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길잡이

모세오경VI(탈출기 5)

마리아 아나빔 2010. 11. 23. 13:22

 

 

 

                                                              탈출기

 

 

12. 신학적 주제들

 

 

1) 하느님에 대한 앎

 

     탈출기는 전체적으로 ‘앎’에 대한 주제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하느님이 누구이시며 이스라엘 자신은 누구인지, 하느님과 그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진정한 ‘인식’을 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하에 자주 반복되어 등장하는 문구가 있으니, ‘인지형식(formule de reconnaissance: 너희는 내가 주님임을 알아야 한다.’) 이라는 것이다(7,5.17;8,6.18;9,14.29;10,2;11,7;14,4.18). 특별히 탈출기 14장 18절은 그분에 대한 앎이 이스라엘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이집트인들 안에서도 인식되어야 함을 “이집트인들은 비로소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되리라.”라는 표현을 통해 강조함으로써 하느님께 대한 앎의 보편성을 부각 시키고 있다.

     또한 야훼 하느님 측에서도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계시하기 위해 모세에게 당신의 이름을 알려 주신다. 고대인들의 사고에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만의 기능을 하지 않고 그 이름이 지칭하는 실체의 고유한 기능, 소명, 특성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당신의 이름을 ‘계시’하셨음은 그분의 존재 자체와 실존적 의미를 이스라엘에게 알려 주셨음을 의미한다.

 

“나는 야훼다.”(6,2)라고 알려 주신 당신의 이름은 이스라엘에게만 알려진 이름이었다. 이 이름을 통해 탈출기는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이끌어 내신 분은 바로 ‘야훼’라고 불리는 분임을 알게 된다.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20,2) 이러한 직접적인 앎을 통해 이스라엘은 ‘족장들의 하느님’으로만 알고 있었던 분을 ‘자기들이 하느님’으로 만나게 된다. 그들은 조상들의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직접 그분을 부를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그런 그들에게 하느님께서는 인격적 특성(즉, 존재하시는 분:3,14 참조)이 내포된 ‘야훼’라는 이름을 알려 주심으로써 당신 자신을 계시하신 것이다.

 

     탈출기의 관점에 의하면 하느님에 대한 이러한 앎은 인간에게 진정한 해방을 제공한다. 누군가의 힘에 의해 구원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구원과 해방일 수 없다. 진정한 해방을 가져다주는 근거는 나를 해방하시는 분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인식하는 ‘앎’에 있는 것이고, 이러한 앎이 신앙과 연결되어 언제, 어디에서고 인간에게 구원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2) 탈출기가 제시하는 구원(해방의 의미)

 

     탈출기가 언급하는 구원과 자유는 단순히 정치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앞에서 ‘하느님께 대한 앎’이 곧 해방의 단초가 됨을 언급하였고, 이러한 앎을 제공하기 위해 이집트 탈출이라는 사건이 체험되었음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집트 탈출 사건은 하느님의 정체성에 대한 앎과 연결되고, 이러한 앎은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원체험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므로 탈출기에서 의미하는 탈출, 해방은 특정한 장소, 상황, 조건으로부터 탈출을 의미하기보다는 인간의 무지(하느님이 누구이신지를 모르는 죄), 망각(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았으되, 이내 잊어버리는 죄)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집트의 노예 생활은 하느님과 자기 정체성에 대한 무지와 그 무지에 묶여 있음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탈출기의 해방이 단순한 정치적 독립, 억압의 장소로부터의 탈출이 아님은 이스라엘이 겪은 광야에서의 여정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탈출하였지만 여전히 불평과 두려움에 매여 있었다. 외적으로는 분명한 해방을 획득했지만 여전히 무엇인가에 노예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진정한 해방을 느끼지 못하게 했던 것은 ‘무지’로 인한 ‘의심’이었다. 자신들을 광야로 데리고 온 하느님이 진정 자신들의 생존을 지켜 줄 수 있는 존재인지, 이를 중재하는 모세는 그들을 살려낼 수 있을 것인지, 하느님과 모세에 대한 ‘무지’는 그들을 끊임없는 ‘의심’으로 몰아넣었고, 자유로운 인간의 모습을 여전히 찾지 못하게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느님은 만나와 물, 메추라기를 보내 주심으로써 당신이 이스라엘의 수호신이신임을, 즉 당신은 이스라엘을 보호하시고 부양하시는 분이심을 증명해 주신다.

 

 

3) 전례: 이스라엘의 섬김

 

    이집트 탈출사건은 단순히 이스라엘을 노예생활에서 해방시키고 하느님의 위력을 만천하에 과시하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스라엘과 하느님의 계약을 통해 하느님을 예배하는 ‘계약-예배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탈출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례규정과 법규들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히브리어로 ‘전례’는 ‘아보다(הךובצ)’인데, 이 말은 ‘섬기다’, ‘일하다’라는 의미 가지는 동사 ‘아바드(ךדצ)’에서 파생되었다. 즉, 전례는 하느님을 섬기는 것(service)을 의미하고, 섬김이 주인과 종의 관계를 묘사하는 단어인 만큼, 이스라엘이 하느님을 ‘주인’으로 고백하는 자리가 곧 전례임을 드러내 준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전례가 다른 ‘섬김’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는 노예적 섬김이 아니라 진정한 ‘앎’을 전제로 한, 즉 자발적인 마음에서 우러나온 섬김라는 점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탈출기는 계약의 최종 완성점을 ‘성막 건설’과 연결시킨다. 즉, 이스라엘 한가운데에 계시게 될 야훼의 현존을 가시화할 뚜렷한 징표를 세우는 것이다. 결국 탈출기가 묘사한, 하느님을 알아가는 이스라엘의 여정은 성막을 중심으로 한 ‘계약-예배 공동체’ 설립을 위한 준비였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이집트의 압제에서 벗어난 ‘해방 공동체’였던 이스라엘은 그것을 원체험으로 하여 하느님을 유일한 신으로 섬기는 ‘예배-계약 공동체’ 로서 거듭나게 된다. 이러한 성막 건립은 야훼께서 이스라엘의 참 군주이심을 선포하는 완결 행위였으며, 계약의 유효성을 누구에게나 천명하는 가시적 징표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다.

 

 

 

 

※ 참고문헌: 모세오경, 김혜윤, 2005, p 12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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