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이란
1. 시편
시편은 하느님의 계시에 대한 인간의 응답기도 또는 찬미가라 할 수 있다. 사실상 시편들은 본질적으로 인간 실존의 매 상황 속에서 인간을 부르시는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응답인 기도이다. 이 응답은 상상이나 허구가 아닌 개인 또는 공동체의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곧 개개인의 시편은 인간이 체험한 하느님과 그분의 섭리에 대한 응답 기도이다. 인간의 기도, 곧 응답은 감사, 구원에 확신, 청원, 찬미, 노래 등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시편에는 하느님에 대한 인간의 체험과 응답뿐만 아니라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 알게 하는 계시가 내재되어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시편을 읽으면서 하느님을 체험하고, 당신을 계시하시는 하느님께 또는 인간을 위하여 섭리하시는 하느님께 어떻게 응답(기도)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이 살아왔고, 그들의 하느님과 세상 안에서의 그들의 고유한 상황에 대해서 깨달은 것들 중의 본질적인 것을 기도로 표현했다.
구약성경에서 ‘시편집’에만 이러한 형태의 기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책들에서도 시편과 유사한 형태의 기도를 찾아 볼 수 있다.
1) 산문 형태의 본문 안에 들어 있는 짧은 기도
초기 단계의 시도는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그 상황과 관련된 짧은 기도나 찬미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기도는 ‘일상의 삶’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일상의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표출되는 기도이다.
ex) 탈출기 18,10: 모세의 장인 이트로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시키기 위하여 하신 모든 일을 모세에게 듣고 “이집트인들의 손과 파라오의 손에 자네들을 구해 주신 주님, 이 백성을 이집트인들의 손 아래에서 빼내어 구해주신 주님께서는 찬미받으시리라!”는 찬미기도를 바친다.
판관기 15,18: 필리스티아인들과 싸움을 마친 삼손은 “당신께서는 당신 종의 손을 통하여 이 큰 승리를 베푸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목이 말라 죽어서, 저 할례 받지 않은 자들 손에 떨어져야 하겠습니까?”라고 기도한다.
2) 시편
두 번째 단계의 기도는 산문 중간에 위치하지 않고 ‘시편’이라는 하나의 문학 양식으로 자리 잡은 형태이다. 시편은 구체적인 일상의 삶보다는 특수한 여러 가지 상황, 감정 등을 시의 형태로 표현하는 기도이다.
150편의 시편 외에도 ‘시편’이라 불릴 수 있는 기도가 구약성경에 많이 있다(이사 12,1-6; 26,7-19; 38, 9-20; 하바 3, 1-19등). 이 단계에서는 ‘탄원’과 ‘찬미’ 형태의 기도가 반복된다. 이 기도는 하느님을 중심으로 한다.
ex) “일어나소서, 주님, 저를 구하소서, 저의 하느님.”(시편 3,8) 또는 “주 저희의 주님, 주님, 온 땅에 당신 이름, 이 얼마나 존엄하십니까!”(시편 8,2) 등이 있다.
3) 산문 형태의 본문 안에 들어 있는 긴 기도
마지막 단계의 기도는 열왕기 상권 8, 23-53, 에즈라기 9,6-15, 느헤미야기 9,5-37에서처럼 산문 형태의 본문 안에 여러 문자로 길게 전개되는 형태를 취한다. 여기서는 ‘탄원과 찬미’가 아니라 ‘요청과 감사’ 기도가 반복된다. 이 기도는 인간을 중심으로 한다.
ex) “저희의 하느님, 저희는 지금 당신을 찬송하고, 당신의 영화로운 이름을 찬양합니다.”(1역대 29,13)라는 식으로 전개된다.
‘탄원-찬미’를 중심으로 한 시편 형태와 ‘요청-감사’를 중심으로 한 긴 기도의 형태가 거의 비슷해 보이지만, 시편은 하느님께 무엇인가를 청하는 ‘탄원’속에 이미 그에 대한 ‘대답’이 내포되어 있다. 시편을 노해하는 사람들은 하느님께 이미 구원을 얻었다고 확신하거나 분명히 기도가 이루어지리라는 확신에 차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탄원-찬미’의 기도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본질적인 삶의 문제를 다루지만, ‘요청-감사’의 기도는 그렇지 않다.
2. 시편의 명칭
시편집은 히브리 경전 목록에서 성문서로 분류되며, ‘세페르 테힐림’(םילהת דפס: 찬미들의 책) 또는 ‘테힐림’((םילהת: 찬미들)이라고 불린다. ‘테힐림’은 여성 명사 ‘테힐라’(הלהת: 찬미)의 복수로서, 특별히 찬미가 또는 찬양시와 같은 시편 유형들을 지칭하는 전문 용어이다. 그래서 시편은 우리말로 ‘찬양가/ 찬미가/찬송가'가 되고 시편집은 ‘찬양가들의 책'이 된다. 따라서 시편은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이다.
칠십인역에서는 시편집을 ‘프살모이(ψαλμοί)’라고 불렀는데, 이 말은 ‘악기를 연주하면 부르는 노래’라는 뜻을 가진 명사 ‘프살모스((ψαλμος)’의 복수 형태이다. 이 단어는 본디 ‘현악기를 손으로 뜯다/치다'라는 말에서부터 시작하여 '음악 악기 하프의 소리'에 이어서 ‘하프 반주와 함께 불러진 노래'를 뜻하다가 결국 ‘시편'을 뜻하게 되었다.‘프살모스’는 히브리어 ‘미즈모르(דומןמ)’를 번역한 것이다. 칠십인역에서 시편집을 ‘프살모이’라고 부른 이유는75편의 히브리어 시편 머리말에 ‘미즈모르’라는 명칭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시편3,1;4,1‘5,1;6,1 등). 그 밖에도 ‘쉬르’( דישׁ: 노래: 시편 120-134), ‘테필라’(הלפת: 기도: 시편 72, 20)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다.
히브리어 테힐림은 시편의 전체 내용을 잘 반영하는 반면, 그리스어 프살모이는 시편집의 주된 양식을 잘 나타낸다. 우리말 성경은 ‘시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그보다는 ‘시편집’(프살테온:psalterium)이라 부르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이 단어는 본디 ‘현악기 하프' 를 뜻하다가 구약성서의 시편집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 책에 실린 150편 하나하나를 가리킬 때 시편, 150편 전체를 가리킬 때는 시편집이라고 부름으로써 명칭 때문에 야기되는 혼란을 피할 수 있다.
※ 참고문헌: 시서와 지혜서, 김정훈, 바오로딸, 2007, P.81-83.
구약성서의 길잡이, E. 샤르팡티/ 안병철, 성바오로 출판사, 1991, P. 252.
당신 말씀 나의 등불, 임승필, 성바오로 출판사, 1992, p.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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