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들의 단상(1)
부르심(Vocation)
구약의 모든 부르심은 파견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파견하기 위하여 부른다. 아브라함, 모세, 아모스, 이사야, 예레미야, 에제키엘을 부르시어 한결같이 “가라!”고 명령한다. 부르심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구원계획과 당신의 백성에게 수행해야 할 특별한 사명을 위하여 당신 친히 선택한 사람에게 내리는 하나의 호출이다. 따라서 부르심의 시원에는 하느님의 선택이 있고 실현해야 하는 하느님의 뜻이 있다. 특히 예언자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하여 부르심을 받았다.
그러나 부르심은 언제나 그 사람의 가장 내밀한 의식에로 직접 향해진다. 그래서 부르심을 받은 이의 외적 삶뿐만 아니라 마음속 깊이까지 변화시켜 다른 사람이 되게 한다. 즉 부르심 받은 이의 실존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하느님의 부르심에는 하나의 응답, 즉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헌신과 전 삶을 그분께 내맡기는 자세를 요청한다.
정체성(Identity)
구약성경에서 예언자란 ‘앞일을 미리 알려 주는 사람(seer)’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말씀을 선포하는 사람(nabi)’이다. 성경의 예언자는 이 두 가지 역할을 다 수행하지만, 후자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강조한다. 또한 예언자는 하느님의 순수한 선물이며, 참된 약속의 대상으로서 자유로이 보내진 이다. 공동체 내에서 하나의 위치를 차지하지만, 그를 예언자로 세워주는 것은 소명이다. 소명은 예언자의 입을 도구로 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하기 위해서 항상 파견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예언자의 정체성은 소명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예언자들이 상호 의존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들에게 말씀을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다. 그리고 그들이 받는 은사는 계시은사로 인간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깨닫지 못한 것을 일깨워 준다. 이 은사의 목적은 다양하면서도 독특하다. 그 목적이란 구원과 사랑으로, 즉 예수 그리스도 안에 집중적으로 성취될 구원의 계획을 말한다.
사명(Mission)
예언자는 하느님의 사명을 위하여 부르심을 받은 사람이다. 따라서 그를 예언자로 세워 주는 것은 사명이다. 그 사명은 하느님에게서 영감을 받아 예언자의 말과 행위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그러기에 사명수행을 위한 예언자는 하느님의 눈으로 인간의 실존을 해석하며 그가 들려주는 메시지는 하느님의 시각에서 제시된다. 이러한 예언자의 사명은 하느님의 뜻에 사람들을 모으고 하느님과 함께 걷게 하는 삶이다.
아모스는 양을 치면서 돌무화과나무를 가꾸고 있을 때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는다. 그의 부르심의 목적은 이스라엘 백성의 충실성의 결여와 자비를 베풀지 않는 그들의 삶에 하느님의 정의를 세우고 하느님과 선을 찾도록 촉구한다. 이러한 아모스의 사명에는 하느님에 대한 공감과 인간에 대한 깊은 동정심이 있다.
하느님 사랑(Love of God)
예언자는 사명과 함께 그의 것이 아닌 말의 능력, 기질, 관심, 성격 그리고 개성도 주어진다. 그는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영감을 거역하지 않고, 때론 자신의 기질 때문에 일어나는 소용돌이에 저항하지도 않는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말씀은 예언자의 목소리로 굴절되어 울려 펴진다.
하느님 사랑의 예언자인 호세아가 몰두한 하느님은 한결같이 신실하고(emeth) 사랑하는(hesed) 하느님이다. 따라서 그의 예언은 이스라엘의 죄상을 파헤치거나 죄목을 나열하는데 있지 않고, 이스라엘을 송두리째 받아 안는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데 있다. 이 사랑은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사랑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다(1요한 4,10). 그 사랑을 외면하고는 다른 곳에서 위안과 기쁨을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회개'는 이러한 하느님을 다시 알아보기(하느님을 앎: daath elohim) 위한 유일한 길이다. 하느님을 알아본다는 것은 삶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진정한 깨달음이다. 더 나아가 하느님을 안다는 것은 하느님 사랑에 응답해서 사회에서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을 위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며 사는 것을 의미한다.
하느님의 정의와 공정(Justice & fairness of God)
예언은 하늘의 눈으로 인간 삶을 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예언자가 묻고 있는 물음들과 그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하느님, 세계, 인간에 관한 전제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한다. 즉 그들의 가르침이 품고 있는 본질과 뜻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하느님의 정의와 공정은 구원의 역사를 섭리하는 하느님의 개입과 이를 위해 회개한 당신 백성을
용서하시고 받아들이기 위 해서 마련한 그분의 법질서를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하느님께서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말하고 있는 그분의 정의와 공정은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공동체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이는 하느님을 향한 행위와 이웃을 향한 행위가 같은 것임을 말한다. 즉 우리 삶에서 이웃사랑이 병행되지 않는 경신례는 우상숭배나 다름없는 죄악(하느님의 뜰을 짓밟는 행위(1,10-27))으로 경고한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정의와 공정은 하느님의 자비를 이웃에게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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