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길잡이
들어가면서
레위기는 모세오경 가운데 세 번째 책이다. 그래서 레위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짧게 모세오경의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모세오경이란 히브리말로 ‘토라’ 또는 그리스어로 ‘펜타튜코스’(다섯 개의 두루마리를 담은 그릇)이라고도 하는데 삶의 전반에 대한 하느님의 방향제시, 가르침, 규범으로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도리와 가르침을 제시한 책이다. 그렇다고 모세오경이 율법으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구약성서가 그러하듯이,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인류구원 역사를 그들의 문화와 종교와 역사적 배경아래 설화와 율법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므로 모세오경은 하느님께서 사람을 생명과 사랑으로 이끌기 위한 일종의 지침서라 또는 사랑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경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에 의한 인류 구원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 따라서 오경에 속한 레위기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혀져야 할 것이다.
창세기와 탈출기에 이어지는 레위기는 오경의 전반적인 내용의 흐름 속에 이어지고 있다. 즉 오경에서 강조되고 있는 두 가지의 주제는 ‘두 가지의 창조’라 할 수 있는데, ‘세상의 창조’이로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의 창조’이다. 창세기 안에서 하느님은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모세를 통해, 흩어져 있던 민족을 한데 모아 이스라엘이라는 공동체를 새로이 형성하신다.(탈출기- 신명기)
이집트 탈출 사건의 궁극 목적은 ‘내 백성을 예배드리게 하는 것’ 이었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탈출기 후반부는 하느님과 계약이 체결된 이후, ‘성막을 건립하는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다. 성막이 완성된 이후에는 하느님의 영광이 구름 형상으로 드러났음을 묘사함으로써, 성막이 가지는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성막에서 드릴 각종 예배의식과 절기에 대한 사항들이 소개되어 책들이 레위기, 민수기 , 신명기이다.
특히 탈출기에 바로 등장하는 레위기는 그 시작을 “주님께서 모세를 부르신 다음, 만남의 천막에서 그에게 말씀하셨다”(1,1)라고 언급함으로써, ‘성막’을 모티브로 한 탈출기 후반부와 레위기 사이의 연속성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창세기와 탈출기를 연결시킨 편집의 흔적을, 탈출기의 마지막과 레위기의 첫 부분에서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두 책은 동일한 장소적 배경을 통해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탈출기 후반부에 등장하는 율법규정들과 레위기의 규정들은 모두 시나이 산에서 받은 것들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1. 레위기란(명칭)
이 책의 명칭에 대해서는 히브리어로는 레위기에서 처음 등장하는 히브리어 ‘봐이크라’로서 ‘그가 부르셨다’라는 뜻이다. 즉 이것은 이스라엘이 어떤 소명에로 ‘부르심’을 받았는지가 레위기 전체 내용임을 암시하는 제목이다.(거룩한 백성으로 부르심 받음) 칠십인역 성경에서는 ‘레위티콘’이라는 제목으로 부르고 있는데, 이는 ‘레위들의’, ‘레위 지파의’라는 의미로 이 책이 레위인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제시한다. 아마도 레위인들의 직무와 관련된 여러 전례 규정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그래서 우리말 성경 이름인 ‘레위기’도 사제역할을 맡은 레위인들이 해야 할 예배와 규정을 다룬 책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할 수 있다.
(모세오경의 각권은 명칭을 가지고 있는데, 히브리어 문화권에서는 주로 그 작품에 등장하는 첫 번째 단어를 제목으로 삼는 반면, 그리스어 문화권에서는 내용상 부각되거나 강조된 단어를 선정하여 제목으로 삼았다. ex:
히브리어 명칭 그리스어 명칭
창세기 베레쉬트(한 처음에) 게네시스(창세기)
탈출기 붸엘레 쉐뫁(이름들은 다음과 같다) 엑소도스(탈출, 떠나옴)
레위기 봐이크라(그가 부르셨다.) 레위티콘(레위들의)
민수기 봐예다바르(그가 말씀하셨다) 아리스모이(숫자들)
신명기 엘레핟데바림(말씀들은 다음과 같다) 듀테로노미온(두 번째 법)
2. 누구에 의해 언제 쓰여졌는가?(저자 및 편집연대)
레위기는 주로 제관계 전승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전승은 유배(바빌론 유배- 기원전 500년) 중 그리고 유배이후 이스라엘 사회의 중심 세력으로 부상했던 예루살렘의 사제들에 의해 써여졌다고 추정한다. 따라서 이 책이 최종적으로 편집된 것은 유배이후(400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 왜 쓰였나
이 예루살렘 사제들은 유배와 귀환의 혼란 속에서 그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이스라엘을 건립하고자 했던 이들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신분에 맞게 ‘성전 재건’과 ‘모세의 율법’ 그리고 ‘전례 강화’에 주력함으로써 새 이스라엘을 구축하고자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들은 전례와 율법에 대한 이스라엘의 고유한 전승들을 수집하고 이를 편집하여 레위기를 환성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성전 재건에 주력하였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성전에서 거행될 제사 규정들에 관심을 자질 수밖에 없었고, 내용들은 어느 한 인물에 의해 제창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거행되어 온 이스라엘의 종교적 관습들을 제관계 학자들이 수집하고 종합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제관계 학자들은 그들이 거행하고 있던 모든 예식들의 기원을 모세 시대까지 소급함으로써 이스라엘이 본래적으로 전례를 중심으로 재구성된 ‘예배- 계약 공동체’임을 거듭 강조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에게는 가장 읽기 곤란하고, 읽어도 재미없고,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를 성경, 그러나 레위기는 구약 성경에서 제일 중요시된 성경이고 유다인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성경으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민족들이 유교적 문화 안에서 제사를 중요하게 여겨오고 예법을 중요하게 생각했듯이, 유다인들도 야훼 하느님을 섬기는 제사의식을 중요하게 여겨왔고, 그래서 일찍부터 제사드리는 방법과 절차에 관한 규정을 발전시켜왔다. 특히 후대에 와서 나라가 (이민족의 유배시절 바빌론- 폐르시아) 많은 고난을 겪게 되자, 하느님께 선택받은 백성답게 거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깊이 자각하게 되었다.(부르심) 그래서 하느님의 뜻에 맞는 거룩한 생활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각종 제사의식과 깨끗하고 거룩하게 사는 구체적인 생활 지침을 마련하게 되었다.
유다인의 전례서라 할 수 있는 레위기는 형식적인 제사 규칙을 담은 규정집이라기보다는 하느님을 올바로 섬기고 거룩하게 살기 위한 길(토라의 근본정신)을 제시한 성경으로 쓰여진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전례도 바로 이런 것으로 마련된 것이다.
4. 내용과 구조
레위기는 모두 다섯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부분들 중 처음 세 부분에 해당되는 전반부(1-15장)는 제관계 전승에 속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고, 후반부(17-26장, 부록 제외)는 성결 법전에 속하는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1-7장: 희새제사에 대한 규정들(다섯가지 제사: 번제, 곡식제, 친교제, 속죄제, 보상제)
8-10장: 사제들에 대한 규정들(첫 제물 봉헌 및 사제 축성예식)
11-16장: 정결에 대한 규정들(신체적 부정을 씻는 법)
17-26장: 성결법전(혹은 성화법): 윤리적 부정을 씻는 법
27장: 부록
5. 신학적 주제
- 거룩함- 하느님 현존
성막이라는 동일한 주제로 연결되어 있고, 이 것은 오경 편집자에게 매우 중요한 주제였고, 성막은 하느님의 현존이 가시화되는 장소였다. 성막을 통해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공동체 안에 하느님께서 현존하고 계심을 확신하였던 것이다.
레위기의 대 주제는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19,2)가 어느 부분보다 강조되고 있다. 또한 하느님께서 거룩하시다면 한 공동체를 이루는 이스라엘 역시 거룩해야 한다. 그들은 피를 먹지 말아야 하고, 남녀 간의 성관계에서도 거룩함을 유지해야 한다. 사제들 역시 제사를 봉헌하는 이들인 만큼 정결함을 유지해야 한다. 제사에 바치는 제물 역시 흠이 없어야 하고, 이스라엘은 하느님께서 주신 여러 예식들, 안식일 파스카 무교절들 등 잘 지켜야 한다.
- 기억과 기념으로 전례
내가 누구인지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기억하지 못했을 때, 하느님이 없이 사는 삶, 즉 죄의 삶이 시작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성경은 하느님 없이 살게 하는 ‘망각’을 가장 결정적인 죄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 레위와 그리스도의 제사
신약성경 히브리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제사의 의미를 레위기가 제시하는 각종 제사들에 비추어 신학적으로 설명해 준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죄없으신 분이기에, 백성들의 제사을 드려주기 위해 자신의 죄를 먼저 속죄해야한 사제들과 달랐다. 예수께서는 죄 없으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죄를 덮어 쓰시고 희생제물로 당신 자신을 봉헌하신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따르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하셨듯이 매일의 삶 안에서 하느님께 드리는 제물로 자신을 봉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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