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줍기(창세기)

침묵하는 현자 요셉

마리아 아나빔 2011. 5. 26. 09:05

 

 

요셉의 이야기를 마무리 하면서...

 

 

 

 

출애굽 사건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요셉 이야기는

 욥기나 잠언, 그리고 전도서 등과 함께 구약의 지혜문학에 속하며

요셉은 지혜문학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제시하는 침묵하는 현자이다.

 

그는 어떤 역경에서도 조용히 침묵한다.

노예로 팔려갈 때도,

투옥당할 때에도,

억울하다고 소리치지 않으며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던

형제들을 이국땅에서 만난 첫 순간에도 지혜롭게 감정을 절제한다.

요셉의 침묵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가르쳐 준다.

하느님의 섭리는 형제들의 갈등, 살인과 투옥, 여인의 유혹, 권력의 위험, 기근, 보복의 불안 등, 모든 세상사를 지배한다.

 

 

인간의 악은 조화와 질서를 파괴하지만

하느님의 섭리는 그것마저도 이용하여 선을 이끌어내신다.

우리 의 눈에는 절망으로 보이는 어떤 불행일지라도 섭리 안에서는 새로운 축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인간사에서 이런 섭리를 분명하게 알아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건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우리의 지혜로써가 아니라

하느님의 선하심과 전능하심에 대한 신앙으로써 이 섭리를 믿는 것이다.

 

 

요셉의 이야기에서와 같이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하느님의 섭리는 아주 오랜 뒤에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어쩌면 인간의 눈에는 영영 드러나지 않고 마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의 전 존재와 삶은 하느님의 손 안에 있다.

하느님은 당신을 믿고 의지하는 자들에게 보다 큰 선을 이루어 주시려고 만사를 사랑으로  안배하신다는 것을 믿고

그분의 처사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법을 우리는 요셉의 이야기에서 배워야겠다.

 

 

 

 

 

- 성서의 길을 따른 여정, 생활 성서사, 1997, p.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