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오경IX(신명기)
5. 구조
신명기는 세 가지 설교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세의 연설로 되어 있는 1-30장은 이전에 소개된 율법들을 다시금 수렴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부록 31-34장은 모세의 최후 이야기를 전해준다.
모세의 첫째 설교(신명 - 역사적 회고(호렙에서 모압에 이르기까지)
모세의 둘째 설교(신명 4, 44-48,69) - 법령 규정들에 대한 해석(신명기 법전: 12-26장)
모세의 섯째 설교(신명 29-30장) -선택- 계명을 성실히 받아들이라는 격려
모세의 마지막과 죽음(신명 31-34장) -모세의 마지막 축복, 죽음
6. 내용
1) 첫째 설교(1,1-4,43)
가나안 땅을 눈앞에 둔 지점, 즉 요르단 강 건너편에 도달한 이스라엘에게 모세는 호렙(시나이)에서 시작한 광야의 대장정을 회고한다(1-3,11). 정복된 요르단 건너편의 땅은 르우벤과 가드 지파, 그리고 므나쎄 지파의 반쪽에 나누어 주었다(3, 12-22). 첫째 설교 마지막에 모세는 하느님의 법을 선표하고(4,1-14), 십계명의 전반부(하느님과의 관계에 대한)를 풀이해 주면서 이러한 규정을 따라 살면 약속의 땅에서 오래 살 수 있음을 강조한다(4, 15-31). 하느님께서 명하신 일을 충실히 따를 것을 거듭 강조하고 (4, 32-40), 도피 성읍 제도를 언급한다(4, 41-43).
2) 둘째 설교(4,44-28,69)
둘째 설교는 약속의 땅에서 이스라엘이 지켜야 할 하느님의 계명과 규정들을 자세히 소개한다. 모세는 시나이 계약의 핵심 계명인 십계명을 들려준 후 (5, 6-21), 호렙에서의 신현(5, 22-23), 이집트에서의 해방(6, 12. 21-23; 7,18; 8,14; 9,7 등), 금송아지 사건(9, 7-29)등을 회고한다. 이 부분에서는 특히 ‘원신명기’라고도 불리는 신명기 법전이 소개되는데(12-26장), 이 법전 안에는 예배와 거룩한 것에 대한 규정(12, 2-16, 17), 신정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와 규범들(16, 18-18,22), 형벌에 대한 규정들(19, 1-21;21, 1-9)등이 제시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약속의 땅에 들어간 다음 제일 먼저 실천해야 할 계약 갱신에 관하여 설명하고(27, 1-26), 이모든 것을 성실히 수행할 경우 받게 될 축복과 따르지 않을 경우에 받게 될 저주를 선언한다(28장).
3) 셋째 설교(29-30장)와 부록(31-34장)
29-30장은 모세의 마지막 설교로서, 지나간 역사를 교훈으로 삼으라는 가르침과 이스라엘의 선택을 강조하는 격려로 되어 있다. 31-34장은 일종의 부록으로서 모세의 죽음과 후계자 여호수아의 임명(31, 2-8), 계약 갱신 예식에 대한 규정(31, 9-13), 계약의 궤에 율법서를 보존하는 방법(31, 24-29)등을 보도한다. 모세는 마지막 축복을 드린 후(33, 1-29) 느보 산으로 올라가 약속의 땅을 바라본다(34, 1-4). 산에서 내려온 후 모세는 여호수아에게 안수하고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는 벳 프오르 맞은 편 골짜기에 묻히게 된다(34, 5-8).
7. 신학적 주제들
신명기의 신학적 메시지는 한분이신 하느님, 하나인 백성, 하나인 전례, 축복과 저주라는 주제로 요약될 수 있다.
1) 한분이신 하느님
이스라엘 전통 신앙 고백문인 ‘쉐마’(6,4-9)는 한분이신 하느님을 천명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고백이 엄밀한 의미에서의 유일신론적 고백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혼합 종교적 형태에 대한 단호한 부정과 이스라엘 내부에 존재하던 여러 형태의 야훼 신관에 대한 정리를 시도한 부분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를 통해 신명기는 도처에 산재한 사이비 전통들과 신관을 단일화하게 된다.
2) 하나인 백성
하느님의 단일성은 그분 백성의 단일성에 상응한다. 이러한 주제와 연결되는 신학적 모티프는 ‘선택’이다. 한분이신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이라는 하나의 백성을 선택하셨다(7, 7-8참조). 그것은 이스라엘의 외부적 조건이 좋아서가 아니라 오로지 그분의 사랑으로 인한 것이었고, 이러한 야훼의 조건 없는 선택은 조상에게 주신 그분의 선물이자 약속의 성취였다.
3) 하나인 전례
하느님이 단일서은 백성의 단일성뿐 아니라 전례의 단일성도 동시에 요구한다. 신명기는 야훼께서 당신의 이름을 두시기 위해서 약속의 땅에 있는 한 장소를 선택하셨음을 분명히 한다(12, 14;15,20;16,2 등). 그렇게 ‘야훼께서 선택하신 곳’은 백성들이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가 될 것이며, 신명기는 이러한 표현을 통해 전례의 중앙 집중화의 신학적 근거를 분명히 제시한다.
한분이신 하느님, 하나인 백성, 하나인 전례라는 신명기의 주제는 신명기 자체 안에서도 그 흔적을 뚜렷이 찾아볼 수 있다. 먼저 한 분이신 하느님에 대한 천명은 쉐마 본문인 신명기 6장 4-5절에 제시되고, 12장 2-12절에서는 이 한 분이신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합법적 장소 역시 한 곳임을 천명하며, 이러한 예배 중 가장 으뜸가는 축제는 파스카 축제임을 16장 1-8절에서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4) 축복과 저주(인과율적 사고)
이상의 내용들을 성실히 지키면 축복을 받고, 불순종하면 저주를 받는다는 입장은 신명기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중요한 역사관이다. 즉, 바른 행위를 하면 축복을 받고 악한 행위를 하면 벌을 받는다는 인과율적 사고가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신명기뿐 아니라 신명기계 역사서 전체를 관통하는 사고이며, 더 나아가서는 이스라엘의 전통의식이라고 일컬어지는 ‘신명기적 사고’의 주류를 이루는 의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와 더불어 생각할 수 있는 주제가 ‘질투하시는 하느님(엘칸나, אנק לא)’이다(6,15). 여기서 표현된 질투 (칸나,אנק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개념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축복을 주시고 인간과의 계약에 성실하신 만큼, 이스라엘도 하느님께 성실할 것을 요청 하는 의미를 띤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이 크고 신실한 만큼 이스라엘 역시 당신과의 관계에 신실하기를 원하신다. 그런데 신명기는 이러한 계약이 어긋났을 때 오는 고통을 ‘질투’라는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느님을 향한 일관된 마음에 균열이 생길 때 하느님의 ‘질투’는 시작된다. 그런데 신명기가 언급하는 ‘질투’는 단순히 한쪽의 불성실 때문에 초래되는 부정적 감정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것은 상대의 불성실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성실할 수밖에 없는 사랑의 일관성을 말하며, 그토록 진실하고 정직한 사랑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불공평한 사랑에 대한 고통을 담고 있다. 즉 상대의 불성실을 고발하며 손상된 자존심으로 보복을 계획하는 것이 인간들의 질투라면, 하느님이 질투는 상대의 불성실 때문에 더 성실하게 사랑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는 ‘역설적 마음’인 것이다. 이러한 역설적 사랑은‘passion'이라는 말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passion’이 복음서에 적용될 때는 ‘예수님의 수난’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 이 말은 ‘열정’과 ‘격정’으로 번역된다. 결국 예수님의 수난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열정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수난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관계의 신실함 여부에 의해 축복과 저주의 결과가 결정되는 일종의 ‘인과율적 사고’ 역시 여호수아기부터 열왕기 상.하권까지의 신명기계 역사서가 제시하는 기본 사상이기도 하다. 계약에 대한 순종은 국가적인 축복을, 불순종은 심판을 초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북 이스라엘과 남유다의 붕괴는 이 두 왕국에 대한 하느님의 ‘멸망’이 아니라 일종의 ‘심판’이었음이 분명히 드러난다.
※ 참고문헌: 모세오경, 김혜윤, 2005, P.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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