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문학과 잠언서(코헬렛·욥기)

코헬렛(12,1-14): 기억 하여라. 하느님을...

마리아 아나빔 2014. 4. 5. 12:06

 

 

 

                              코헬렛(12,1-14): 기억 하여라. 창조주를...

 

 

들어가면서

 

 

기억하여라 (12:1-7)

 

해와 빛,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고

비 온 뒤 구름이 다시 몰려오기 전에 그분을 기억하여라.

그때 집을 지키는 자들은 흐느적거리고 힘센 사내들은 등이 굽는다.

맷돌 가는 여종들은 수가 줄어 손을 놓고 창문으로 내다보던 여인들은

생기를 잃는다.

길로 난 맞미닫이문은 닫히고 맷돌 소리는 줄어든다.

새들이 지저귀는 시간에 일어나지만 노랫소리는 모두 희미해진다.

오르막을 두려워하게 되고 길에서도 무서움이 앞선다.

편도나무는 꽃이 한창이고 메뚜기는 살이 오르며 참양각초는 싹을 터뜨리는데

인간은 자기의 영원한 집으로 가야만 하고 거리에는 조객들이 돌아다닌다.

은사슬이 끊어지고 금 그릇이 깨어지며 샘에서 물동이가 부서지고

우물에서 도르래가 깨어지기 전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먼지는 전에 있던 흙으로 되돌아가고 목숨은 그것을 주신 하느님께로 되돌아간다.

 

 

후문 (12:9-14)

• 편집자의 추가문

• 코헬렛에 대한 소개 (9-11):

• 편집자의 결론 :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그분의 계명을 지켜라’ (12-14)

 

 

코헬렛에 대한 다른 해석

 

디아트리베의 관점에서 이해 시도

• 행복에 관한 철학의 개요 제시 (1:3-3:22)

• 이전의 철학적 행복관과의 대화 (4:1-6:9)

• 반대자들과의 가상의 대화 (6:10-8:17)

• 제자들에게 자신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 (9:1-12:8)

 

 

TEXT 안에서

 

 

12.1-7: 늙음과 죽음

 

설교자는 1-7절에서 시적인 비유적 표현을 써서 청춘과 장년시대(11,10 참조) 뒤에 올 어둠의 나날(11,8 참조)을 상세히 기술한다. 이곳은 세계문학 가운데서도 유명한 부분이다. 라삐들은 이곳을 신체 각 부의 묘사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이 해석에는 무리한 점이 많다. 오히려 겨울에 비유되는 인생의 만년의 묘사라고 보는 편이 낫다. 이 겨울은 자연계와 달리 봄을 맞지 않고 죽음을 가져다 줄 뿐이다.

 

1절은 “젊은 날의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는 여기서 “창조주”는 존엄을 나타내는 복수형을 취한 형태로써 엘로힘(하느님)에 상응한다. 어느 학자는 히브리어를 약간 바꾸어 아내를 상징하는 “당신의 우물,” 혹은 죽음을 상징하는 “무덤”이라고 읽는 이도 있다. 여기서는 즐거움이 많은 청춘기가 있어서, 즐거움이 사라지는 노년기가 찾아오기 전에 생명의 조물주를 항상 연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런 시절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아” 는 희망을 잃고 죽은 때가 임박한 사람의 상태를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착한 생활의 보상이며, 동경하는 장수도 고뇌에 찬 것으로, 이것도 헛되다(6, 3-6조 참조)

 

2절에서 “해와 빛,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고” 는 겨울철을 가리킨다. 팔레스티나에서 겨울은 우기여서 구름이 많이 낀다. 노년기를 겨울에 비유한 것이다(2-7절). 성 예로니모는 코헬렛에 대한 주해 안에서 이 부분을 “어떠한 인간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다(PL. XX III,106)고 설명하며, 이 대목의 해석이 여러 가지 있다고 말하였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는 것은 이 대목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해석에 있어서 이곳이 글자 그대로의 뜻이 있다면 이것을 따르고, 그것으로 불충분한 경우는 비유적 해석을 시도했다. 여기서는 노년기를 빛이 지고, 하늘이 흐리고 비가 내릴 겨울에 비유하고 있다. 이것은 노년기이 되면 활력을 잃고, 기쁨도 건강도 잃고, 동작도 준해진다는 것을 가리키는 비유이다.

 

3절 “그때 집을 지키는 자들은 흐느적 거리고” 즉 노년이 되면, 체력이 쇠하고 여인도 그 힘과 아름다움을 읽고서, 사람들은 그 여인들에 대한 관심도 잃는다는 표현이다. ‘생기를 잃다’는 본디 ‘어두워지다’, ‘흐려지다’를 뜻하는 낱말이다. 노년기의 모습을 상징적 언어로써 곧 모든 활동이 줄어들다 결국 멈추는 성읍 또는 집에 빗대어 그린 것이다. “집을 지키는 자들” 은 젊어서는 자신을 방어할 수 있지만 늙어서는 후들거리는 손과 팔을, “힘센 사내들”은 다리를 “멧돌 가는 여종들”은 하나둘 빠져나가 음식 씹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치아를, 그리고 4행의 “여인들”은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두 눈을 가리킨다. 즉 늙으면 아무리 힘이 세던 수문장도 중풍을 앓는 사람처럼 떨게 되고, 아무리 강한 군인도 허리를 구부리게 된다. 노인이 되면 사회활동을 할 수 없고, 아무리 강한 군인도 허리를 구부리게 된다. 노인이 되면 사회활동을 할 수 없게 되고, 창문 을 은거하게 된다. 귀가 멀면 소리도 노래도 들리지 않게 된다.

 

4절 “길로 난 맞미닫이 문은 닫히고” 이 역시 노년기에 대한 묘사로써 “문이 닫히듯이” 노년기엔 침입자가 두려워 문을 닫는다. 다른 현상도 쇠약해가는 제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새들의 소리에”는 새들이 지저귀는 첫새벽을 가리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5절 “인간은 자기 영원한 집으로 가야만 하고 거리에는 조객들이 돌아다닌다.” 죽음에 이어지는 노쇠함의 현상을 말하고 마침내 죽는 노년기의 최후를 묘사한다. “참양각초”는 지중해 연안에서 자라는 관목으로 학명은 카파리스 스피노사로써 우리말에는 아직 확정된 명칭이 없다. 이 나무의 싹이 식욕이나 양기 촉진제로 쓰이는 것과 관련하여 ‘터뜨리다’를 ‘무효화하다’로 이해해서 “참양각초도 쓸모가 없는데”로 옮기기도 한다. 비유적으로 이해할 경우, 3행은 하얗게 꽃을 피우는 편도나무로써 백발을, 4행은 살이 쪄서 몸을 질질 끄는 메뚜기의 걸음걸이로써 늙은이의 걷는 모습을, 그리고 5행은 양기를 돋우는 노력도 허사인 노년상태를 가리킨다. 반면 사실적으로 이해할 경우, 이 구절은 인간이 죽어 마지막 길을 가는 장례식과는(6-7행) 대조적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가는 자연의 순환운동을 부각시킨다고 하겠다.

 

6절 “은사슬이 끊어지고 금 그릇이 깨어지며” “은사슬”, “금그릇”, “두레박”, “물동이”, 이 네 명사는 동사를 동반하며 죽음을 가리키기 위한 비유이다. 고대 라삐들은 6절이 말하는 것이 인체의 기고나들을 (뇌, 무릎, 이, 눈, 심장 등)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나 이 6절을 지금의 위치대로, 5절에 이어 인간의 죽음으로 황폐해진 환경을 묘사한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 경우 “금그릇”은 등으로, “은사슬”은 등을 묶는 줄로 이해한다. 등과 우물로써 일상생활의 중요한 두 영역을 예시한 것이다.

 

7절 “먼지는 전에 있던 흙으로 되돌아가고 목숨은 그것을 주신 하느님께로 되돌아간다.” 사람은 티끌로써 지은 것이므로(창세 2,7) 죽은 후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숨”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생명의 영이므로(3,19; 욥기 34,14) 죽음 후 하느님께 돌아간다. 또 부활신앙은 설교자가 잠시 후에 인정한 가르침이기 때문에, 저자가 부활신앙을 인정하였는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맺음말

 

 

8절: “허무로다, 허무” 저자는 이 책 첫 머리에 쓴 구절(1,2)을 여기서 되풀이 한다. 이 절을 7절의 계속이라고 본다면 이 책 전체의 결론이라 할 수 있으나, 8절 이하의 절에 계속되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 결론의 머리말이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이 절은 아마도 독립구로서 어느 율법학자에 의하여 삽입된 것이리라. 설교자는 사람의 비참을 생각하게 하였으나, 동시에, 이 세상이 사람에게 합당치 못한 것, 사람은 이 세상을 훨씬 초월한 목적을 지닌 위대한 존재임을 가르쳤다. 이기심을 벗어난 종교, 예배가 되는 기도,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헛됨을 아는 것, 그것은 참된 인생의 의의라고 저자는 가르쳤다.

 

 

발문(9-14절)

 

9절 “코헬렛은 현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9-14절은 이 책의 마무리이며, 셋으로 나눌 수 있다. 9-10절은 저자를 칭찬하고, 11-12절은 지혜자의 귀한 가르침을 역설하고, 13-14절에서 이 책의 도덕적 요약을 말하고 있다. 또한 마무리하는 곳은, 옛날은 설교자 자신의 말로 여겼으나, 현대는 저자 제자의 가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11절, “현인들의 말은 몰리 막대기와 같고 잠언들의 금언들은 잘 박힌 못과 같은 것” “몰이 막대기”는 소몰이에 쓰는 봉이다. 이와 같이 지혜의 말은 사람을 이끌고 격려하는 것이다(시편 23,4) “잘 박힌 못”은 동물을 가둘 울타리를 만들기 위하여 박는다. 즉 못이 집을 견고하게 하듯, 금언들이 지혜롭고 확고하게 살도록 해준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이 금언집은 생활면의 지침을 주고, 도덕을 가르치고, 지혜의 길을 걷게 하기 위한 것이다. “잠언집”은 구약성경 여기서만 나오는 이 낱말은 본래 ‘모임, 집회, 집합, 모음’을 뜻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목자가 이것을 사용하는 것은 양떼를 인도하기 위한 것이다. 목자의 막대는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고 지혜에 부합하는 행동을 유발시킨다는 뜻에서 쓰였다. 따라서 현자의 말은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 것이다. 유일한 목자로 솔로몬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모든 지혜, 그리고 현인 중의 현인인 솔로몬이 지녔던 지혜의 원천이기도 한(1열왕 3, 3-15) 하느님을 가리킨다. “목자”는 어느 학자에 따르면 이 책의 저자라고 생각되고 있는 왕이며 지혜이며, 지혜자의 보호자였던 솔로몬을 가리킨다. 그러나 다른 학자는 하느님 자신이 목자라고 한다. 하느님께서는 솔로몬을 포함한 모든 지혜자에게 당신의 영을 보내고 이 책을 쓰게 했다고 주장한다.

 

12절,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은 몸을 고달프게 한다.” 이 절은 지혜자의 현명과 삼갈 깊이를 독자에게 권고한다.

 

13절,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의 계명을 지켜라. 이 말이야말로 모든 인간에게 지당한 것이다.” 이것은 이 책의 가르침의 요약이며,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계명을 지키는 것”이 사람이 해야 할 것이라고 단정한다.

 

14절 “하느님께서 좋든 나쁘든 감추어진 온갖 것에 대하여 모든 행동을 심판하신다.” 은 하느님의 심판에 대한 말이다. 이 심판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나타난 모든 행위, 숨겨놓은 모든 것에 대해서조차 심판되는 상과벌이다. 또 이 심판의 때와 성질에 대하여는 학자 간에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 어떤 학자는 이 심판은 사후의 심판이며, 사심판 혹은 공심판이라고 말한다. 다른 학자는 단지 지상적, 현세적 심판이며, 당시 혹은 이전에 지혜문학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심판으로 여기고 있으나(시편 119; 욥기 31,14; 집회 5,3-6) 후자의 주장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나오면서

 

11,7-12, 8절은 1, 2-11과 균형을 이루는 부분으로 코헬렛이 즐거움, 젊음, 노년기에 대해 언급하면서 마감하는 시이다. 맺음말(12, 9-14)은 이 책을 읽어나갈 때 필요한 시각에 대해 설명하는데, 곧 하느님 경외와 계명, 심판에 대해서 강조한다. 그런데 이 맺음말의 내용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코헬렛이 주장해 왔던 바와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여태까지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라는 전통적 가르침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 같았던 코헬렛이 전통적 사상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락에서 코헬렛은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의 계명을 지키라” 고 말한다. 또한 하느님께서 인간의 “모든 행동을 심판 하신다”고 경고한다. 이렇듯 하느님에 대한 경외와 계명, 심판에 대한 언급을 통해서, 맺음말은 어떤 시각에서 이 책을 해석할 것인지 하나의 기준, 혹은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코헬렛은 이미 맺음말에서 언급하고 있는 전통적 신앙을 알고 있었던 참 신앙인이었으므로, 이러한 주제를 본문에서 더 부각시키지 않았거나, 코헬렛의 의도를 잘못 파악할 수도 있는 독자들을 위해 이러한 맺음말을 마련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말해, 코헬렛은 세상의 모든 일에 의문을 품고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전통적 지혜의 참된 의미를 명확하게 밝혔다는 것이다.

 

 

 

 

 

※ 참고문헌: 구약성경 주해서,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2010, pp.1841-1844.

              시서와 지혜서, 성서와 함께, 영원한 도움 성서 연구소, 1981, p.149.

              전도서 주해집(시편), 크리스찬출판사, 1986, pp. 305- 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