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오경VIII(민수기)
들어가면서
레위기와의 편집적 연관성
민수기 1장 1절은 “이스라엘 자손들이 이집트 땅에서 나온 그 이듬해 둘째 달 초하룻날, 주님께서 시나이 광야에 있는 만남의 천막에서 모세에게 이르셨다.”라는 표현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시작은 레위기의 시작을 연상시키는데, 이 두 책 모두 탈출기의 마지막 부분에 강조되어 있는 ‘만남의 천막’을 배경으로 연결되어 있고, 레위기의 경우처럼 이스라엘이 여전히 ‘시나이’에 자리 잡고 있음을 전제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수기는 전반적으로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체험한 사건들을 서술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광야의 여정, 즉 시나이에서 모압으로 이동하는 중에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들을 묘사해 주고 있는 것이다. 민수기의 마지막은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 문턱에 이르는 상황까지를 제시하고 있어서 그들이 기나긴 광야 여정의 마지막에 다다랐음을 알려준다(36, 13).
1. 민수기의 특징
만남의 천막을 건립한 후(탈출기), 그곳에서 어떻게 예배하여야 할지에 대해 알려 주는 것이 레위기의 내용이라면, 이제 민수기는 이집트 탈출을 통해 형성된 이 민족 공동체가 전례 규정뿐 아니라, 열두 지파의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어떻게 ‘조직화’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탈출기에서 묘사된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의 형성과 이에 대한 약속이, 민수기의 내용을 통해 조직화되고 완성되는 것이다.
민수기의 내용은 ‘법조문’들과 ‘이야기’ 형식이 공존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법조문 부분에서는 이스라엘이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법률 조항들이 광범위하게 다뤼진다. 특별히 오경의 다른 책들 안에서는 주로 일반적 차원에서의 법이 제시되었다면, 민수기에는 특정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전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안식일에 땔감을 모으는 행위(민수 15, 32-36), 여성의 유산 상속(민수 27, 1-11), 지파의 재산 상속(민수 36, 1-12) 등이 그것이다.
2. 명칭
히브리 성경에서 민수기는 ‘봐예다바르(רבדיו)’로 시작한다. 이는 “그가 말씀하셨다.”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유다인들의 회당 전통에서 민수기는 이 첫 구절 대신, ‘광야에서’라는 뜻을 가진 ‘베미드바르(רבךמב)’로 불렀다. 어떻게 해서 민수기가 이렇게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두 이름 모두 히브리어 ‘다바르(רבד)’를 공유하고 있고, 민수기의 전반적인 내용이 ‘광야에서(베미드바르)’라는 이름에 매우 상응하고 있어서 정착된 이름인 듯하다. 칠십인역은 이 책을 ‘숫자들’의 책으로 이해하였고, 그래서 나온 제목이 ‘아리스모이’이다. 이 책에서 숫자나 일람표가 자주 열거되어 있기에 파생된 이름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지파의 병력수(1,20-47), 레위 지파인원수(3,14-51), 축제일과 축제에 바칠 봉헌물의 일람표(28, 1-29, 39), 미디안 전쟁의 포획물(31, 32-52) 등 민수기는 매우 다양한 일람표와 수적 통계로 이루어져 있다.
3. 구조
민수기는 모세오경 중 전체를 개괄하기 가장 어려운 책이다. 다양한 전승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 역시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민수기의 구조를 드러내는 가장 보편적인 구분은 지리적 이동을 중심으로 구분하는 모델일 것이다.
1) 시나이 산에서(1,1-10,10)
시나이 광야 체류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인구 조사(1-4장), 성소의 봉헌(7장), 레위인들의 봉헌(8장), 12지파의
확립 등이 그 내용이다.
2) 시나이 산에서 모압으로(10, 11-21, 35)
시나이를 떠나 40년간을 방황하다 모압 땅 경계에 있는 요르단 동쪽에 다다르는 여정을 보여준다.
3) 모압에서(22, 1-36, 13)
발라암의 축복(22-24장), 이스라엘의 배신(25장), 모압 평야에서 받은 율법(28-30장), 미디안 땅 정탐(31장),
정복한 땅(32장), 이집트에서 요르단에 이르는 여정의 요약(33장)과 앞으로 정복할 땅 분할에 대한 지침
(27장; 34- 36)이 등장한다.
4. 내용
1) 시나이 산에서(1,1-10,10)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를 떠나기 이전 19일 체류 동안에 있었던 일을 다루고 있다. 인구조사(병력 동원과 행군을 위한)와 진영의 조직(1-4장)이 제시되는데 이 인구 조사에서, 레위인들(만남의 천막에서 시중드는 직무를 맡음)은 제외된다. 5-6장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법령들과 규정들이 등장하고 있으며(신체적으로 부정한 이들에 대한 처리, 손해 보상, 간음한 경우, 나지르인에 대한 법규, 사제 축복 양식 등), 7장 1절-10장 10절에서는 보다 부가적인 제의 규정들이 제시되고 있다(성막 봉헌식, 예물과 등잔, 레위인 축성과 복무기간, 파스카 시기 규정, 그들의 인도하는 구름과 나팔 신호에 대한 규정).
2) 시나이 산에서 모압으로(10, 11-21, 35)
이 부분에서는 기나긴 광야 여정이 서술된다. 출발에 관한 간략한 기록에는 행군의 전열 명단(10, 13-28), 호밥의 인도(10, 29-32), 법궤에 대한 신탁(10, 33-36)이 등장한다. 11-12장에는 만나로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이 그려지고(11장), 모세의 권위에 도전하는 아론과 미르얌의 반역이 보도된다(12장). 이어지는 13-15장은 가나안 정복을 위해 정탐꾼을 파견한 이야기를 전한다.
15장에는 전례와 관련한 규정들이 소개되고, 16-17장에서는 모세와 아론의 권위에 도전하는 코라와 다탄, 아비람의 반역이 언급된다. 18-19장은 15장에 이어 여러 율법 규정들이 소개되는데, 레위인의 직무(18, 1-7), 사제의 몫에 관한 규정(18, 8-22), 정결 예식(19장) 등이다. 이 부분의 마지막(20, 1-21, 35)은 광야를 유랑하는 동안 미르얌(20, 1)과 아론의 죽었고(20, 22-29), 백성들의 불만과 불평은 여전했지만 모세의 중재로 용서받은 내용이 보도된다. 이 부분의 마지막은 모압 땅으로의 평화로운 행진(20, 14-21; 21, 10-20)과 요르단 동쪽 지역의 정복(21, 21-22)이 묘사된다. 본격적인 땅의 정복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3) 모압에서(22, 1-36, 13)
이 부분은 이스라엘이 모압 땅에 머물고 있었을 때의 상황을 전해 준다. 이스라엘이 모압 평원에 진을 치자, 모압의 임금 발락은 두려움을 갖게 되어 점쟁이 발라암을 불러 이을 해결하려 든다. 그러나 발라암은 오히려 이스라엘을 축복한다(22-23장). 한편 이스라엘은 모압 여인들에게 빠져 브오르 신을 섬기는 반역을 저지르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집트 탈출 1세대는 반역의 세대로 평가되며 약속의 땅에 들어갈 수 없는 벌이 주어진다(25장). 이어 26장에는 두 번째 인구조사가 보도되는데, 이는 이집트에서 나온 세대가 이미 죽고, 이스라엘이 새로운 민족으로 거듭 구성됨을 상징한다. 27장과 32장에는 정복할 땅에 대한 분배가 소개되고, 28-29장에는 축제와 제물에 대한 규정이 다시 반복되며, 서원에 대한 규정(30장), 포로와 전리품에 대한 규정(31장)이 언급된다. 33장에에서는 이집트 탈출에서 요르단 동쪽에 이르는 긴 여정이 요약된다.
사실 민수기 35-36장은 일종의 ‘부록’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데, 이 안에는 레위인들의 거주지(35, 1-8), 도피 성읍(35, 9-34), 여성 상속인의 결혼(36, 1-12)등이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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