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길잡이

모세오경 IV

마리아 아나빔 2010. 10. 2. 09:45

 

 

                                                                                      모세오경 IV

 

 

 

I. 오경을 구성하는 두 가지 양식

 

 

   토라는 매우 방대한 작품이지만 크게 보면 두 가지의 ‘문학양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이야기’ 혹은 ‘역사’ 양식(학가다,הדנה)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법 규범’ 양식(할라카, הכלה)이다. 결국 모세오경이라는 방대한 작품은 모두 두 개의 중심축, ‘역사’와 ‘법’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1. 역사 서술 부분(학가다)

 

   모세오경에 등장하는 가장 대표적인 학가다 본문으로는 창조 설화(창세 1-2장), 홍수 설화(창세 6-9장), 이스라엘의 기원과 제도, 관습, 인명, 지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기원설화(창세 19,30-38;28, 10-22등), 이집트 탈출 이야기(탈출 1-14장)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 양식들의 대부분은 작가 미상으로 되어 있고, 당시의 문화와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형성된 것 것이며, 그 시대 사람들의 관심과 교훈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화자의 머릿속에 기억으로 보존되어 있다가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사람인 청자를 만나 구연될 때 그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모세오경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학가다 내용은 ‘원체험’,이집트 탈출사건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가장 먼저 기술하기 시작했던 이야기는, 모세오경의 두 번째 책인 탈출기에 주로 묘사되어 있는, 모세를 중심으로 이룩된 이스라엘 민족의 해방 역사였던 것이다. 모세 이전의 이스라엘은 이집트 파라오의 노예들이었고,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던 유량민들에 불과했다. 그러던 그들이 이집트탈출 사건을 통해 모세를 중심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면서 드디어 ‘민족’을 이루게 되는데, 그 공동체의 규합 원리는 야훼만을 자신들의 하느님으로 고백하고, 자신들을 야훼의 백성으로 고백하는 선민의식이었다. 이러한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시나이 계약’을 통해 공적으로 표명된다. 현재까지도 이스라엘이 모세를 그들 민족의 진정한 해방자로,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의 창시자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과 모세오경이 ‘모세’의 이름과 권위 하에 저술되었다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 근거한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은 이스라엘이 가장 먼저 주목했던 부분이 탈출기에 제시된 구원 역사라면, 왜 모세오경이 그 시작을 ‘창조 이야기’로 설정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점이다. 모세오경 중 유일하게 모세와 상관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다른 네 권의 책과 구별되는 책이 창세기이다. 이러한 특성은 창세기가 모세의 업적을 제시하기 위한 탈출기-신명기의 준비 단계로, 탈출기의 주요 골격이 형성된 것보다 후대에 편성된 책임을 암시적으로 드러내 준다.

 

   이러한 모세오경의 편집역사의 여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성경저자의 첫 관심은 모세를 통해 성취된 ‘약속’을 거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약속의 ‘성취’를 언급하기 위해서는, 하느님께서 그 약속을 처음 ‘제안’하신 때와 인물, 즉 아브라함의 일생이 언급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문서화되기 시작한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노아의 이야기를 거쳐 아담까지 연결되면서 모세오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의 주된 골격을 이루게 된다. 즉, 아브라함이 노아의 아들인 셈의 아들이라는 점은, 궁극적으로는 모세와 노아를 연결해 주고자 했던 신학적 노력의 결과이며, 노아가 아담의 후예라는 언급 역시 사실은 모세와 아담을 연결시켜 주는 궁극적 고리가 되는 것이다.

 

 

            이집트 탈출 이야기 → 아브라함 전승을 포함한 성조사 → 아담 전승으로 이어지는 원역사

 

 

   이렇게 모세오경의 학가다 부분은, ‘약속’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탈출기가 제시하는 ‘모세의 전승’과 ‘아브라함의 전승’을 연합시켜 형성되었으며, 이러한 이스라엘의 이야기는 그들 민족의 시조인 아브라함이 사실은 지상 최초의 인물이었던 ‘아담의 직계 자손임’을 강조하는 창세기 1-11장의 내용을 통해 확장된다. 결국 이러한 연결을 통해 모세오경의 저자는 모세의 의해 형성된 히브리 민족이야말로 세상의 민족들 중 가장 먼저 생겨난 민족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내용 안에서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저술된 이야기는 탈출기에 제시되어 있는 모세의 이야기였다(이집트 탈출 전승, 광야 전승, 계약 전승 등의 연합). 그런데 모세에 의해 이루어진 ‘약속의 성취’라는 주제는 ‘약속의 제안’이라는 주제와 연결되고, 이는 이미 그들의 선조들에게 주어진 것이었음을 제시하는 아브라함 전승(족장들의 이야기: 창세 12-50장)과 연합된다. 여기에 아브라함 - 노아- 아담의 계보를 연결시키는 원역사(1-11장)가 후대에 첨가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창세기의 첫 부분(1-11장)은 창세기 창세기 후반부(12-50장)보다 후대에 완성된 것임을 분명히 드러난다.

 

 

 

 

2. 법률 부분(할라카)

 

   이처럼 모세오경의 앞부분(창세기와 탈출기 전반부)이 대부분 학가다 양식으로 되어 있다면, 탈출기 후반부(20장 이후)와 레위기, 신명기에는 모세오경의 다른 한 축인 할라카(법조문) 양식이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할라카 양식은, 구약 성경 중 모세오경 외에서는 극히 단편적으로만 만날 수 있는 양식이다.

 

 

   특히 고대문명권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이슈로 부각되었던 것들 중의 하나는 정교한 법조문이었다. 메소포타미아, 바빌론, 히타이트 등의 고고학적 유산들은 그들이 얼마나 정확하고 세련된 ‘법전’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 주며, 이 정교한 법조문들은 당시 사람들이 이 부분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음을 증명해 준다. 이러한 법조문들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이미 기원전 18세기 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함무라비 법전이다. 구약 성경의 할라카 부분은 이처럼 고대 근동 안에 활발히 전개되고 있던 법조문에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II. 모세오경의 신학적 주제들

 

   오경은 ‘살아 계신 창조주 야훼 하느님의 구원 역사’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창조, 선택, 계약, 율법 등의 주제들을 전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제는 구약 성경 전반의 골자를 이루는 중심사상들이기도 하다.

 

1. 유일신관(Monotheism)

 

 

 

 

   오경이 제시하는 신관은 철저히 유일신론적 관점이다. 특별히 십계명(1-4계명)은 고대 근동 세계의 신 이해와는 전혀 다른 이해를 제시하는데 ‘한 분이신 하느님’ 사상과 신상 제작 금지는 다신론적 관점을 유지하던 고대 근동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고대 근동의 신화들이 제시하고 있듯이 고대 근동지역은 ‘신들의 홍수 시대’라고 할 정도로 수많은 신들을 섬기고 있었다. 메소포타미아에는 400여개의 신이 있었고, 이집트에서는 240여 개의 신이 존재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십계명의 제1계명은 이스라엘 신앙의 대원칙을 장엄하게 선언한다. 물론 이러한 신관은 소위 ‘쉐마’라고 일컫는 신명기 6장 4-5절에도 가장 잘 반영되어 있다.

 

 

2. 창조

 

   이렇게 ‘유일하신’ 하느님께서는 세상과 인간을 ‘보시니 좋게’ 창조하신다. 특별히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Imago Dei, 창세1, 26)을 통해 창조되는데, 이러한 창조 목적은 인간에게 축복을 주시기 위한 것으로 제시되어있다. 하느님 편에서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암시하는 제관계 신학의 산물인 것이다.

   이렇듯 창세기에 제시된 창조의 주제는 탈출기를 거치면서 또 하나의 창조를 제시한다. ‘하느님 백성의 창조’에 대한 것이다. 즉 탈출기에서 시작하여 신명기까지의 내용은 창세기의 세상 창조와 상응하는 또 다른 창조, 즉 이스라엘 민족의 형성과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중점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과 하느님 사이의 관계, 즉 ‘계약’이다.

 

 

3. 선택

 

   하느님과 이스라엘이 맺게 된 계약은 상식적으로 납득될 수 있는, 즉 계약 당사자들이 갖는 비중이 어느 정도 비례하는 그런 계약이 아니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이 되기 이전, 그저 떠돌아다니던 아람인들에 불과했고(신명 26, 5), 그들의 후손도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노예들이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들이 한 분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선택을 받는다. 이는 오로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때문에 이루어진 일방적 선택이었다. 이렇게 하느님으로부터 엄청난 무상의 혜택을 받은 이스라엘이기에 그들이 하느님께 드려야 할 성실한 자세는 필연적으로 요청되는 태도였다.

 

 

4. 계약

 

   계약은 보편적으로 쌍방이 대등한 자격을 갖추었을 때 체결된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하느님과 맺은 계약은 결코 대등한 상대가 될 수 없는, 절대 주권자와의 계약이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 측의 일방적인 사랑으로 계약을 맺는 것이다. 오경에서 제시된 주요 계약으로는, 노아와 맺으신 계약(창세 9,8-17), 아브라함과 맺으신 계약(창세 15, 18; 17,4), 이스라엘과 맺으신 시나이 계약(탈출 19장 이하; 24,7)이 있다.

 

 

5. 율법

 

   계약에는 이를 준수할 의무가 따른다. 하느님과의 계약을 준수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해 주는 도구가 ‘율법’이다. 그러므로 율법은 하느님과의 계약을 준수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필수 도구인 셈이다. 계약에 대한 이스라엘의 응답으로서의 율법준수는 동시에 하느님의 구원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기준이 된다. 이스라엘의 율법준수 여부에 따라 축복과 저주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스라엘이 받을 축복과 저주를 선택하는 장본인은 바로 이스라엘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 참고문헌: 모세오경, 김혜윤, 2005, p 23-25;p. 89-91; P.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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