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길잡이
들어가면서
레위기에 이어 나오는 민수기는 구약성경과 오경의 네 번째(두루마리)이다.
오경의 흐름 안에서 먼저 보면, 성막의 건설 이야기로 끝났던 탈출기에 이어, 레위기는 완성된 성막에서 거행될 제의와 그 밖의 종교 규정이 기록되었다면, 이어지는 민수기는 다시 시작되는 광야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광야의 끄트머리에서 다시 되돌아본 이야기가 신명기의 이야기가 된다. 이렇듯 오경은 하나의 긴 이야기이다.
민수기 1장 1절은 “이스라엘 자손들이 이집트 땅에서 나온 그 이듬해 둘째 달 초하룻날, 주님께서 시나이 광양에 있는 만남의 천막에서 모세에게 이르셨다.”라는 표현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시작은 레위기의 시작을 연상시키는데, 이 두 책 모두 탈출기의 마지막 부분에 강조 되어 있는 ‘만남의 천막’을 배경으로 연결되어 있고, 레위기의 경우처럼 이스라엘이 여전히 ‘시나이’ 에 자리 잡고 있음을 전제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수기는 전반적으로 이스라엘이 시나이 광야에서 모압으로 이동하는 중에 체험한 여러 사건들을 서술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즉 시나이 광야의 에서, 약속의 땅 입구 모압 벌판까지 이르는 이스라엘 백성의 여정을 기록한 성경이다. 이러한 민수기의 마지막은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 문턱에 이르는 상황까지를 제시하고 있어 그들이 40년이란 기나긴 광야 여정의 마지막에 다다랐음을 알려준다.
EX) 이집트(해방) > 홍해 > 광야> 시나이(계약과 율법) > 광야 > 요르단 강 >
가나안 약속의 땅
민수기의 특징으로, 성막을 건립후(탈출기), 그곳에서 어떻게 예배하여야 할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레위기의 내용이라면, 이제 민수기는 이집트 탈출을 통해 형성된 이 민족 공동체가 전례 규정뿐 아니라, 열두 지파의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어떻게 ‘조직화’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탈출기에서 묘사된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의 형성과 이에 대한 약속이, 민수기의 내용을 통해 조직화되고 완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민수기는 ‘법조문’들과 ‘이야기’ 형식이 공존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법조문 부분에서는 이스라엘이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법률 조항들이 광범위하게 다뤼진다. 오경의 다른 책들 안에서 주로 일반적 차원에서 법이 제시된다면, 민수기에는 특정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전해주고 있다.
EX) 안식일에 땔감을 모으는 행위, 여성의 유산 상속, 지파의 재산 상속 등.
1) 민수기의 명칭
유다인들은 이 책을 ‘브미드바르(광야에서)’라고 부르는데, 이 이름은 하느님께서 성조들에게 약속하신 후손과 땅의 복을 받기 전에 거쳐야 할 시련의 장인 광야체험을 초점으로 삼았음을 보여준다.
그리스어와 라틴어 역본에서는 ‘아리트모이’와 ‘누메리’라 부르는데, 그 이유는 여러 번의 인구 조사, 병적 조사 등 유난히 숫자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수’라는 글자가 들어간 단어를 책의 제목으로 정했다. 우리말 성경 ‘민수기’도 이러한 그리스어 역본의 성경 이름에 따른 중국어 성경 이름에서 나왔다.
EX) 이스라엘 백성의 수가 불어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후손 번성의 강복이 이루 어 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징표이다.
2) 언제 어떻게 쓰여 졌는가?(저작연대와 작가)
민수기는 세 부류의 작가들에 의해 쓰여진 것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그 세 부류란 야훼계(예루 살렘 솔로몬 궁전의 서기관들/ 950년), 엘로힘(북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엘리야 아모스, 호세아/750년), 그리고 제관계(예루살렘의 사제들/500)에 의해 집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중복되거나 모순되지 않는 일관된 편집을 보여 주는데, 그것은 이 모든 것을 예루살렘의 사제들(제관계)이 최종적으로 편집했기 때문이다.
EX) 야훼계(예루 살렘 솔로몬 궁전의 서기관들)과 엘로힘은 시나이 산에서 모압에 이르는 동안의 광야 여정을 첫 세대의 일화(즉 이집트 탈출 사건)를 통해 설명하고 있고, 이로써 자신들의 삶을 재조명했다.
제관계(예루살렘의 사제들): 법적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였다. 이들은 그들 자신들이 실제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제도들의 기원을 광야 여정 중에 발생한 것으로 설명함으로써, 그 제도들과 정통성과 고대성을 의도적으로 부각했다.
3) 왜 민수기를 썼는가?
민수기에는 하느님 백성답게 살기 위해 주어지는 각종 율법 규정들과 함께 시나이 광야에서 모압 평원에 이르는 광야 체험기이다. 그런데 민수기의 광야체험기는 탈출기의 광야 이야기와 달리, 하느님이 세워주신 지도자 모세와 하느님을 시험하고 불평하는 소리가 높다. 하느님은 이러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물과 양식을 주시며 인도하시지만, 계속 불평하고 거역하는 백성들을 처벌하시기도 한다. 그 결과 이집트를 떠난 이스라엘 백성 중 두 사람을 제외하고 아무도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는 벌을 받는다.
그럼으로 성경은 민수기를 통해 믿는 이들이 언제 어떠한 처지에 있더라도 충실하신 하느님을 끝까지 신뢰하고 그분의 뜻에 순종해야 함을 알려준다. 또한 하느님과 백성의 중개자인 모세를 통해 참된 지도자의 모습과 그 길도 함께 일러 준다.
4) 민수기의 구조
민수기는 오경 중 전체를 개괄하기 가장 어려운 책이다. 다양한 전승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민수기의 구조를 드러내는 가장 보편적인 구분은 지리적 이동을 중심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1-10,10: 탈출기, 레위기에 기술된 제도들의 설정을 완료하는 내용
(시나이산에서/ 19일간 채류)
10, 1-22,1: 이스라엘이 광야에서ㅓ 40년간 방랑하는 기간 중에 일어나 일을 기술
(시나이 산에서 모압으로/약 39년간 소요)
22,2-36,13: 이미 정복한 땅과 앞으로 정복할 당에 대한 지침
(모압 벌판에서/ 약 5개월간 체류)
5) 보충코너 - 광야
- 광야: 이스라엘의 신앙의 못자리
홍해를 건넌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 길을 걷게 된다. 이 광야 여정은 가나안 땅에 들어갈 때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광야 체험은 이스라엘의 신앙의 여정에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 광야는 어떤 곳?
광야는 사막과 다르다. 사막은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완전히 모래밭이 된 땅으로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다.(예: 사하라) 그러나 근동의 대부분 지역은 광야이다. 광야는 거친 돌산과 메마른 땅이긴 하지만 우기에 제법 비가 오기에 아카시아 나무와 일부 식물들이 자랄 수 있다.(베두인족 양과 염소를 방목)
- 이스라엘에게 광야는?
광야는 야생 동물들만 사는 황량한 곳으로 다윗 같은 도피자의 피신처, 세례자 요한 같은 예언자의 시험터로 등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광야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을 처음 만나 첫 사랑을 나눈 보금자리로 기억된다. “이제 나는 그 여자를 달래어 광야로 데리고 가서 다정히 말하리라.”(호세 2, 16)
【 민수기에 나오는 광야 생활의 특성】
- 하느님의 특별한 돌보심
“그들은 주님의 분부에 다라 진을 치고, 주님의 분부에 따라 길을 떠났다.”(9,23)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야훼 하느님만이 그들을 구원해 주실 분이라는 믿음을 배우고 고백한다. 민수기에는 광야에서 겪은 9번 이상의 위기가 제시되는데, 그때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중재를 통하여 구원의 손길을 펼친다.
- 이스라엘 백성의 불신과 불평
민수기의 광야 유랑에서 부각되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계속된 불평과 완고함이다. 하느님은 이러한 이스라엘을 계속 용서하며 당신의 백성이 되는 여정으로 이끌어 가시는 하느님의 은혜가 강조된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시나이 산 계약을 통해 당신 백성으로 삼으셨으나, 아직 그들 자신은 하느님 백성다운 면모를 갖추지 못했다. 그들은 생존의 차원이 아니라 더 편해지기 위해 불평한다. 매일 만나를 양식으로 받으면서도 이집트의 고기 남비를 그리워하고, 그들을 탈출시키신 하느님의 뜻과 사랑을 왜곡하며, 하느님께서 세우신 모세의 권위 등에 불평한다.
민수기가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하느님께서는 죄인들로 이루어진 백성을 선택하셨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이 광야를 횡단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우수했거나 지도자가 휼륭했기때문이 아니다. 다만 한결같으신 사랑으로 함께 하시고 한번 맺으신 약속에 충실하신 하느님 덕분이다.
5) 신학적 주제들
민수기도 오경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당시의 현안들에 대한 일종의 신학적 정리를 제시하고 있다. 즉 ‘약속된 땅을 향한 여정’을 통해 최종 편집자는, 유배 중에 신음하고 있던 이스라엘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하였던 것이고, 그 여정 중에 발생한 반역과 불충의 모습을 통해, 유배인의 원인을 신학적으로 해석하려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저주 받고 버림받았다는 좌절 속에 빠져 있던 유배 중의 이스라엘에게, 광야의 모진 여정 중에 ‘함께 현존하시던 하느님’을 부각시킴으로써 유다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촉구하였던 것이다.
(1) 이스라엘 민족의 체계화
민수기는 광야에서의 여정 안에 두 번의 인구조사(1장; 26장)와 각 지파들의 조직 편성, 각 제도들의 공식화 등을 편입시킨다. 첫 번째 인구 조사에 의하면 전투에 나설 수 있는 남성만도 육십만 삼 천오백오십명이었다(1, 46참조). 물론 역사적 신빙성을 확인할 수 없는 규모이지만, 이를 통해 저자(편집자)는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바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실현되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러한 조사들을 통해 민수기는 모세에 의해 하나의 ‘민족 공동체’로 형성된 이스라엘이 이제 대단위 규모를 갖춘 ‘조직적 민족 공동체’로 거듭났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레위기에 이어 각종 전례 규정을 제천명함으로써 이스라엘은 ‘예배 공동체’임을 확실히 부각시키고, 각 지파들의 지도자들과 행정 조직의 편성을 통해 ‘행정 공동체’로서의 면모도 드러낸다.
(2) 일상에 대한 체계적 정립
위에서 제시된 내용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이스라엘 전반에 대한 정립이었다. 민수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이스라엘의 사소한 삶의 규정들, 제도들을 정립하고 이를 소개하였다는 점이다.
민수기에 제시된 구체적인 법 규정들은 레위기의 율법들을 재천명하거나 다시금 강조하고 있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민수기는 레위기의 연속 혹은 보완이라고 볼 수 있다. 편집자는 이러한 각종 세부 규정들이 하느님에 의해 주어졌음을 강조함으로써 이스라엘 삶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하느님의 말씀에 근거해 형성되었음을, 그리하여 이스라엘은 하느님에 의해 사소한 부분까지 통치되는 민족이라는 이해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3) 하느님의 현존
창세기의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조상들의 하느님이 되어 주신 분이었다면, 탈출기의 하느님은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그들을 해방하시는 구원자 하느님이셨다. 레위기에서는 이러한 하느님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스라엘이, 하느님을 여배 하는 ‘예배공동체’임을 강조하였고, 이제 민수기에서는 이 공동체의 여정 안에 ‘늘 함께 현존하시는 하느님’이 제시된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안에 함께하시면서 그들과 함께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 위한 고통의 여정에 동참하신다. 만남의 천막을 뒤덮고 있던 구름은 언제나 그분의 현존을 가시적으로 드러내 주는 징표였다(9, 19-22;10, 11-12.34참조).
하느님의 이러한 현존은 인간에게 위로를 주는 동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민수기는 특별히 이스라엘 백성의 터져 나오는 불평과 아론, 미르얌, 코라, 다탄, 아비람 등의 반역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는 자신들 안에 함께 계신 하느님의 존재를 망각한 결과였다. 이 모든 반역은 모세의 중재를 통해 하느님께 용서를 받지만, 거룩하신 하느님을 공동체 안에 현존하시도록 하려면 이스라엘은 계속적으로 거룩함을 유지해야 하고, 철저한 믿음을 가져야 함을 강조한다.
최종 편집자였던 제관계 학자들의 영향으로 볼 수 있겠지만, 민수기가 묘사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전쟁, 혹은 국제 정치력에 의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민족이 아니라 경신례와 이를 통한 정결 상태(거룩함)를 통해 안전한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민족이었던 것이다.
민수기를 읽으면서
광야에서 형성되는 하느님 백성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메마르고 황량한 광야, 적막함과 두려움, 이방 민족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번성하고 조직되고 강화되는 민족으로 성장하도록 이끄셨다. 이 광야시기를 성경 저자들은 여러 방식으로 묘사한다.
광야의 이스라엘은
1) 한곳에 지속적으로 정착하지 않고 약속의 땅으로 계속 나아가는 백성이다.
2) 외부에서 오는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기 고유성을 간직하는 시기이다.
3) 참된 하느님 백성으로 형성되어 가는 과정 중에 있는 민족이다.
하느님 자녀로서 나에게 광야 시기는 어떠한가?
- 나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분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자녀인가?
- 세속적인 온갖 것들에 안에서도, 하느님의 자녀됨을 간직하면서 살아가 고 있는가?
- 나는 참된 하느님의 자녀로 형성되어가고 성장하는 신앙 생활을 하고 있는가?
- 내 삶 안에 나를 힘들게 하는 나의 광야의 요소는 무엇이고,
내가 하느님과 사랑을 속삭이는 광야의 모습은 어떠한 것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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