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길잡이

시편의 중요성

마리아 아나빔 2011. 6. 24. 12:11

 

 

 

 

                                                                시편의 중요성

 

 

 

시편’이라 하면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먼저 성무일도를, 일반 신자들은 미사 중의 독서와 복음 사이에 있는 응송을 통해 접하기도 하지만,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는 아직도 좀 낯선 인상을 주는 것 같다. 어쨌든 시편은 초대 교회 때부터 꾸준히 그저 단순한 독서용이 아니라 기도로서 읽혀오고 있다.

   또한 시편은 비단 우리 교회에서만이 아니라 유다교와 개신교에서도 계속 애송되고 있다. 이로써 시편은 이미 특수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편의 중요성을 대충 문학적, 종교사적, 영성적 관점으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1) 문학적 중요성

 

 

   문학적인 면에서 시편을 세계 최고의 시문학이라 할 수는 없다. 동양에서는 중국과 인도, 그리고 서양에서는 그리스와 로마 등이 예술적으로나 철학적으로 더 방대하고 위대한 시문학 작품들을 많이 창출해냈다. 이는 성서 전체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성서는 하느님의 말씀임과 동시에 인간의 말이며, 인간의 말로서 하나의 문학 작품을 이룬다. 하느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성서가 문학적으로도 다른 창작물들과는 비교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고 여긴다면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반대로 성서에서 순수 문학적인 가치만을 추구한다거나 순수 사상적, 철학적 가치만을 찾다가 이러한 인간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성서에서도 별 볼일 없는 것이구나.’하고 옆으로 밀어내버리는 자세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순전히 문학적 관점에서 시편이 지니고 있는 가치 역시 대단하다. 비단 2천여 년 전에 창작되었다는 문학사적 가치만이 아니다. 2천여 년이라는 짧지 않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여러 문화권, 다양한 민족과 언어의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애송되어옴으로써 문학적으로도 막대한 영향을 끼쳐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리스도교 문화가 아직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우리나라의 문학적 토양에서 시편이 우리의 문학, 또는 예술에 끼친 영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는 성서 전체에도 해당된다. 이는 성서 번역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시편은 인류문학사적 맥락 속에서 인간의 귀중한 자산으로 내려오고 있고,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2) 종교사적 중요성

 

   종교사적 관점에서 볼 때, 시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봉을 이룬다. 시편의 종교사적 가치는 그것이 오래되었다는 사실에뿐만 아니라, 유일신을 향한 기도문이라는 데에 있다. 고대 이스라엘 당시 주변의 나라들은 설사 문화와 문명에 있어서는 이스라엘보다 훨씬 앞섰다 해도, 종교적으로는 다신주의를 신봉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편은 한 분뿐이신 하느님께 대한 기도로서 읊어졌다. 그리고 2천 수백 년 동안 여러 대륙과 여러 민족과 여러 언어의 수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유일신을 향한 기도로서 끊임없이 바쳐져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종교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중립적인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는데, 종교학에 조예가 깊었고, 시조로 불리우는 마르크스 뭘러(Marx Muller)는 “ 다른 종교들의 찬미가와 기도들을 연구하고 편견 없는 비평가로서 전세계의 기도들 중에 이 구약성서의 시편들이 그 단순함, 사고의 위력 그리고 언어의 위대함으로 해서 유일무이한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3) 영성적 중요성

 

영성적 관점에서 시편은, 특히 유다교와 그리스도교 전체에, 그리고 좁게는 우리에게 가히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시편이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기도를 하느님과의 대화라고 할 때, 이러한 기도의 절정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이 된다. 시편은 인간의 기도문임과 동시에 하느님의 말씀이다. 그래서 시편으로 기도하는 법을 잘 배워나갈 때, 우리는 하느님과 대화를 잘 해나갈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어떤 위대한 종교가는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주의 기도와 시편을 옳게 기도하는 법을 배운 사람은 바로 기도하는 법을 배운 사람이다.”

 

 

 

 

※ 참고문헌: 당신말씀 나의 등불, 임승필, 성바오로출판사, P.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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