둘째 설화를 읽으면서 염두에 둘 것들

- 이 설화가 창세 3장과 더불어 단일한 설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며 따라서 창세 3장과 더불어 함께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 우리로부터 50만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들려주는 동화처럼 즉 단순한 민담이나 설화로 간주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문헌의 원초적인 자료가 민담이나 설화라 할지라도 거기엔 신앙을 선포하려는 위대한 신념이 담겨져 있다 특히 야훼스트는 하느님의 성실성을 강조 한다 이스라엘의 줄기찬 배반과 적대 민족의 파괴공작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성조들에게 약속하신 바를 확고하게 실현시키신다. 즉 이 장에서는 성서 저자가 인용한 상징적 언어를 통해서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이야기, 남녀 인간 누구나 껶는 이야기를 판독해야 한다. 저자는 자기 시대의 문화가 지니는 표현법과 영상들을 사용하여 그 이야기를 한 것이다.

 

- 둘째 설화는 인간과 한 쌍의 인류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하느님의 계획안에서 차지하는 상호적이고 인격적인 ‘가치’라는 관점에서 남자가 무엇이고 여자가 무엇이며 부부가 무엇인가를 표현하고자 한다. 즉 성서 저자는 그 기원을 이야기 하고 있다. 현대의 추상적인 언어를 쓰자면 ‘원초의 것이 사물을 구성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라는 원리에 입각해서 기술하는 것이다.

성서 저자는 인류의 기원에 관하여 자기 나름대로 서술하면서 사람이 어느 시대, 어느 땅, 어느 민족에 속하든 상관없이 관연 인간이 무엇인지, 인간 조건이 어떤 것인지를 해설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전제로 하고 텍스트에 접근해보기로 하자

표면상으로는 꾸밈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심원한 지혜가 담긴 일련의 장면들을 엮어서 저자는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마침기도: 시편 8

 

 

* 참고문헌: 하느님과 함께 걸으며, 정태현, 1990, p. 23-25.           

          구약성서입문, 안토니오 지를란다/성염, 바오로딸, 2001, p.145-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