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기
5. 명칭
탈출기의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히브리어는 ‘붸엘레 쉐뫁’이고, 그 의미는 ‘이것들이 이름들이다.’(이름들은 다음과 같다)라는 뜻이다. 그리스어 성경은 탈출기의 제목을 ‘엑소도스(ἐκἔξδος)'로 결정한다. 즉 ἐκ(밖으로)라는 의미의 천치사와 ἔξδος 는 ‘길’을 의미하는 명사인데, 이두 말이 합성되어, ‘길 밖으로’, ‘탈출’, ‘떠남’, ‘출발’이라는 의미를 드러낸다.
6. 저자
일반적으로 탈출기에는 벨하우젠이 제시한 네 가지 전승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중 가장 드물게 등장하는 전승은 신명기계 전승이다.
1) 야훼계 전승
솔로몬시대에 대거 제작되었다고 간주되고 있으며, 이 전승은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영토상으로 최대판도를 이루었던 당시의 상황과 그러한 확장을 토대로 이룩한 눈부신 번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번영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며 이스라엘이 ‘계약의 백성’이라는 본연의 사명에 충실했을 때, ‘땅’은 여전히 그들에게 ‘약속’된 축복으로 다가올 것임을 강조한다. 결국 탈출기에 존재하는 야훼계 전승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약속’과 ‘땅’이라는 주제이다.
2) 엘로힘계 전승
엘로힘계 전승은 모세의 중재를 중심으로 형성된 ‘하느님 백성’이라는 주제에 주목한다. 따라서 그분과의 계약에서 특별히 강조되고 있는 부분은 하느님께 대한 경외와 절대적 순종의 정신이다. 하느님을 파라오보다 더 두려운 존재로 여기는 산파들의 모습(1,17.21)이라든지, 하느님을 경외하는 지도자들(18,21), 하느님의 신현에 두려워하는 이스라엘(20,18-21)등은 모두 엘로힘계 전승에 해당된다.
3) 제관계 전승
제관계 전승은 탈출기의 법전 반포 부분인 25-31장과 35-40장에 대거 등장한다. 여기서 모세 못지않게 부각되고 있는 존재는 아론인데, 이 전승이 사제들에 의해 저술된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사제 아론의 부각은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다. 제관계 전승이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계약과 전례에 대한 강조는 사실 제관계 전승이 형성되었던 시기인 유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유배라는 당시의 상황은 전례와 계명을 충실히 실행하기에는 불가능한 조건이었고, 이러한 사정 때문에 제관계 저자들은 순수한 전례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7. 제작 연대
모세오경이 하나의 책으로 편집된 작품이었음을 기억한다면 탈출기의 제작 연대는 창세기의 제작 연대와 따로 분리하여 생각할 수없다. 탈출기 역시 기원전 10세기경 구전으로 전해 오던 여러 이야기들이 전승화되기 시작하였고, 적어도 5세기경에는 최종적으로 편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8. 최종 편집자 제관계 학자들
탈출기의 편집자가 제관계 학자들이었다는 입장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통해 확인되는데, 이러한 사실은 오경 전체의 최종 편집자가 제관계 학자들이었다는 벨하우젠의 입장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1) 레위의 계보
탈출기 6장 14-27절에 보면 모세와 아론의 족보가 제시되는데, 이들 중에는 르우벤(14 ㄴ절)과 시메온(15절), 레위(16-23)의 후손들이 들어있다. 이들 중 독보적으로 많은 분량을 차지하며 소개되고 있는 이들은 레위의 후손들이며, 성경 본문은 모세와 아론이 이들의 계보 안에 속하고 있음을 강조한다(20절). 이들 중 오직 레위의 자손들만이 성막에서 하느님께 봉사하는 직무를 맡았으며, 이러한 직무는 솔로몬 성전과 제2성전 시기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내용들은 모두 제관계 저자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이들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부분일 수도 있다.
2) 전례 규정 강조
뿐만아니라 탈출기의 마지막 부분은 아론의 사제지과 성막에서 드리는 전례규정에 집중되어 있다(35-40장). 이를 통해, 저자 혹은 펀집자는 당시 독자들에게 이스라엘의 삶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주도하는 것이, 곧 전례임을 강조하고 있고, 이러한 규정들이 이미 이스라엘 공동체의 형성 시기, 즉 모세의 시기에서 제정된 것임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이 규정들의 고대성과 정통성을 드러내고 있다.
3) 야훼의 영광
성막이 건설된 후, 거기에 머물렀던 ‘야훼의 영광’ 역시 제관계가 선호하던 신학적 주제이다. 탈출기 24장은 시나이 계약 사건을 전해 주는 중요한 본문인데, 하느님께서는 6일간 이스라엘을 야훼의 영광에 감싸고 계시다가 7일째 되는 날 모세를 불러 계약의 법을 내려 주신다(21,16). 이러한 구도는 또 다른 제관계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창세기 1장의 구도와 매우 유사하다. 7일간의 창조를 통해서 세상이 생겨났듯이 7일간의 여정을 통해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으로 새롭게 태어났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창세기와 뚜렷한 유비는 제관계 학자들의 신학적 결실로 평가된다.
9. 탈출기의 구성
탈출기의 내용은 이집트의 노예였던 이스라엘 백성의 해방 →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준비 기간(광야) →계약체결(시나이) → 이스라엘의 배신으로 인한 계약파기 → 그러나 다시 그들 안에 함께 계시고자 하시는 하느님(성막건립)의 내용으로 전개된다.
폰라이트는 이러한 내용들이 전개되고 있는 탈출기가 적어도 세 가지 전승의 혼합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집트 탈출전승/ 광야전승/ 시나이 전승이 그것이다.
1) 전반부(학가다 부분- 이집트 탈출 이야기: 1-8장)
탈출기의 전반부는 이야기(설화, 학가다)양식으로 되어 있고 장소의 변이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부분에 해당되는 전승은 ‘이집트 탈출 건승’과 ‘광야 전승’이다.
- 이집트 탈출 전승(1,1-15,21)
- 광야 전승(15,22-18,27)
2) 후반부(할라카 부분-법률 부분: 19-40장)
후반부는 이스라엘에게 전해진 율법과 그에 대한 소개로 되어있다. 이러한 법률 부분은 하나의 고정된 장소(시나이 산)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이 부분을 ‘시나이 전승’이라고 붙이고 있다.
* 시나이 전승(19,1-40,38)
- 계약(19-24장)
- 계약파기와 갱신(32-34장)
- 성막 건립(25-31장; 35-40장)
이 부분에 제시된 신학적 주제는, 하느님에 의해 주도된 구원 행위를 이스라엘 안에 지속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제안된 일련의 ‘전례 규정’들을 밝히는 것이다. 이 전례 규정들은 계약에 충실히 남아 있기 위한 원칙이자, 하느님과 인간이 더불어함께 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이해될 수 있다.
탈출기 후반부에서 특별히 주목할 사건은 대단원을 장식하고 있는 ‘성막 건립’이다. 고대 근동에서 성전 봉헌은 한 신이 자신의 주권을 선포하는 결정적 순간을 의미했기에, 탈출기의 마지막이 성막의 건설로 마무리되고 있다는 것은, 이를 통해 이스라엘의 주권이 전적으로 야훼 하느님께 있음을 공적으로 선포하는 기능을 가진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성막 건립은 창세기 1장의 완성이기도 하다. 창세기 1장 이 거룩한 시간을 축성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처럼(안식일), 탈출기 40장은 이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스라엘 안에 당신의 주권과 절대권을 가시화하는 장소를 축성하시는 것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성막). 즉 거룩한 시간을 축성 하시는 것이 창세기 1장의 마무리하면 거룩한 장소를 축성하는 것이 탈출기의 마지막인 것이다. 이러한 결말을 통해 탈출기 40장은 하느님께서 언제나 이스라엘 백성 안에 머물러 계실 것을 상징적으로 선포한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예루살렘 성전을 염두에 둔 후대 편집자 혹은 저자의 편집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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