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길잡이

모세오경 VI(탈출기1)

마리아 아나빔 2010. 11. 23. 12:46

 

 

 

                                                                  탈출기

 

 

 

1. 창세기와의 편집적 연관성

 

 

   모세오경은 원래 하나의 책으로 되어 있었기에 책들 상호 간에 분명한 연속성들을 드러내고 있다. 창세기와 탈출기의 관계도 그러한데, 오경의 최종편집자는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저자들, 다른 제작 역사를 가지고 있던 창세기와 탈출기를 마치 하나의 이야기인 듯이 엮어 내기 위해 편집 작업을 시도한다. 그것은 창세기의 마지막(50장)과 탈출기의 첫 부분(1장)을 의도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었다. 즉 창세기의 마지막 부분을 탈출기의 서두에 제시함으로써 두 책의 연결을 시도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학 기법은 특히 모세오경 안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편집 기술로서 ‘편집 요약(epannalepsis)’이라고 부른다.

 

원역사 이후 창세기의 후반부는 아브라함에서 이사악, 야곱으로 이어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야곱의 아들 요셉이 이집트 재상이 된 후부터는 그 배경이 이집트로 고정된다. 반면 탈출기는 야곱(이스라엘)의 집안이 요셉의 도움을 받아 이집트에 정착하여 살게 되었다는 창세기의 마지막 부분(창세 50장)을 요약한 내용, “야곱과 함께 저마다 가족을 데리고 이집트로 들어간 이스라엘의 아들들 이름(탈출 1,1)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처럼 이 두 책의 처음과 마지막에서 공통 배경으로 제시되는 장소는 ‘이집트‘이다.

 

 

   이러한 장소적 공통점 말고도 이 두 책의 마지막의 처음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주제가 있는데 바로 ‘고통’이다. 창세기의 마지막은 기근과 가난 때문에 다가온 고통과 야곱의 자식들 사이에서 발생한 질투로 빚어진 비극을 고통으로 제시하고 있는 반면, 탈출기는 야곱 일가의 번성과 강대해짐이 고통의 시발이 됨을 제시하고 있다. 이집트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야곱 가족은 나날이 그 수가 번창하여, “그 땅이 이스라엘 자손들고 가득”(1,7) 찰 정도로 성장하게 되는데, 이를 일종이 위협과 도전으로 의식한 파라오는 드디어 이스라엘에게 정치적 억압과 제제를 가하기 시작한다(1,10-22). 이렇게 창세기의 마지막과 탈출기의 서두는, 서로 상반되는 내용이기는 하지만(창세기는 가난 때문에, 탈출기는 번영 때문에) 서로 ‘고통’이라는 주제를 통해 하나의 연속적 내용으로 연결되어 있다.

 

 

2. 탈출기의 핵심

 

    ‘출애굽기’ 혹은 ‘탈출기’ 라고 붙여진 이름 때문인지, 일반적으로 모세오경의 두 번째 책은 이스라엘의 이집트 탈출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들을 묘사한 책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는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과 신학을 모두 포함하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이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궁지에 몰린 이스라엘의 탈출도, 홍해가 갈라지면서 장엄하게 이뤄진 통쾌하고 신기한 승리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탈출기가 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주제는 1) 이스라엘 민족의 형성과 정체성 확립, 2) 하느님에 대한 앎의 여정, 3) 이를 통한 계약 체결과 전례적 율법규정 등이라 할 수 있다. 이 주제들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1) 이스라엘 민족의 형성과 정체성 확립

 

    탈출기는 수적으로 급격히 불어난 이스라엘을 부각시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1,7-10). 이는 이전에 제시된 창세기 내용과는 크게 구별되는 것인데, 창세기는 그저 족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하나의 가족(내지 부족)으로 이스라엘을 묘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탈출기는 이스라엘이 엄청난 숫자로 불어난 거대한 무리로 성장했음을, 그리고 급기야는 이집트인들보다 수적으로 더 많아지고 강대해졌음을 명시하고 있다(1,9-10). 이러한 표현은 앞으로 전개될 탈출기의 내용이, 하나의 가족에 불과하던 이스라엘이 ‘하나의 민족’ 으로 그리고 ‘하나의 백성’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이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결국 창세기가 세상의 탄생과 이스라엘 성조들의 시작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면 탈출기는 더 이상 성조를 중심으로 한, 가족 단위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의 탄생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2) 하느님에 대한 앎의 여정

 

     이스라엘이 하나의 민족 공동체를 이루어 하느님과 절대적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체험해야 하는 것은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그분에 대한 정확한 ‘앎’이었다. 서로가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대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이스라엘에게 알려 주시기 위해, 모세에게 당신의 이름을 알려 주시고(3장), 이집트 탈출 과정 중에 발생한 여러 놀라운 기적들을 행하시며(12-14), 아무것도 구할 수 없던 광야의 여정에서도 이스라엘을 부양하신다.(16장 이하). 결국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이스라엘이 ‘조상들의 하느님’으로만 알고 있던 분을 ‘자신들의 하느님’으로 믿고 고백하게 하는 ‘원체험’으로 작용하게 된다. 조상들에게 언약하신 것을, 단지 약속으로만 제시하지 않으시고, 이스라엘의 구체적 삶과 역사 안에 직접적으로 실현시켜 주신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함으로써, 그들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보다 분명하게 알고 믿게 된 것이다.

 

3) 계약 체결과 전례 율법 규정

 

      이렇게 하느님께서 모세를 중재자로 삼아 이스라엘을 하나의 민족으로 형성하신 이유는 당신과 절대적인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이스라엘이 경험한 이집트 탈출의 모든 여정과 광야에서의 사건들은 당신을 왕으로 고백하고 이를 계약으로 체결하는 새로운 백성의 탄생을 준비하기 위한 전 작업이었던 것이다.

 

    탈출기의 후반부는 바로 이러한 시나이에서의 계약(하느님을 왕으로 섬기고, 그들은 그분의 백성이 됨을 체결하는 계약)을 심층 보도하고 있고, 이스라엘이 이 계약을 성심껏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도구적 장치들, 즉 여러 율법들이 집중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특히 탈출기 후반부에서 제시되고 있는 여러 계약의 법들은 탈출기 다음에 등장하는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하나의 법적 맥락으로 연결시킴으로써, 탈출기와 다음의 책들을 이어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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