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길잡이

모세오경V (창세기1)

마리아 아나빔 2010. 10. 14. 18:46

 

 

 

  

                                                                     모세오경V - 각 권에 대한 설명

 

I. 창세기

 

1. 성경의 시작이 되는 책

 

   창세기는 모세오경의 첫 부분이이며 동시에, 성경 전체의 서두에 해당하는 책이다. 이러한 사실은 창세기가 성경 전체의 ‘서론’역할을 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 만큼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고대 히브리인들은 중요한 이야기를 서두에 제시하는 독특한 방식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구약의 나머지는 물론 신약 성경까지 포함한 성경 전체를 ‘창세기적 관점’에서 읽으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창세기에 제시되고 있는 신학적 관점이 성경 전체에서 망라하고 있는 핵심적 관점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2. 창세기의 제작 과정

 

   이스라엘이 자기들의 역사 안에서 가장 오랜된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은 ‘창조’이야기가 아니라 탈출기에 제시하는 ‘해방 사건’이었다. 그리고 모세오경 중 유일하게 모세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 바로 창세기이다. 창세기는 바로 이런 모세의 업적을 제시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탈출기의 주요 골격(이집트 탈출 전승+ 광야 전승+ 정복 전승)이 형성된 것보다 후대에 편성된 책이다. 즉 모세를 통해 성취된 ‘약속’을 거론하기 위해서는 그 약속이 처음 제시된 인물, 즉 아브라함의 일생이 언급된 필요가 있었고, 이렇게 글로 저술되기 시작한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노아의 이야기를 거쳐 아담까지 연결되면서 창세기의 주된 골격을 이루게 된다. 아브라함이 노아의 아들인 셈의 아들이라는 점은 모세와 노아를 연결해주고자 했던 신학적 결과이며, 노아가 아담의 후예라는 언급 역시 모세와 아담을 연결시켜 주는 고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창세기 1-11장의 내용을 통해, 결국 히브리 민족이야 말로 세상의 민족들중, 가장 먼저 생겨난 민족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세기의 형성과정을 추적해보면 이스라엘에게 처음으로 저술된 이야기 탈출기에 제시된 모세 이야기(이집트 탈출 전승, 광야 전승, 계약 전승등의 연합), ‘약속’이라는 주제가 이미 선조들에게 주어진 것이었음을 제시하기 위해서 아브라함 전승(족장 이야기:12-50)이 덧붙여지며, 여기에 아브라함-노아- 아담의 계보를 연결시키는 원역사(1-11장)가 후대에 첨가된다. 이러한 도식으로 본다면 창세기의 첫 부분(1-11장)은 창세기 후반부(12-50장)보다 후대에 완성된 것임이 드러난다.

 

 

3. 명칭

 

    유다인들은 성경의 이름을 따로 정하지 않고 첫 번째 등장하는 단어를 그 이름으로 불렀다. 히브리 성경의 창세기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말은 ‘베레쉬트, 즉 ’한처음에‘이고 이것이 히브리어에 해당되는 창세기의 제목이 된다.

   칠십인역에서는 이를 ‘게네시스’라고 번역하였는데 이는 원래 히브리어 ‘톨레도트(세대, 계보, 혈통)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것이다. 현대 서양 성경의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이 명칭의 본래의 의미는 ’세대‘ 혹은 ’계보‘이고, 이러한 어의가 모든 것의 시작과 기원을 묘사하는 창세기의 내용에 부합하면서 점차적으로 확장되어, 처음, 시작, 기원 등의 의미까지 가지게 된 것이다.

 

 

4. 구성

 

   창세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인류 전체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고, 후반부는 ‘구체적인 어느 한 가족의 역사’를

     제시한다.

 

                전반부(원역사, 1,1-11,32)                   후반부(성조사 12,1-50,26)

                      1) 세상의 창조(1,1-2,4)                                1) 아브라함의 이야기(12,1-25,34)

                      2) 첫 번째 인류(2,4-6,4)                               2) 아사악과 야곱 이야기(26, 1-36,43)

                      3) 새로 시작된 인류(6,5-11,32)                     3) 요셉 이야기(37, 1-50,26)

 

 

5. 내용의 개관

 

   창세기가 전해 주고 있는 역사적 내용을 시간적으로 계산하자면 모세오경의 다음 네 권이 제시하는 역사 부분과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 ‘탈출기- 신명기’의 내용이라면, 창세기는 150억 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는 창조 때부터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로 들어가 살게 되기까지의 역사를 다루기 때문이다.

   원역사에서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7일간 창조하셨는데, 그 창조 사업의 마지막 날에는 인간을 ‘당신의 모상대로’ 만드시고, 그에게 복을 내려 주신다. 첫 인류였던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께서 먹지 말라고 당부하신 과일을 따먹고 낙원에서 추방되는데(2,4-3,24), 그 후 아들 둘을 낳게 된다. 큰 아들 카인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동생 아벨을 시기하여 살인죄를 범하게 되고 두려움 속에 살아가데 된다.(4장) 직계 살인이라는 카인의 죄 못지않은 인간들의 죄가 난무하게 되자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홍수로 멸하시기로 작정하신다(6장). 이때 하느님은 의인노아 가족만을 살려 두시는데, 홍수가 끝나자 다시 물로써 세상을 징벌하지 않겠다는 계약을 그와 체결하신다. 이로써 세상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시작을 맞게 된다(6-10장). 그러나 죄악은 다시 난무하게 되었고 급기야 인간들이 바벨탑을 만들어 하느님께 도전하려하자, 하느님께서는 노아와 계약을 무산시키시고, 사람들의 말을 혼란시켜 흩어지게 하신다(11장).

   성조사 부분은 아브라함을 부르시는 것으로 시작된다. 메소포타미아 지역 우르 지방에 살고 있던 아브라함에게 하느님께서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시며 그를 불러 내신다(12,1-30) 하느님은 그에게 수많은 후손과 땅을 약속하시고, 계약을 맺으시는데 그 징표은 할례였다(17장). 약속대로 이사악이라는 아들이 태어나고(21장), 이사악은 브투엘의 딸 레베카와 결혼한다.(24장).

이사약과 레베카 사이에서 에사우와 야곱이라는 두 아들이 탄생하고(25장), 이사악에게는 그의 선조들에게 주어진 약속이 다시 주어진다(26장). 에사우와의 갈등 때문에 하란 땅으로 도망가던 야곱은 베텔이라는 곳에서 하느님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도 역시 수많은 후손과 땅이 약속된다(28장). 야곱은 외숙 라반의 집에서 머물다가 그의 딸들인 레아와 라헬을 아내로 맞이하고, 아들과 다른 소실들로부터 열두 명의 아들을 얻게 된다(29장). 가족을 형성하는 그는 자신의 고향인 가나안으로 돌아가다가 야뽁 강 근처에서 하느님과 씨름을 하고, 이후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된다(32장). 그는 베텔에서 다시 하느님을 만나고 후손과 땅에 대한 약속을 재차 확인받는다(35장).

   야곱의 아들 중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던 요셉은 형들에 의해 에집트로 팔려가서(37장) 누명을 쓰고 수감되기까지 하지만, 파라오의 꿈을 해석해줌으로써 지혜를 인정받아 이집트의 재상으로 임명된다(41장). 그는 낫이라는 여인과 결혼하여 므나쎄와 에프라임이라는 두 아들을 얻는다(41,50-52). 파라오에게 전한 요셉의 꿈 풀이 내용처럼 7년간의 풍작 이후 7년간의 기근이 들자, 요셉의 의견을 반영하여 이미 많은 농작물을 저장해 두었던 이집트에는 주변에 살던 많은 민족들이 몰려들게 된다(41,53-57). 이집트로 식량을 구하러 오는 난민들 중에는 요셉의 형제들도 끼어 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서로 화해한 야곱 가족은 이집트의 람세스 지역에서 자리 잡고 살게 된다(45-47). 야곱은 마지막으로 그의 열두 아들들을 축복한 후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49장), 요셉 역시 자기 유골을 가지고 가나안 땅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한 후 최후를 맞는다(50장).

 

 

6. 창세기를 구성한 전승들

 

   전통적으로 유다인들, 그리스인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이 책의 저자를 모세라고 여겼다. 그러나 성서학의 발달과 함께, 이 책이 어느 고정된 시대, 고정된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님이 밝혀지게 되고, 결국 학자들은 이 책이 야훼계 전승/ 엘로힘계 전승/ 제관계 전승이라고 이름 붙인 전승들의 편집적 산물임을 밝혀냈다.

 

  1) 야훼계 전승은 창세기 전반의 주된 골격을 이루는 전승이다. 이 전승은 다윗-솔로몬 왕조 시대에 제작되었다는 벨하우젠의 고전적 가설을 받아들인다면, 당시 최고의 관심사는 땅과 지방의 행정구역, 부족들 간의 관계였음이 분명해지고, 이러한 관심은 주고 땅에 대한 약속이 강하게 부각되어 있는 ‘아브라함 전승’ 안에 반영되었을 것으로 본다.

  2) 엘로힘계 전승은 왕국의 분열(북 이스라엘과 남 유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특별히 ‘야곱 전승’(북이스라엘의 시조로 간주되고)과 ‘예언 전승’(아브라함을 예언자로 여기는 본문들)을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

 3) 제관계 전승은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제의적이고 법률적 차원에서 서술한 부분에 치중하고 있으며, 족보와 연대기적 전승을 많이 제공한다. 제관계 전승에 해당되는 부분으로는 노아와의 계약(9장)과 아브라함과 계약)(17장)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열 개의 계보 구절들은 창세기를 하나의 통일된 작품으로 구성하려는 편집 의도를 보여 주는데, 족장들(아브라함)을 노아와 연결시키고, 아브라함에까지 연결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제관계의 중요한 신학적 결심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밖에 제관계 전승의 편집적 흔적은 창세 1장-24장와 5장 1절 이하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창세기의 최종 편집을 제관계가 담당했다는 가설에 동의한다면, 제관계의 창조 신학을 제시하고 있는 창세기 1장은 매우 의미심장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다지 길지 않는 본문이지만, 그 안에 창세기를 최종적으로 편집한 제관계의 신학적 주제들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제관계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신학적 논제들을 중심으로 하여 전수된 여러 전승들을 연합시키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거대한 작품을 완성해 놓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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