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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를 읽고

마리아 아나빔 2013. 5. 19. 17:06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를 읽고

 

 

                                                                                                           - 마리아 아나빔 -

 

자연의 생명력은 자신도 모르게 남을 돕는 순환적 협력과 자연이 주는 변화에 적응하려는 아름다운 진보로 드러난다. 이를 위해서 일차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자신과 남의 다름을 알고, 인정하고 그리고 자신의 최선의 길을 풍요롭게 발전시켜 가는 것이다. 생태학 연구가인 최형선 박사가 쓴 책『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는 자연의 변화 안에 살아남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오늘날 우리가 사는 현시대가 처한 많은 사회적 생태적 문제들에 대해 아름다운 가르침을 준다. 그 가르침은 무엇보다 생태계의 다양한 생존노력이 모여 공존의 기쁨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으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지혜이다. 함께 사는 지혜의 기초원리는 바로 자신과 남의 다름을 알고 인정하며 저마다 각자의 고유의 길을 찾아 함께 풍요로운 방향으로 발전해 가는 것이다. 자연의 생태계가 주는 이 점들은 아마도 현시대 각자 자신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사회풍조 속에 살아가는 인간(호모 사피엔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왜냐하면 자연 생태계와 인간 생태계는 크게 볼 때 같은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자연의 생태계는 참으로 치열하고 불평등한 곳이기에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반면 생태계는 공존하려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 안에서 현실 상황을 파악하고 묵묵히 자신의 창조성을 키워 나가는 생물들만이 살아남게 된다. 이 책은 바로 생태계 안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 살아남은 8 종류의 동물들의 이야기다. 즉 치타, 줄기러기, 낙타, 일본 원숭이, 박쥐, 캥거루, 코끼리, 고래의 이야기다.

 

아프리카 열대 사바나와 서남아시아의 온대 초원에서 사는 치타는 활동성이 강하지만 잔꾀를 부리지 않는 동물이다. 그의 독특한 달리기는 그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그는 이를 위해서 자신의 몸의 사소한 부분도 달리기에 활용한다. 이런 치타에게 배울 점은 ‘자신을 올바르게 알았다는 것’이다. 즉 치타는 그의 가장 약한 부분을 한계를 넘어 그의 특징으로 만든 것에 있다. 이러한 치타에게 우리는 자신의 약점과 부족한 점이 결코 핸디캡이 아니라 자신의 독창성과 장점이 될 수 있음을 배우게 된다. 이를 위해서 먼저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요구된다.

 

에베레스트를 넘는 줄기러기의 이야기는 참으로 아름답다. 이들 기러기는 인도의 저지대에서 겨울을 보낸 뒤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티베르 고원이 있는 번식지로 이동하는데 그 높이는 상상을 뛰어넘는 9000미터 비행이다. 이들이 이토록 낮은 고도가 아닌 높은 고도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그들의 비행전략에 있다. 이 비행전략은 혹독한 바람과 산소부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자연에 따라 진화된 적응력, 리더의 지혜의 중요성, 부모 줄기러기의 극진한 보살핌, 줄기러기 가족의 끈끈한 유대이다. 이러한 줄기러기의 지혜와 그들의 집단적 연대과 보살핌은 오늘날 현대의 가정과 사회가 배워야할 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사막으로 들어간 낙타의 이야기는 우직하면서도 신비롭다. 낙타는 사막의 극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면서 수 천년이상 인간에게 이로움을 준 동물이다. 그의 생존전략은 엉뚱하리 만큼의 반전을 가지고 있다.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살던 낙타는 무리지어 뛰노는 아메리카들소의 경쟁을 떠나 물과 먹이가 부족하고 추위와 더위가 함께 공존하는 사막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온 몸이 사막의 환경에 최적화 된다. 그는 땀 한방울도 낭비하지 않으며, 달릴줄 알지만 열량과다 소모의 방지를 위해서 달리지도 않으면서 그 안에서 수분과 체온조절을 자유자재로 한다. 우리가 낙타에게 배울 점은 험한 환경과 어려움 안에서 고통을 이겨내고 갖는 여유와 초연함 그리고 진중함이다. 이러한 점은 수덕생활에서 제시하는 가르침과도 상통한다. 또한 낙타가 갖는 이러한 특징은 인스턴적으로 행동하고 사고하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일본 원숭이는 원숭이 중에 문화를 가지고 즐기는 원숭이다. 그들이 가진 문화란 먹이를 먹을 때 씻어 먹는 관습을 다음 세대 전체에 전달하고 집단 전체에 퍼뜨렸다. 즉 암컷이 해변에 있는 고구마를 먹기 위해 바닷물에 모래를 씻으면 다른 원숭이들도 따라한다. 이들은 집단에 따른 사투리를 사용하며 연장자 우선으로 평화로운 무리를 만든다. 적자생존으로 생명을 잃게 하지 않는다. 털 고르기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며 어린 원숭이들의 공동육아로 생태 공동체를 이룬다. 즉 이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새끼들에게 있음을 알고 재 새끼뿐만 아니라 남의 새끼도 돌보고, 암컷뿐 아니라 수컷도 함께 정성을 다한다. 새끼들이 제대로 먹는지, 튼튼하지, 살면서 알아야 할 것을 배우고 있는지 등은 일본 원숭이 사회 전체의 관심사이다. 일본원숭이의 수컷은 배우 가정적이고 다양한 집단의 원숭이와 짝짓기를 하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조화로운 삶을 산다. 이러한 일본 원숭이는 우리에게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약자를 배려하고 가엽게 여기는 어진 마음 그리고 높은 감정사회의 본보기를 제시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박쥐는 포유동물로써 5천만년 동안 생존해왔다. 자연 생태계는 형성 초기를 지나면 서로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흐른다. 박쥐는 이러한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생태계 안에서 무엇보다 ‘자기다움’에 승부를 걸고 주어지는 환경에 따라 진화한다. 이러한 박쥐는 사회에서 정의는 살아남기 위해 남을 누르는 게 아니라 각자 길을 찾아 힘차게 살아가는 것이다. 가로채거나 남을 깎아내리느라 시간과 정열을 탕진하지 않았다. 갈등하는데 기력을 쏟는 대신 자기 특성을 찾아내 더욱 강화한다. 박쥐의 오랜 번성에 한 몫은 완벽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일할 때와 쉴 때를 알아서 살아간다. 비행에는 세분화된 전략을 세우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기술력을 항상 시킨다. 이러한 박쥐는 아무리 약해도 생존의지는 또 다른 길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박쥐의 적응력은 온대, 열대림, 사막, 초원, 경작, 교회뿐 아니라 도시환경에서 조차 살게 한다. 또한 자신들의 보호를 위해서 무리생활을 한다. 박쥐에게 적응력이란 기회를 포착하는 힘이자 변화할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변화는 생존을 위한 것이다. 그러기에 박쥐의 이야기는 다양한 전문가의 탄생이야기이다. 이러한 박쥐의 모습은 현대 경쟁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인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과 지혜를 제공한다. 즉 많은 무리 안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는 ‘자기다움’과 ‘자기만의 것’을 가져야 함을 일깨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아름다운 캥거루는 자기의 새끼(3세대까지)를 주머니에 넣어 키우는 이색적인 동물이다. 1세대는 다 자라서 몸집이 켜져 주머니에서 나와 혼자 돌아다니지만 이따금 주머니에 머리를 박고 젖을 먹으면 어미 곁을 못 떠나는 몸집 큰 새끼, 2세대는 주머니에서 지내면서 젖을 먹으면 자라는 새끼, 2세대는 어미의 자중에 있는 태아이다. 캥거루의 생존방법은 역시 오스트레일리아 내륙의 어려운 환경에서 비롯되었다. 즉 혹독한 환경에서 어미가 제 몸을 추스르기도 쉽지 않아 새끼를 몸속에서 일찍 떼어 키운 것에 있다. 만일 태아가 커지도록 몸속에서 기르면 어미는 먹이 섭취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에너지 소비가 많아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또한 뱃속에 넣고 다님으로써 생길 수 있는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캥거루는 스스로 환경에 따라 임신 주기를 조절한다. 즉 캥거루의 정상출산은 임신기간 35일이지만 12개월까지 늦출 수 있고 짝짓기도 바로 가능하다. 무엇보다 캥거루는 모성애가 지극한 동물로써 새끼가 온전히 성장하고 살아갈 수 있을 때 밖으로 내보낸다. 물론 자연세계 안에서 과잉보호는 경쟁력을 앗아간다. 우리는 캥거루 안에서 자식에 대한 지극한 모성애와 부성애를 배울 수 있겠다.

 

초대형 동물 가운데 하나인 코끼리는 지구상의 동물 중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동물이다. 반면 몸짓에 비해 그 몸짓과 발걸음이 사뿐하다. 이토록 몸짓이 큰 코끼리의 생존능력은 바로 이 유연성에 있다. 코끼리가 나이가 들수록 더 커지는 몸집을 으스대기 위해서라도 늘 가뿐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했다. 덩치로 다른 동물을 제압한다 한들 유연성을 잃으면 환경이 바뀔 때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지고, 자신이 가진 막강한 힘을 아무 때고 충분히 발휘 할 수 없다. 즉 코끼리는 재빠른 동물들과의 먹이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 대응력을 강화했던 것이다. 그의 예민하면서도 강력한 유연성은 환경적응력과 직결된다. 특히 무게 있는 코끼리의 집단적 생활은 생태계를 도와주는 사바나의 관리자이자 건축가이다. 즉 코끼리가 지나간 자리와 그들이 긴 코로 뽑아낸 나무 구덩이 그리고 그들이 섭취한 그들의 배설물은 사바나 식물의 에너지이고 이를 통해서 사바나의 씨앗들이 발아한다. 이러한 코끼리의 생존방식은 인간의 삶 안에도 요구되는 유연성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또한 더불어 자신의 것을 내어주며 공존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타적인 삶을 배우게 한다.

 

포유동물이면서 바다로 간 고래의 모습은 전설 같다. 즉 발굽 동물이었던 고래가 물속 생활로 환경을 바꾼 것은 작은 기회들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성공이야기이다. 발굽 동물이었기에 고래의 뼈 구조는 사람과 거의 같다. 고래는 급격한 환경이 주는 고단한 이중생활에서 바다동물로 변신한다. 만약 고래가 가능성을 포착해 활용하는 일에 게을렀거나 더 넓은 세계를 향한 꿈과 열정이 없었다면, 고래 또한 갑갑한 곳에서 복닥거리며 살아야 했을 것이다. 고래는 자신을 얽매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승부수를 걸었고 이겼다. 고래의 진화과정은 숱한 어려움을 이겨 낸 자랑스러운 승리가 깃들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희망을 갖게 된다. 또한 요즘 생태계 위기로 갖게 되는 많은 두려움들로부터 조금은 위로를 얻는 마음이다. 아름다운 미래는 함께 살아가는 세상, 타인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마음, 자신과 사회현실을 파악하고 창조 질서의 목적대로 그리고 자기다움로 만들어가 가는 것임을 알아듣게 된다. 이것은 바로 아름다운 적응력이고 진보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처한 생태적 위기를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와 도약으로 삼는다면 우리 모두가 함께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음이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