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 복음서 입문
1. 책의 이름
루가 복음서는 신약성경에 세 번째로 나온다. 이 복음서도 이름 없이 회람되다가, 교회 전승에 따라 2세기 중반에 ‘루카에 의한’이란 그리스어 이름(카타 루칸)이 붙었다. ‘루가에 의한 거룩한 복음’이란 라틴어 성경 이름을 줄여 흔히 ‘루카 복음서’라고 부른다. 총 24장으로 가장 긴 복음서이며, 사도행전과 짝을 이룬다.
2. 저자
무라토리 경전 목록(180년)과 프랑스 리옹의 주교 이레네오(2세기말)의 저서에, 사도 바오로의 협조자로 활동한 루카라는 의사(콜로 4, 14; 필레 1, 24;2티모 4,11)가 복음서를 집필했다고 전해 내려온다. 그런데 루카 복음서에는 바오로가 직접 쓴 서간의 내용과 어긋나는 점이 많이 발견된다. 또 율법과 복음, 신앙과 실천의 관계를 깊이 숙고하였던 바오로의 사상과 연관되지 않는다. 그래서 바오로의 협조자 루카가 썼다고 볼 수 없으나, 교회 전승에 따라 익명의 저자 ‘루카’라고 부르고 있다. 이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을 직접 목격한 증인이 아니었지만 훌륭한 문장가, 역사가, 신학자였다. 그는 수준 높은 그리스어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필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예수님에 대한 자료들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정리하여 복음을 집필했다(1, 1-4). 무엇보다 먼저 그는 예수님의 탄생을 보도하기 전에 세례자 요한과 마리아에 관한 이야기들을 삽입함으로써 구약과 신약의 연결성, 사회적 공격을 받던 시기에 집필된 루카 복음서에는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들을 통해 그리스도교가 참된 종교라는 것을 알리고자 애쓴 그의 의미 있는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루카 복음의 저자는 아마도 휼륭한 문장가, 역사가, 신학자, 예수그리스도를 집접 목격하지 않은 비 유단인으로 추종할 수 있다(라함/ 룻/ 타마르).
3 저술 연대 및 장소
테오필로스에게 바치는 헌정문이 첫머리에 나오고 70년에 발생한 예루살렘 멸망 사건을 상세히 보도하는 것으로 보아, 80-90년경에 그리스 문화권에서 생활하는 그리스도인들을 대상으로 팔레스티나 바깥에서 저술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4. 구조
머리말 및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1,1-2,52) - 구원활동의 준비와 표징(3,1-6,11) - 예수님의 제자양성(6,12-19, 27) - 예루살렘에서 구원완성(19, 28-24, 53)
5. 루카의 신학사상
1) 구원의 역사
루카는 네 복음사가 가운데 특별히 구원의 역사를 세 시대로 명확히 구분한다.
(1) 이스라엘 시대: “율법과 예언자들의 시대”(16,16)
세례자 요한이 체포되기까지
구원을 준비하는 과정
루카복음서의 앞부분
(2) 예수님 시대: 예수님 시대
나자렛 설교부터 승천하기까지
구원이 이루어지는 시기
루카 복음서의 대부분
(3) 교회 시대: 성령의 시대
성령강림부터 종말까지
구원이 선포되는시기
사도행전
2) 사도
루카에게 사도는 우선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는 사람이다(사도 1, 21-22). 그래서 그는 요한의 세례부터 시작하여 예수님까지 승천하신 날까지 줄곧 예수님과 함께 했던 사람만을 사도라고 보았다. 이 기준으로 볼 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뵙고 회심한 뒤 다른 민족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한 바오로는 사도 자격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루카는 바오로를 사도라 부르지 않는다.
3) 루카의 특별한 관심사
루카 복음서는 흔히 ‘소외된 이들의 복음서(Anawim)’ ‘성령의 복음서’ ‘기도의 복음서’라고 불린다. 예수님께서는 나자렛 회당에서 설교하실 때부터 ‘가난한 이’, ‘잡혀 간 이들’, ‘눈먼 이’, ‘억압받는 이’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셨다. 또 루카는 공관 복음서의 저자 가운데 기도에 관한 가르침과 일화를 가장 많이 수록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생애가 기도로 이루어지는 삶이었음을 드러낸다. 또 성령에 관해 가장 많이 언급할 정도로(루카 복음서 17번, 사도행전에 57번), 사도직을 펼쳐 나가는 원동력이 바로 성령이라고 분명하게 강조한다.
특히 루가 복음서는 하느님의 자애와 구원이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낮을 곳을 향하여 있는 보편적이면서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음서이다. 그래서 루가 복음서의 이야기들은 따뜻하다. 죄를 짓는 이는 용서가 주어지고, 아픈 사람은 위로를 받으며, 가진 것이 없거나 못난 사람도 무시당하지 않는다. 종교관이 다른 사마리아인도, 삶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된 자캐오도 그리고 사회적 약자였던 여인들에 대한 시선도 부드럽고 연민과 애정이 묻어있다. 제자들의 인간적 약점에도 더없이 인내롭게 감싸주며 자상하다. 그래서 루가 복음서는 ‘자비의 복음서’ 이고 ‘아나빔(Anawim) 의 복음서’이다.
루가 복음서의 예수 그리스도는 나자렛 회당에서 자신을 ‘가난한 이’, ‘잡혀 간 이들’, ‘눈먼 이’, ‘억압받는 이’ 들에게 하느님께서 은혜로 베푸시는 해방과 자유가 자신을 통하여 모든 이들에게 미치게 된다는 희년의 복음을 선포한다(루가 4, 18-19).
빈센트에게도 루가복음은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그리스도께 대한 그의 통찰력은 그리스도를 스승으로, 치유자로, 또는 아버지를 완벽하게 경외한 분(드 베륄), 신성이 완벽하게 드러나는 모상(살레시오의 프란치스코)이 아닌,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신 분’을 분명하고 명백하게 선택한다(SV XI, 32/ P. 멀로니, 성빈센트 드뽈의 길, P.33-34).
예수 그리스도와 빈센트의 주인공은 ‘아나빔(하느님만을 바라며 의롭게 살았던 가난한 사람들)’이다. 힘도 부도 권력도 가지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 그러나 오직 하느님의 말씀과 그분만으로 충분히 부요한 사람들, 그래서 하느님과 제일 가깝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6. 내용
1) 머리말(1,1-4)
루카는 복음서를 테오필로스(하느님께 사랑받는 사람들이라는 뜻)에게 바치는데(1,4), 그가 누구인지는 알 수없다. 어쩌면 예수님을 믿기 시작한 고위 관리였을 수도 있고, 그 이름 뜻대로 하느님께 사랑받고 또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방인 모두를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다.
2) 예수님의 탄생과 유년시절(1,5-2,52)
루카는 아우구스투스 황제, 퀴리니우스 시리아 총독 등을 거론하며 로마의 구체적인 역사 속에 예수님의 탄생 사건을 위치시켜, 이 일이 매우 의미있고 중요한 사건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구약성경을 대거 인용하여 예수님이 오래 전부터 기다려왔던 인물이라고 부각시키고, 특히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탄생 기사를 대조하여 예수님이 요한을 능가하는 분이라고 부각시킨다.
3) 구원활동의 준비와 표징(3,1-6,11)
예수님께서는 나자렛 회당에서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면서 공생활을 시작하신다.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레위 25, 8-55)은 사회의 모든 경제 질서를 재조정하여 공동체를 온전하게 되돌리는 해이다. 예수님께서는 희년을 선언하시어 하느님께서 은혜로 베푸시는 해방과 자유가 모든 이에게 미치게 되었다는 복음을 선포한다. 그분이 병자를 고치시고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는 일은 모두 지금 이 땅에 미치는 하느님의 권능을 증거한다.
4) 스승 예수님(6,12-9,50)
예수님께서는 어부와 세리처럼 비천한 계층에 속했던 사람들을 제자로 불러 그들과 함께 사랑과 용서의 공동체를 형성하시고, 해방의 복음을 선포하신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평지 설교’(6,20-49;비교 마태 5-7장의 산상설교)에 잘 나오 있다. 예수님께서는 참 행복의 길과 사랑의 자비의 삶을 가르치시며, 말씀을 실천하라고 이르신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6,36).
5)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서(9,51-19,27)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 제자들을 가르치는 여정기는 루카복음서에만 나오는 고유한 부분이다. 먼저 제자가 되려는 세 사람을 예로 들어, 예수님을 따르려면 기존의 삶에서 벗어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일깨운다(9,57-62). 그리고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10,25-37)를 통해, 나를 중심으로 이웃을 규정짓지 말고 고통당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이웃이 되어 주라는 사고의 전환을 촉구한다. 또 각종 비유를 들려주며 하느님의 나라를 바르게 알아듣고 선택하라고 일러준다.
6) 예루살렘에서 구원을 완성하신 주님(19, 28-23, 56)
루카는 수난 이야기에 나타나는 여러 인물을 하나의 본보기로 제시한다. 일례로, 키레네의 시몬을 통해서는 ‘매일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삶’을 보여 준다. 또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하면서 끝까지 순종하시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순명하는 삶을 살라고 가르친다.
7)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24, 1-53)
루카는 예수님의 죽음이 실패가 아니라 성경 말씀을 그대로 실현된 것임을 빈 무덤과 여러 가지 발현사화로 확인시켜 준다. 그리하여 부활하신 주님을 증언하면서 복음을 새롭게 선포하기 위해, 수난 때처럼 뿔뿔이 흩어지거나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처럼 다른 곳을 찾아 떠나지 말고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으라 당부한다.
참고문헌: 성경읽기 안내 신약, 영원한 도움 성서 연구소 편저, 성서와 함께, pp. 36-42.
신약성경 맛들이기, 생활성서(2012/5월) 루가 복음서, 이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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