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오경 VII(레위기 4)
6. 레위기에 등장하는 주요 절기들
레위기는 제사 방법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주요 절기를 제시함으로써 이날들을 기념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절기들은 모두 ‘축제일(하김,םינח)’이라고 간주되는데, 이것들 말고 ‘절기(모아딤, ,םידעומ)’에 해당되는 것이 있다. 모아딤에는 안식일, 대속죄일이 있는데 축제라기 보다는 일종의 기념일로서 하느님을 기억하며 거룩하게 지내는 날이다. 하김에 해당되는 것으로 파스카, 오순절, 초막절이 된다. 레위기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절기들은 다음과 같다.
1) 파스카(유월절, 해방절, 과월절)
과월절은 그 정확한 기원은 할 수 없지만, 원래 양을 잡는 ‘페샤흐’와 누룩 없는 빵을 먹는 ‘마조트’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은 이집트 탈출사건의 긴박함을 기억하기 위해 어린 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바르고, 누룩없는 빵과 쓴나물을 먹는데, 이 음식들은 허리에 띠를 매고 신발을 신고, 손에 지팡이를 잡고 급히 먹는다. 이러한 묘사가 반영되어 있는 탈출기 12장은 이미 이 본문이 저술될 과월절이라는 자연 절기에, 이집트 탈출의 의미가 신화화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의미 때문에 이 축제일을 ‘해방절’이라고도 부른다.
파스카가 범국가적인 최고로 부상한 것은 요시야의 개혁 때의 일이었다. 힘의 중심을 예루살렘에 중안 집권적으로 규합하고자 했던 그는 지방의 성소에서 지내던 모든 이스라엘의 축제들을 페지하고 모든 성인 남성들이 의무적으로 예루살렘 성전에 와서 파스카 축제를 지낼 것을 선포한다. 이때부터 파스카는 예루살렘 성전에 와서 지내야하는 의무 순례 축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 파스카는 모두 7일간 지내게 된다.
현재 유다인들이 지키는 파스카 만찬은 ‘쎄데르’라고 하며 식탁에는 양의 정강이 뼈, 쓴나물, 세 개의 누룩 없는 빵, 포도주, 히로셋(꿀, 아몬드, 사과 포도주 등을 섞어 만든 소스)등이 준비된다. 하로셋은 ‘진흙’을 상징하는데, 이를 통해 이집트 체류 시 히브리인들이 종사하였던 벽돌 굽는 작업을 기억하게 된다. 이때 집안의 가장은 ‘학가다’를 읽는데, 이는 일종의 전례서로서 쎄데르 진행에 필요한 각구절들(성경에서 발췌한 설화들, 시편등)이 수록되어 있다.
2) 오순절(샤부오트, 칠칠절, 맥추절)
오순절은 고대 가나안의 봄 추수축제였던 맥추절(보리 추수)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 보리 추수 시기가 파스카 전후와 연결되어 있어서, 파스카를 지낸 후 7일을 일곱 번 지낸 다음에 지내게 된다. 그래서 ‘칠칠절’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으며, ‘7x7= 49’에서 하루를 더해 ‘오순절’이라는 이름도 나오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유다인들의 축제를 도입하여 그리스도교에서는 이날을 ‘성령 강림 대축일’로 지내고 있다.
3) 초막절(수꼿, 장막절, 추수절)
초막절은 파스카처럼 모두 7일간 지내게 되어 있는 가을 추수 축제이다. 봄철의 곡식 추수와 함께 이 축제에는 과일들(올리브, 포도, 무화과, 대추야자)의 수확에 감사한다. 이 기간 유다인들은 이집트 탈출 여정의 광야생활을 기념하기 위해 종려나무 가지로 만든 ‘초막(수카, הכס)’을 지어 거기에서 기거한다. 이 초막은 본래 집의 한 벽면에 붙여 짓기도 하고, 별도로 야외에 짓기도 하는데, 실내와 나무 밑에는 지을 수 없었다. 지붕은 짚이나 나뭇가지 등으로 엉성하게 덮어 별을 볼 수 있게 하였다.
4) 속죄일(욤 키푸르)
히브리어로 ‘속죄하다’, ‘정화하다’에 해당하는 동사는 ‘키페르(ד?כ)’이며, 속죄의 날을 뜻하는 ‘욤 키푸르(דפכ םוי)’라는 히브리어는 ‘욤(날)+ 키푸르(속죄의)’의 합성서이다. 이날은 일 년에 한 번 대사제가 이스라엘 온 백성의 죄를 대신 용서받기 위해 지성소에 들어가는 날로 유다인들이 유일하게 ‘야훼’의 거룩한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날이다. 이때 대사제는 우선 자신의 죄를 고백하여 용서를 받고, 이어 온 백성의 용서를 청하게 된다. 속죄일의 전례는 다른 전례들에 비하여 매우 독특하다. 산 염소를 끌고와서 사제가 백성의 죄를 이 염소 위에 얹고 백성들을 대신해서 죄를 짊어진 이 염소를 광야로 끌고 가 풀어 준다. 광야의 아자젤에게 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전례를 통해 백성의 죄는 공동체 밖으로 나가게 되고 백성들은 죄에서 정화되어 용서를 얻게 된다.
이날 예식을 거행하기 위해서 이스라엘은 그 이전에 이미 9일간의 참회 기간을 가지며, 10일째 되는 날 행사는 절정에 달하게 된다. 이날은 죄의 용서를 구하는 날이기에 이스라엘은 먹거나 마시지 않고 물로 씻거나 기름을 바르지도 않는다. 후대에는 애통하고 금식한다는 차원에서 이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절기, ‘티쉬 베아브(성전 파괴 기념일)’을 함께 지내게 되었다.
5) 신년 축제(로쉬 하샨나)
이 축제는 유배 이후에 이스라엘에 정착된 축제로 추정된다. 민수기 29장 1-6절과 레위기 23장 23-25절에는 등장하시만, 이스라엘 종교를 요약해 놓은 본문으로 유명한 신명기 16장 1-17절에는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해를 봄이 시작되는 시기로 정하는 현재의 관습과는 달리,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서는 새해가 가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에게 가을은, 모든 것이 말라 죽어 가는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는 생명시기이기 때문이다. 즉, 만물이 소생하는 가을을 새로운 해의 시작으로 간주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의식은 풍산을 상징하는 신들의 돌아옴이라는 신화적 표상과 연결되었고, 따라서 신년 축제는 신들이 왕좌에 등극하는 시기로 이해되었다.
이날에는 양, 염소 등의 뿔로 만든 나팔(쇼파르)을 불었는데(시편 81,4) 이는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기쁨의 환호였다. 이 축제 때는 빵을 꿀에 찍어 먹음으로써 달콤하고 행복한 새해를 기원하기도 한다.
6) 안식년(25, 2-7)
매 7년은 ‘안식년’으로서 이해에는 이스라엘의 종(탈출 21, 2-6; 신명 15, 12-18)과 채무자(신명 15, 1-11) 그리고 경작되어 오던 땅을 해방시킨다(탈출 23,10-11). 그리하여 농사를 지은 지 7년째 되는 해에는 땅을 경작하지 않았다. 땅도 쉼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이해된 관습이었다.
7) 희년(25, 8-55)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다음 해에는 희년이 시작된다. 이 희년에는 빚 때문에 땅을 잃은 원소유주에게 땅을 다시 돌려주게 되어 있었다. 이스라엘의 땅은 인간이 소유주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느님께 속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신명기는 희년이 아니라 각각의 안식년에도 빚과 저당 잡힌 것들을 탕감해 주는 제도가 있었음을 보여 준다(신명 15, 1-3). 물론 이러한 제도가 이스라엘 안에 널리 공식적으로 실천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끝으로 유다인들의 축제일이나 기념일에 봉독되는 성경을 ‘메길롯(Megillot)'이라고 하며, 모두 다섯 개의 두루마리로 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된 것 이외에도, 애가를 ’성전 파괴 기념일‘(티쉬 베아브, 아브 달 9일)’에, 에스테르기를 ‘부림절’(아다르달 13-14일)에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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