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에서 덕으로: 고행 (From value to virtue: Selflessness)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회의 회칙은 현시대 문화적 상황 속에서 고행이 매우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임을 말해준다. 근래까지도 고행은 중요히 여겨져 온 덕목이다. 맡겨진 사명이나 몸이 약한 자들의 건강과 같은 다른 가치 있는 일들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며, 대림시기 동안에는 보속을 실천하는 것이 권장되었다. 이러한 실천들은 종종 슬픔, 애도, 상실 등과 연관되어 생각되어왔다.
급변하는 이 시대의 현실 안에서 우리는 모순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희생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와 실천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으며, 그 대신 다이어트, 스포츠, 다양한 육체활동, 각종 대회 등 실은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다른 활동들이 등장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즉, 우리는 더 이상 하느님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열정을 잘 사용하기 위해희생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외모와 건강을 가꾸는데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이든, 또는 어떻게 불리든 희생 자체는 가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자신을 잊어버리는 고행으로 이끄는 희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회칙(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회)은 고행에 대해 회원들이 자기 희생을 통해 자신을 버리고, 그들의 시간과 재물, 재능과 그들 자신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내어놓는 것(회칙 2.5.1)이 이 덕을 기르는 데에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것은 자기 조절과 극기, 결국은 다른 이들을 위한 봉사에 자기 자신을 맡기는 것에 대한 얘기이다. 회원들은 자신에게는 죽고, 이로써 다른 이들의 삶 안에서 다시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고행의 덕은 극기의 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이렇게 우리는 자기 자신의 안위(well-being)보다 타인의 안위(well-being)를 우선시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고행이나 자기 포기를 얘기할 때 단지 그 자체를 위한 고행이나 자기 포기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좋은 것'을 '더 좋은 것'을 위해, 즉 자기 중심에서 타인 중심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을 위해 포기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우리를 희생, 기율, 금욕 등으로 이끄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희생이란 다른 종교에서 이해하고 있는 개념과는 엄연히 구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많은 종교에서 희생이란 인간이 하느님께 바쳐야 하는 제물을 가리키므로 수확물이나 동물(어떤 경우에는 사람까지도)을 바치는 의식을 말한다. 유대교 전통 안에서 예언자들이[주님의]말씀을 듣는 것이 제사 드리는 것보다 낫고 말씀을 명심하는 것이 숫양의 굳기름보다 낫습니다.(사무엘 상 15:22);하느님께서는 희생제물이나 곡식 제물을 번제물을 바라지 않으시니 다만 공정을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 (아모 5:24)라고 전하고 있음에도, 수확물과 동물을 바치는 전통은 유대교 공동체 안에서 꽤 성행했다.(탈출 12:5-7; 레위 1:3-17 참조)
예수님께서도 이 예언자들과 같은 맥락으로 말씀하신다. 내가 원하는 것은 희생이 아니라 자비다(마태 9:13).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희생되신 분으로 묘사된다(10:11-14). 같은 서간에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너그럽게 다른 이들과 나누도록 권고 받는다. 이 같은 것들이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참 제사이기 때문이다. ...선행과 나눔을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이러한 것들이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제물입니다. (13:16)
우리의 규칙과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은 희생과 관대함의 관계를 얘기하고 있다. 단지 '잃음'으로 이해되는 희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러한 해석은 물질적인 것들이나 육신에 이로운 것들에 관해 논하기에나 적당한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희생이란 아버지께 대한 사랑으로 자신을 바치신, 그리하여 우리 역시 다른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게 하는 예수님의 희생에 결합될 때에야 비로소 그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희생은 금욕, 연대, 봉사, 관대함,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다.
빈센트 성인은 이러한 측면에서 희생을 바라보았고, 희생과 금욕이 성인께는 하느님의 뜻을 찾고 실행하는 것, 기도하는 것, 선의를 굳세게 하는 것,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 갖가지 제한과 불편을 감수하는 것, 다른 이에 대한 존중, 자애 등과 같은 맥락 안에서 이해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이들도 많다. 일을 열심히 하고 자기 자신을 잘 관리하는 모습에서 이런 경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 신앙과 빈첸시안의 부르심, 그리고 회칙(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의 관점에 맞추어 우리의 동기를 정화하고 다양한 영적 실천의 방향을 바로잡아야겠다. 이러한 지향으로, 참다운 고행을 행하는 데에 도움이 될 몇 가지 실천사항을 살펴보자.
- 기도를 생활화하고 미사전례에 참석함으로써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빈첸시안으로서의 소명에 대한 충실성을 기른다.
- 내 개인적 관심사보다 다른 이들, 특히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우위에 두는 습관을 기른다.
- 다른 이들과의 깊은 연대를 맺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기 위해 개인의 취미와 여가를 포기하는 연습을 한다.
- 다른 이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사람들 사이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받아들인다.
- 다른 이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줌으로써 다른 이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법을 배운다.
- 나의 에너지를 다른 이의 안위를 위해 쏟는 습관을 기른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 대한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고행을 실천하고, 가난한 형제, 자매들에 대한 봉사를 통해 이런 실천들이 참 의미를 지닐 수 있도록 하자.
by Santiago Azcarate, CM on December 8 2016 in Formation, Reflections
스페인어를 영어로 번역: Charles T. Plock,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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