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오경VIII(민수기2)
5. 민수기의 문학적 특징과 편집
민수기는 벨하우젠 가설이 제시한 세 가지 전승(J/E/P)의 집합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들은 중복되거나 모순되지 않는 일관된 편집을 보여 주는데, 물론 이러한 최종 편집 작업은 제관계 학자들의 결실로 보인다.
1) 야훼계와 엘로힘계 전승
야훼계 전승과 엘로힘계 전승은 시나이 산에서 모압에 이르는 동안의 광야 여정을 첫 세대의 일화(즉, 이집트 탈출
사건) 를 통해 설명하고 있고, 이로써 자신들의 삶을 재조명한다.
2) 제관계 전승
민수기에 등장하는 법적 자료들은 제관계 편집자에 의해 수집되고 정리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들은 자신들이 실제적으로
실행 하고 있는 제도들의 기원을 광야 여정 중에 발생한 것으로 설명함으로써, 그 제도들의 정통성과 고대성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1) 이야기 문체
시나이에서 체류를 보도하는 민수기의 첫 부분(1,1-10, 10)에는 이야기 문체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두 번째 부분에 들어서면서 출발에 관한 보도(10, 13-36), 미르얌과 아론의 반역(11-12장), 정찰대 이야기(13-14장), 코라와 다탄, 아비람의 반역(16-17장), 광야를 유랑하는 동안 백성들의 불만과 하느님의 기적(20, 1-13) 등이 이야기 문체로 되어 있다. 섯째부분에서는 요르단 동쪽의 정복과 정착 보도(20, 14-21, 35;31-32장), 일부 운문 부분을 제외한 발라암 이야기(22-25장), 후계자 여호수아의 임명(27, 12-23)등이 이에 속한다.
(2) 법률문과 통계문체
민수기의 첫 부분은 주로 율법과 통계적 목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레위인들의 수와 임무(1-4장), 문둥병, 간음 등의 부정을 추방하는 법(5장), 나지르인에 대한 규정(6,1-21)과 사제(레위인)의 축복(6, 22-27), 각 지파 대표들이 성소에 바친 예물(7장), 레위인 성직 임명을 위한 지시들(8장), 파스카 규정(9장), 나팔 신호규정(10,1-10)이 그것이다. 둘째 부분은 여러 가지 전례 규정들(15장), 레위인의 직무(18,1-7), 사제의 몫에 관한 규정(18, 8-32), 그리고 정결예식(19, 1-22)등을 소개한다. 섯째 부분에서 법류문과 통계 문체에 해당되는 내용은 2차 인구 조사(26장), 아들이 없는 경우의 유산 상속법(27, 1-11;36장), 축제 규정(28-29장), 여인들의 서원규정(30장), 이집트에서 모압에 이르는 여정(33, 1-49), 가나안 땅의 분할과 경계(33, 50-35,8), 살인자의 도피성읍(35, 9-34)등이다.
이러한 두 가지 문체에 간간히 삽입되어 있는 문체는 ‘시문’이다. 발라암의 신탁에 속해 있는 시문들(23, 7-10. 18-24; 24, 3-9. 15-24), 고대 본문들에서 유래된 시들이 여기에 해당하며, 특별히 우물의 노래(21, 17-18), 헤스본을 대적한 노래(21,27-30)가 그 대표적이다.
6. 신학적 주제들
민수기는 오경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편집 당시의 현안들에 대한 일종의 신학적 정리를 제시하고 있다. 민수기가 묘사하고 있는 ‘약속된 땅을 향한 여정’을 통해 최종 편집자는, 유배 중에 신음하고 있던 이스라엘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하였던 것이고, 그 여정 중에 발생한 반역과 불충의 모습을 통해, 유배인의 원인을 신학적으로 해석하려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저주 받고 버림받았다는 좌절 속에 빠져 있던 유배 중의 이스라엘에게, 광야의 모진 여정 중에 ‘함께 현존하시던 하느님’을 부각시킴으로써 유다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촉구하였던 것이다.
(1) 이스라엘 민족의 체계화
민수기는 광야에서의 여정 안에 두 번의 인구조사(1장; 26장)와 각 지파들의 조직 편성, 각 제도들의 공식화 등을 편입시킨다. 첫 번째 인구 조사에 의하면 전투에 나설 수 있는 남성만도 육십만 삼 천오백오십명이었다(1, 46참조). 물론 역사적 신빙성을 확인할 수 없는 규모이지만, 이를 통해 저자(편집자)는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바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실현되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러한 조사들을 통해 민수기는 모세에 의해 하나의 ‘민족 공동체’로 형성된 이스라엘이 이제 대단위 규모를 갖춘 ‘조직적 민족 공동체’로 거듭났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레위기에 이어 각종 전례 규정을 제천명함으로써 이스라엘은 ‘예배 공동체’임을 확실히 부각시키고, 각 지파들의 지도자들과 행정 조직의 편성을 통해 ‘행정 공동체’로서의 면모도 드러낸다.
(2) 일상에 대한 체계적 정립
위에서 제시된 내용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이스라엘 전반에 대한 정립이었다. 민수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이스라엘의 사소한 삶의 규정들, 제도들을 정립하고 이를 소개하였다는 점이다.
민수기에 제시된 구체적인 법 규정들은 레위기의 율법들을 재천명하거나 다시금 강조하고 있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민수기는 레위기의 연속 혹은 보완이라고 볼 수 있다. 편집자는 이러한 각종 세부 규정들이 하느님에 의해 주어졌음을 강조함으로써 이스라엘 삶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하느님의 말씀에 근거해 형성되었음을, 그리하여 이스라엘은 하느님에 의해 사소한 부분까지 통치되는 민족이라는 이해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3) 하느님의 현존
창세기의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조상들의 하느님이 되어 주신 분이었다면, 탈출기의 하느님은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그들을 해방하시는 구원자 하느님이셨다. 레위기에서는 이러한 하느님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스라엘이, 하느님을 여배 하는 ‘예배공동체’임을 강조하였고, 이제 민수기에서는 이 공동체의 여정 안에 ‘늘 함께 현존하시는 하느님’이 제시된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안에 함께하시면서 그들과 함께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 위한 고통의 여정에 동참하신다. 만남의 천막을 뒤덮고 있던 구름은 언제나 그분의 현존을 가시적으로 드러내 주는 징표였다(9, 19-22;10, 11-12.34참조).
하느님의 이러한 현존은 인간에게 위로를 주는 동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민수기는 특별히 이스라엘 백성의 터져 나오는 불평과 아론, 미르얌, 코라, 다탄, 아비람 등의 반역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는 자신들 안에 함께 계신 하느님의 존재를 망각한 결과였다. 이 모든 반역은 모세의 중재를 통해 하느님께 용서를 받지만, 거룩하신 하느님을 공동체 안에 현존하시도록 하려면 이스라엘은 계속적으로 거룩함을 유지해야 하고, 철저한 믿음을 가져야 함을 강조한다.
최종 편집자였던 제관계 학자들의 영향으로 볼 수 있겠지만, 민수기가 묘사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전쟁, 혹은 국제 정치력에 의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민족이 아니라 경신례와 이를 통한 정결 상태(거룩함)를 통해 안전한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민족이었던 것이다.
※ 참고문헌: 모세오경, 김혜윤, 2005, P.18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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