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
나는 누구?
남들은 가끔 나에게 말하기를
감방에서 나도는 나의 모습이
어찌나 침착하고 확고한지
마치 자기 성에서 나오는 영주 같다던데
나는 누구?
남들은 가끔 나에게 말하기를
감시원과 말하는 나의 모습이
어찌나 자유롭고 친절하고 분명한지
마치 내가 그들의 상전 같다는데
나는 누구?
남들은 또 나에게 나의 모습이
어찌나 평온하게 웃으며 당당한지
마치 승리만을 아는 무사 같다던데
남이 말하는 내가 참 나인가?
나 스스로 아는 내가 참 나인가?
새장에 든 새처럼 불안하고 그립고 약한 나
목 졸린 사람처럼
살고 싶어 몸부림치는 나
색깔과 꽃과 새소리에 주리고
좋은 말 따뜻한 말동무에 목말라하고
방종과 사소한 굴욕에도 떨며 참지 못하고
석방의 날을 안타깝게 기다리다 지친 나
이제는 기도에도 생각과 일에도 지쳐
공허하게 된 나다.
이별에도 지쳤다.
이것이 내가 아닌가?
나는 누구?
이들 중 어느 것이 나인가?
오늘은 이 사람이고
내일은 저 사람인가?
이들은 동시에 나인가?
남 앞에선 허세
자신 앞에선 한없이 불쌍하고 약한 난가?
이미 결정된 승리 앞에서
무질서에 떠는 패잔병에 비교할 것인가?
나는 누구?
이 적막한 물음은 나를 끝없이 희롱한다.
내가 누구이던
나를 아는 이은 오직 당신뿐
나는 당신의 것이외다.
오- 하느님!
p.s: 이 시는 히틀러 암살 음모가 사전에 발각돼 사형당한
디트리히 본 회퍼 목사(1906-1945)가
감옥에 갇혀 있을 동안 쓴 것이다.
죽음 앞에
궁극의 실존 앞에
우리가 누구인지 알게하는 것은
오직 <하느님 >뿐임을 고백한다.
그 하느님 앞에
우리는 매일 마주서야 할 것이다.
하느님 얼굴 앞에 섰을 때만
우리 인간은 자신이 어떠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수 있기때문이다.
'우리들의 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Arrup's 신부님의 고별 메시지 (0) | 2012.06.16 |
---|---|
관상에 들어가는 것 (0) | 2012.06.16 |
예수님이 선포한 새 시대 (0) | 2012.03.18 |
예수님의 성적표 (0) | 2012.02.19 |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0) | 2011.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