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길잡이
민수기와 편집적 연관성
신명기는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요르단 건너편 모압 땅에 도착한 이후(1,1-5), 이스라엘에게 한 연설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광야의 끄트머리에서 다시 돌아보는 이야기) 이러한 지리적 설정은 이미 모압에 도착하여 약속의 땅을 바라보던 민수기의 마지막 내용과 연결되어 있다. 즉, 신명기와 민수기는 ‘모압’이라는 지정학적 요소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신명기의 마지막(34장)은 모세의 죽음과 그의 후계자로 여호수아를 임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이 나고 ,대권을 이어받은 여호수아의 이야기는 신명기 이후에 나오는 여호수아기의 주된 내용이 된다.(민수기 27장 12-23절에서도 한 번 등장했던 내용)
1. 신명기의 특징
신명기는 오경의 한 부분이자 오경을 총 정리하는 책이기에 오경의 이해를 위해 중요한다. 또한 신명기는 신명기계 역사서의 머리글(시작)에 해당하고, 신약성경에 83회나 많이 인용되는 신구약성경을 잇는 중요한 책이라 할 수 있다.
1) 결어적 기능
신명기는 ‘모세오경의 결어’ 역할을 한다. 죽음을 눈앞에 둔 모세가 모압에서 일종의 ‘유언’처럼 전달한 세 가지 설교로 되어 있더. 즉 모세가 이집트 탈출 이후 40년간의 여정을 돌아보면서 한 세대(이집트 탈출 1세대)의 삶을 총정리 하고, 광야에서 태어난 2세대들에게, 이제 곧 들어가서 살게 될 약속의 땅에서 취해야 할 태도를 이제 약속의 땅에 들어가 생활하게 될 이스라엘 회중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기는 것 내용으로 되어 있다.
2) 설교체 법규
오경의 법 모음들이 ‘하느님의 말씀’이라면, 신명기의 저자는 민족을 향한 ‘하느님이 말씀’을 ‘모세의 연설’을 통해 전달한다. 이집트 탈출 이후의 역사회고를 기본 틀로 하여 지금까지의 이스라엘 전승과 신학들(성조들, 계약, 광야 생활, 법적 전례 규정들)을 함축적으로 조화시켜 설교체로서 재구성한 것이 신명기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신명기는 ‘설교체로 전달된 법조문’ 혹은 ‘하느님이 주신 계명에 대한 설교’ 또는 ‘법에 관한 설교 모음집’로 보았다.
2. 명칭
히브리 성경에서 신명기는 ‘엘레 하 드바림’(םירבדה הלא), 이것들은 말씀들이다. 말씀들은 다음과 같다) 이라는 제목으로 불린다. 여기에서 ‘말씀들’이라는 표현은 신명기의 ‘연설적 특징’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 요르단 강 동쪽 아라바 광야에서 모세가 모든 이스라엘인에게 선포한 말씀, 가르치고 타이르는 훈계의 말씀을 잘 반영함)
칠십인역은 제목을 ‘듀테로노미온’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두 번째 법(반복하는 법)’이란 의미를 가진다. 이는 신명기가 시나이 율법 다음 가는 법이라는 뜻이 아닌, 시나이 법을 다시 권고하며 설명한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즉, 시나이에서 받은 계명들(첫 번째 법: 탈출 19장-민수 10,10)을 다시금 ‘해석하는 책’이 신명기(두 번째 법)임을 이 제목은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제목은 신명기의 내용에 상당히 잘 부합하는 제목이다. 신명기를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에 제시된 율법들에 대한 부연 내지는 종합의 기능으로 본다면, ‘두 번째 법’이라는 제목은 나름대로의 의미와 설득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우리말 성경 이름도 70인역 성경의 취지를 따라, “하느님의 가르침을 되폴이 하여 쓴 책”이라는 뜻을 담은 “신명기”라 옮겼다.
3. 저자
신명기의 저자는 분명치 않고, 학자들의 의견도 다르다. 그러나 가장 최근의 학자들의 주장에 근거하며, 이 책은 “신명기 사가들”, “신명기 학파들(D)”이라 불리는 유배 중에 활동하던 신명기계 역사가들의 그룹들에 의해 씌어졌다.
이들은 북이스라엘이 멸망(7세기)하고 남 유다가 존속하고 있었던 기원전 6-5세 기에 걸쳐 멸망의 위기에 처한 유다를 하느님의 말씀에 근거하여 새롭게 세우려던 선각자들로 여겨진다. 따라서 신명기는 유다의 히즈키야 임금(기원전 715-686년경)부터 바빌론 유배시기(587-538)까지 여러 차례의 편집을 거쳐 완성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명기를 모세오경의 ‘결론’으로 보지 않고, 신명기 뒤에 등장하는 신명기계 역사서(여호수아기, 판관기, 사무엘기 상. 하권, 열왕기 상. 하권)의 ‘서론’이라고 간주한다.
※ 신명기계 역사서: 이스라엘이 바빌론에서 유배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출발하여 과거와 현재를 조망함. 역사서란 성경 저자가 과거의 사건을 신앙의 눈으로 다시 보고 기술한 책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역사서를 신앙의 눈으로 다시 읽으면 이 시대를 비추는 하느님의 말씀을 깨달게 된다.
이러한 신명기가 씌어진 이유는,
멸망의 위기에 처한 유다를 하느님의 말씀에 근거하여 새롭게 세우기 위해, 이스라엘 율법의 최고의 권위자인 ‘모세의 입’을 열어 이스라엘이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광야 세대뿐 아니라 그 다음 후손들이 이러한 내용을 잘 알아서 하느님께서 마련 해 주신 땅에서 오래오래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가르침을 역설하고 하고 싶었다. 그러므로 신명기는 한 마디로 “모세의 설교집”이라 할 수 있다.
(보충학습)
1) 신명기의 편집
신명기의 편집은 다음과 같은 단계를 통해 이해 할 수 있다.
(1) 원신명기(12-26장)는 신명기의 근간이 되는 가장 오래된 모음집으로서 신명기에 제시되는 율법의 핵심 부분이다. 이 부분은 원래 북 이스라엘에서 이미 집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북 이스라엘의 멸망과 함께 남 유다에 유입되었다.
(2) 이 법전은 히즈키야의 개혁 때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이 시기에 신명기의 다른 부분들(4,41-10,5;10,10-11,32;27,1-28, 26;31,9-13.24-29)이 이 접전에 첨가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하여 형성된 부분이 요시야에 의해 발견된 본문일 것이라 여겨지며(2열왕 22,3-20), 이 법전은 아마도 요시야의 개혁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된다(2열왕 23, 4-27).
(3) 여기에 설교의 겉 부분(1-4장, 29-30장)이 유배 시기에 추가되면서 또 다른 편집 과정을 겪게 된다. 특히 1-4장은 가나안 정복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당연히 땅을 빼앗기고 유배상황에 있던 당시 유다인들의 희망과 전망을 암시적으로 담고 있는 부분이다.
(4) 마지막으로 부록(31-34장)이 첨가 되었다.
2) 원신명기
열왕기 하권 22-23장의 내용에 의하면 요시야 왕(재위 18년: 기원전 622년)에 의해 성전 보수공사가 진행되던 중 하나의 두루마리가 발견되는데, 유다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을 꿈꾸고 있던 그에게 이 두루마리는 일종의 시금석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두루마리의 내용이야말로 개혁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한 그는 이를 근거로 하여 유다 여러 곳에 산재해 있던 지방 성소와 산당들, 그곳에서 일하던 사제들과 전례들을 모두 철폐하고 예루살렘의 중앙 성소하나만을 합법적인 장소로 인준한다. 드 베테는 요시야가 개혁의 밑그림으로 삼은 이 두루마리가 현재 신명기의 원형이 되는 ‘원신명기(Ur- deuteronomion)’이고, 이는 현재 신명기의 12-26장에 해당되는 ‘신명기 법전’과 동일한 것임을 주장하였다.
이 책을 요시야의 개혁에 ‘근거가 되었던 문서’로 보아야하는지(드 베테의 입장), 아니면 요시야의 개혁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신학적 산물’로 보아야 하는지(노트의 입장)가 논쟁의 핵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4. 구조와 내용
신명기는 세 가지의 모세의 설교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세의 연설로 되어 있는 1-30장은 이전에 소개된 율법들을 다시금 수렴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부록 31-34장은 모세의 최후 이야기를 전해준다.
1) 모세의 첫째 설교(신명 1,1-4,43) - 역사적 회고와 권유
모세는 출애굽과 이스라엘이 지나온 출애굽과 광야 여정을 회고하며(호렙에서 모압에 이르기까지), 백성에게 호의와 사랑을 베풀어 주신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며 계약의 법에 순종하라고 호소한다.
가나안 땅을 눈앞에 둔 지점, 즉 요르단 강 건너편에 도달한 이스라엘에게 모세는 호렙(시나이)에서 시작한 광야의 대장정을 회고한다(1-3,11). 정복된 요르단 건너편의 땅은 르우벤과 가드 지파, 그리고 므나쎄 지파의 반쪽에 나누어 주었다(3, 12-22). 첫째 설교 마지막에 모세는 하느님의 법을 선표하고(4,1-14), 십계명의 전반부(하느님과의 관계에 대한)를 풀이해 주면서 이러한 규정을 따라 살면 약속의 땅에서 오래 살 수 있음을 강조한다(4, 15-31). 하느님께서 명하신 일을 충실히 따를 것을 거듭 강조하고 (4, 32-40), 도피 성읍 제도를 언급한다(4, 41-43).
2) 모세의 둘째 설교(신명 4, 44-48,69) - 계명과 법령 규정들에 대한 해석(신명기 법전: 12-26장)
- 십계명의 설교(5-11장): 신명기 5장의 십계명은 탈출 20장의 십계명과 약간 차이가 나며, 십계명 중에서도 하느님에 대한 사랑의 실천을 강조한다.
- 신명기 법전(12-26장): 신명기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져 ‘원신명기’라고 불린다. 이 법전은 계약 법전(탈출 21-12장)과 유사하나, 크게 훈화내지 설교의 형태라는 점이 다르고 개별법에 대한 해석의 차이도 다소 있다.
- 하느님과 계약 체결(27-28장): 스켐 성소에서 거행된 계약 예식 때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저주와 축복의 율법이 언급된다. 하느님께서 택하셨다고 해서 저절로 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고 협력할 때 복을 받는다.
둘째 설교는 약속의 땅에서 이스라엘이 지켜야 할 하느님의 계명과 규정들을 자세히 소개한다. 모세는 시나이 계약의 핵심 계명인 십계명을 들려준 후 (5, 6-21), 호렙에서의 신현(5, 22-23), 이집트에서의 해방(6, 12. 21-23; 7,18; 8,14; 9,7 등), 금송아지 사건(9, 7-29)등을 회고한다. 이 부분에서는 특히 ‘원신명기’라고도 불리는 신명기 법전이 소개되는데(12-26장), 이 법전 안에는 예배와 거룩한 것에 대한 규정(12, 2-16, 17), 신정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와 규범들(16, 18-18,22), 형벌에 대한 규정들(19, 1-21;21, 1-9)등이 제시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약속의 땅에 들어간 다음 제일 먼저 실천해야 할 계약 갱신에 관하여 설명하고(27, 1-26), 이모든 것을 성실히 수행할 경우 받게 될 축복과 따르지 않을 경우에 받게 될 저주를 선언한다(28장).
3) 모세의 섯째 설교(신명 29-30장) -선택(축복과 저주)- 계명을 성실히 받아들이라는 격려( 하느님이 길을 따라라)
29-30장은 모세의 마지막 설교로서, 지나간 역사를 교훈으로 삼으라는 가르침과 이스라엘의 선택을 강조하는 격려로 되어 있다.
29장:우리는 이 율법의 말씀을 실천해야 한다.
(야훼 하느님의 출애굽 구원업적을 상기시키며, 계약을 철저하게 준수하라고 강조.)
30장: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는 길이 참 삶의 길이며, 계약의 의무를 지키면 불행과 죽음이 따를 것이므로 반드시 순조오하라고 권유한다.)
4) 모세의 마지막과 죽음(신명 31-34장) -모세의 마지막 축복과 죽음
신명기와 오경의 결론으로 모세 시대와 여호수아 시대를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31-34장은 일종의 부록으로서 모세의 죽음과 후계자 여호수아를 후계자로 임명(백성의 미래 준비)(31, 2-8), 그리고 계약 갱신 예식에 대한 규정(31, 9-13), 계약의 궤에 율법서를 보존하는 방법(31, 24-29)등을 보도한다. 모세의 노래(32장) 구원을 베푸신 하느님을 찬양, 모세는 마지막 축복(12지파의 미래 축복)을 드린 후(33, 1-29) 느보 산으로 올라가 약속의 땅을 바라본다(34, 1-4). 산에서 내려온 후 모세는 여호수아에게 안수하고 죽음을 맞이하는데(120세), 그는 벳 프오르 맞은 편 골짜기에 묻히게 된다(34, 5-8).
※ 오경의 세 가지 법전?
1. 계약법전(탈출기 21-13): 시민법과 종교법
2. 성결법전(레위 17-26장): 제사법의 종류, 경신례법
3. 신명기 법전(신명 12-26장): 종교, 사회 생활 전반에 관한 법규
5. 신학적 주제들(중심사상)
신명기의 신학적 메시지는 한분이신 하느님, 하나인 백성, 하나인 전례, 축복과 저주라는 주제로 요약될 수 있다.
1) 한분이신 하느님(쉐마 이스라엘)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분이신 주님이시다.”(6,4)
이스라엘 전통 신앙 고백문인 ‘쉐마’(6,4-9)는 한분이신 하느님을 천명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유일하신 주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 이스라엘의 모든 사상을 지배한다. 그래서 주님께 대한 온전한 충실성이 강조되며 하느님이 한 분이시듯 성소도 하나요, 법도 하나요, 백성도 하나여야 한다. 주님께서 주신 율법은 절대적이어서 어떤 것도 첨가하거나 삭제할 수 없고, 그분을 섬기는 장소는 오직 예루살렘이어야 하며, 예식도 통일되어야 한다.
이것은 유일신이신 하느님께 대한 고백과 더불어, 혼합 종교적 형태에 대한 단호한 부정과 이스라엘 내부에 존재하던 여러 형태의 야훼 신관에 대한 정리를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신명기는 도처에 산재한 사이비 전통들과 신관을 단일화하게 된다.
2) 하나인 백성(선민)
“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분이시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신명 6, 4-5)
이스라엘은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백성이다. 특별히 하느님의 소유가 된 백성이다. 한분이신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이라는 하나의 백성을 선택하셨다(7, 7-8참조). 그것은 이스라엘의 외부적 조건이 좋아서가 아니라 오로지 그분의 사랑으로 인한 것이었고, 이러한 야훼의 조건 없는 선택은 조상에게 주신 그분의 선물이자 약속의 성취였다.
그래서 신명기 안에서 ‘야훼(주님)의 백성, 야훼(주님)는 우리 하느님’이라는 문구가 계약 신앙의 핵심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야훼 하느님은 당신 백성을 사랑하셨으므로 계약 관계에 놓인 선민 이스라엘은 그들의 하느님이신 야훼께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 보충
1. 셰마 이스라엘:
“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분이시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신명 6, 4-5)
히브리어 “세마 이스라엘”로 시작하는 이 대목은 “세마 기도”라고 부른다. 바빌론 유배 이후 지금까지 유다인들은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이 기도를 바쳤다. 이 셔마 기도는 수 천년 동안 모든 세계 사람과 이스라엘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도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얼마나 하느님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2. “너희 손에 표징으로 묶고 이마에 표지로 붙여라”
- 셔마 성구 두루마리를 넣은 성구갑을 이마에 매는 까닭은?:
셔마 기도문을 기억하기 위해서
- 왼팔에 성구갑을 감는 까닭은?
셔마 기도문대로 실제로 살되 마음(왼팔은 심장 가까이에 위치)으로 행하라는 뜻에서
3. “문설주와 대문에도 써 놓아라.”
이스라엘 사람들은 세마 기도문을 양피지에 손으로 써서 작은 함에 넣고 문설주에 매달았다. 이 함을 히브리어로 ‘메주자’라고 한다. 어느 유다인이든지 새로 이사를 가면 가장 먼저 현관문 오른편에 메주자를 메단다.
이 메주자는 7년에 한 번씩 바꾸는데 메주자 앞면에 쓰인 글자는 샤다이를 나타내는 약자이다. 샤다이는 ‘전능하신 주’라는 뜻이자 ‘대문의 보호자’ 라는 뜻도 있다. 유다인들이 문을 드나들 때마다 메주자를 만지며 셔마 기도를 바쳐 메주자는 반질 반질해져 있다.
3) 하나인 전례
하느님이 단일성은 백성의 단일성뿐 아니라 전례의 단일성도 동시에 요구한다. 신명기는 야훼께서 당신의 이름을 두시기 위해서 약속의 땅에 있는 한 장소를 선택하셨음을 분명히 한다(12, 14;15,20;16,2 등). 그렇게 ‘야훼께서 선택하신 곳’은 백성들이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가 될 것이며, 신명기는 이러한 표현을 통해 전례의 중앙 집중화의 신학적 근거를 분명히 제시한다.
한분이신 하느님, 하나인 백성, 하나인 전례라는 신명기의 주제는 신명기 자체 안에서도 그 흔적을 뚜렷이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이 한 분이신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합법적 장소 역시 한 곳임을 천명하며, 이러한 예배 중 가장 으뜸가는 축제는 파스카 축제임을 16장 1-8절에서 천명하고 있다.
4) 축복과 저주(인과율적 사고)
이상의 내용들을 성실히 지키면 축복을 받고, 불순종하면 저주를 받는다는 입장은 신명기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중요한 역사관이다. 즉, 바른 행위를 하면 축복을 받고 악한 행위를 하면 벌을 받는다는 인과율적 사고가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신명기뿐 아니라 신명기계 역사서 전체를 관통하는 사고이며, 더 나아가서는 이스라엘의 전통의식이라고 일컬어지는 ‘신명기적 사고’의 주류를 이루는 의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와 더불어 생각할 수 있는 주제가 ‘질투하시는 하느님(엘칸나, אנק לא)’이다(6,15). 여기서 표현된 질투 (칸나,אנק )는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개념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축복을 주시고 인간과의 계약에 성실하신 만큼, 이스라엘도 하느님께 성실할 것을 요청 하는 의미를 띤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이 크고 신실한 만큼 이스라엘 역시 당신과의 관계에 신실하기를 원하신다. 그런데 신명기는 이러한 계약이 어긋났을 때 오는 고통을 ‘질투’라는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느님을 향한 일관된 마음에 균열이 생길 때 하느님의 ‘질투’는 시작된다. (하느님의 이스라엘에 대한 질투)
그런데 신명기가 언급하는 ‘질투’는 단순히 한쪽의 불성실 때문에 초래되는 부정적 감정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것은 상대의 불성실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성실할 수밖에 없는 사랑의 일관성을 말하며, 그토록 진실하고 정직한 사랑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불공평한 사랑에 대한 고통을 담고 있다. 즉 상대의 불성실을 고발하며 손상된 자존심으로 보복을 계획하는 것이 인간들의 질투라면, 하느님이 질투는 상대의 불성실 때문에 더 성실하게 사랑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는 ‘역설적 마음’인 것이다. 이러한 역설적 사랑은‘passion'이라는 말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passion’이 복음서에 적용될 때는 ‘예수님의 수난’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 이 말은 ‘열정’과 ‘격정’으로 번역된다. 결국 예수님의 수난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열정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수난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관계의 신실함 여부에 의해 축복과 저주의 결과가 결정되는 일종의 ‘인과율적 사고’ 역시 여호수아기부터 열왕기 상.하권까지의 신명기계 역사서가 제시하는 기본 사상이기도 하다. 계약에 대한 순종은 국가적인 축복을, 불순종은 심판을 초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북 이스라엘과 남유다의 붕괴는 이 두 왕국에 대한 하느님의 ‘멸망’이 아니라 일종의 ‘심판’이었음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러한 신명기는 오경의 한 부분이자 오경을 총 정리하는 책이기에 오경의 이해를 위해 중요한다. 또한 신명기는 신명기계 역사서의 머리글(시작)에 해당하고, 신약성경에 83회나 많이 인용되는 신구약성경을 잇는 중요한 책이라 할 수 있다.
※ 모세
모세는 참을 이상적인 지도자였다. 그는 임금이 아니었으나 백성을 다스리며 억압받는 자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았고 하느님 백성의 선익을 위하여 헌신했다. 그는 군사 지도자가 아니었으나, 백성을 적에게서 보호하고 전쟁 중에 있는 자기 백성을 위해 기도드렸다. 모세는 정의를 폈다는 의미에서 판관이었으며, 백성을 위해 하느님의 뜻을 전달해 주었다는 점에서 예언자였고, 자신의 소명을 다한 뒤 홀연히 떠날 줄 아는 구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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