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성령의 작용으로 말씀이 사람이 되셨고, 또 인간의 언어로 기록된 성경이 생겨난다.
성령의 “영감”
하느님의 말씀이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을 통하여 그분 안에 집약되었다. 그런데 이 육화는 성령의 힘으로 이루어졌다. 인간적은 계획에 따라서가 아니라 성령의 힘으로 사람이 되시 그리스도의 모든 삶은 성령에 의하여 인도된다.
세례 때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사랑하는 아들이심을 밝혀주신 분이 성령이시고, 예수님께서 지상생활을 마치시면서 약속하신 분이 성령이시고 부활 하신 뒤에 제자들에게 부어주신 분이 성령이시다. 그 성령께서 제자들을, 교회를 인도하시며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맡기신 사명을 수행하게 한다. 사도행전에서처럼,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2,4) 말을 하기 시작한다.
예언자들을 통해서 말씀하셨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말씀하신 하느님은, 이제 성령의 힘으로 제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시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하느님의 말씀은 교회 안에 머무르게 되고, 마침내는 그 성령께서 말씀이 기록되도록 성경 저자들을 감도하시기에 이른다.
여기서 작용하는 것이 성령의 ‘영감’이다. 영감이란 인간의 언어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이 표현되도록 하시는 성령의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인간의 언어는 껍데기고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말씀은 알맹이이다. 그리고 껍데기도 소중한 알멩이를 담고 있기에 소중하다. 인간의 언어는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도구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껍데기 속에서 알멩이를 알아보아야 한다. 인간이 말을 하고 글을 쓰지만 그 안에 하느님께서 말씀하고자 하는 것이 담기도록 작용하는 것이 성령의 영감이라는 것이다.
성령의 “진리”
성경의 저자들에게 작용하신 성령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시는 것을 표현하고자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신다. 그런데 동화책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이야기를 읽는다고 생각해 보자. “어느 날 토끼가 거북이 에게 말했다.”고 했을 때, 우리는 자연과학적으로 역사적으로 논리적으로, 토끼가 거북이에게 “말”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토기와 거북이 이야기는 분명 진리를 담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알아듣는다. 성경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연관된 것이 성경의 ‘진리’이다. 어린아이에게 윤리를 가르치기 위해 동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이 알아듣기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성경도 마찬가지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고자 하시는 것, 한 줄로 줄인다면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구원하신다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알아듣게 하시려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사람이 되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셔야 했다.
교회 안에서 성경을 읽어야한다
어떤 사람이 교회의 전통과 아무런 관계가 없이, 마치 이 세상에서 최초로 성경 말씀을 읽는 사람처럼 성경을 읽는다면 그는 그 말씀을 많이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성령이 활동하신다는 것을 믿는다면, 우리보다 앞서 2천년동안 그 말씀을 보존하고 읽어온 교회 안에서 성경을 읽어야 한다. 말씀은 외떨어져 존재한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이 기록되게 하신 성령과 함께 교회 안에서 전수되어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다 깨달아 알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도 없다. 그 큰 신비의 한 조각이라도 조금 더 알아들으려는 노력이 더욱 값있는 것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교회 안에서 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모든 사람들의 수고가 소중하다.
하느님의 말씀은 교회에 맡겨졌고 교회 안에서 전수 된다. 그 말씀을 알아들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성령께서 비추시고, 이를 통하여 그는 전승의 주체가 된다. 그 자신이, 교회 안에서 물려받은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이해를 교회에 다시 전수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 내가 성경을 펴고 읽을 때에 성령께서 나를 비추시어 그 말씀을 한 조각이나마 더 알아듣게 하신다면, 이를 통하여 교회는 주님의 말씀을 어제보다 더 많이 알아듣고 주님을 조금 더 알게 된다. 그러기에 우리 한 사란 한 사람의 역할은 소중하다.
「주님의 말씀」해설, 안소근, 경향잡지(3월), p. 7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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