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곳

인간의 자유와 책임(2)

마리아 아나빔 2011. 1. 22. 19:25

 

 

 

                                                     인간의 자유와 책임

 

 

4. 자유행위의 본성

 

         자유의 궁극적 토대가 무엇인지 철학자들은 심한 불일치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리스인들과 중세의 사상가들은 의지의 뿌리를 이성 속에 두고 있지만 후기 스콜라학자들(스코투스이후)과 거의 모든 근대 철학자들은 자유를 의지의 배타적인 기능으로 환원시키고 있다. 그러나 토마스 아퀴나스가 입증하고 있는 것처럼 자유는 이성의 딸도 의지의 딸도 아닌 양자 모두의 딸임을 알 수 있다. 즉 이성이 없이는 자유가 있을 수 없지만, 의지가 없어도 마찬가지이다. 이 두 가지는 공동 협력자로써 자유 또는 자유로운 행위는 의지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산출되지만 이것은 의지가 이미 지성을 만난 다음에 비로소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실상 자유는 의지의 활동이다. 그러나 이때의 의지는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이성의 조명과 안내를 받는 의지이다. 의지는 이성의 욕구이다. 즉, 이성의 안내를 받는 욕구이므로 만일 이성의 안내가 없다면 자유는 물론 의지도 없으며, 다만 본능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의지는 그 가치를 재보고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본 다음에 행동할 때, 비로소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이 된다. 자유로운 행위는 이중의 원인성 즉, 능동인성과 목적인성을 가지고 있는데, 목적인성(동기, 목적, 대상)은 이성에 의해 제시되고 의지에 의해 수용되지만, 능동인성은 온통 의지에 있다. 이 원인성 때문에 의지만이 홀로 자기 행위들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 왜냐하면 의지는 그 행위들을 자유롭게 산출하기 때문이다. 의지의 자유로운 원인성 덕분에 인간은 자기 행위들에 대해서 책임이 있고, 또 그 때문에 도덕적 존재자이다. 그리고 원인 자체가 자유로울 필요가 있는데 원인은 그 목적과의 관계가 자연, 자연법칙, 본능에 의해 설정되어 있지 않을 때, 그 목적 또는 목표와의 관계가 자유롭고 필연적이 아닐 때 진정 자유로운 것이다.

      자유에 관한 존재론적 사조는 지성과 의지 사이의 만남으로부터 분출되며, 자유는 인격의 존재론적 에너지 전체를 수합하고 있는 등불로서, 자기 빛을 방출하며 존재를 어떤 행위나 실재로 부른다. 인간은 자유와 더불어 자기 행위들의 제작가 되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의해서 작업하도록 규정된다. 자유는 실재의 한 원초적 원리이다. 그러므로 자유와 더불어 인간은 도구인으로서가 아니라 주요 원인으로써 조작자가 된다. 끝으로 자유는 윤리적이고 법적이기 이전에 인간학적이고 존재론적이다. 인간에게 자유가 주어진 것은 자기 자신, 즉 자기 존재를 실현하고, 자연이 그에게 시작하기만 하고 만 것을 완성시키기 위한 것이다. 즉, 자유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비록 창조주가 아닐 지라도) 제작자가 되도록 허용하고 있다.

 

 

5. 인간 자유의 한계

 

       근대인들은 인간의 자유를 절대적인 것으로까지 격상시켜 모든 가치의 원천이 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는 내부적, 외부적으로 여러 가지 한계에 둘러 싸여 있다. 이것을 신의 능력이나 섭리의 개입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것이며, 그 기원은 인간의 본성 자체 안에서 찾아야 한다. 인간의 자유는 필연적으로 제한되고 유한한 자유이다. 왜냐하면 행위를 수행하는 인간의 자유는 필연적으로 제한되고 유한하기 때문이다.

     몬딘(B. Mondin)은 인간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논거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첫째, 자유는 인간의 존재와 동일한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은 인간의 다른 속성들과 함께 근본적인 속성을 구성하는 하나의 활동에 제약되어 있기에, 예속되어 있고, 한계 속에 제약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 인간은 육체적이고 사회적이며 성(性)적인 데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셋째, 인간은 선으로 향하는데 자유롭지 못하다. 선을 향하지 않는 것은 의지와 그 존재의 자살인데 이것은 지성이 자연적으로 진리를 향하듯, 의지도 자연적으로 선을 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을 향하는 의지의 경향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강압적인 것은 아니다. 넷째, 인간은 세상, 사회, 역사에 대한 얼마간의 의존을 벗어날 수가 없다. 다섯째, 인간의 자유는 열정들에 제약되어 있다. 이것은 모든 세기에서 거론된 것으로써 열정들이 인간의 자유 수행을 어느 정도까지 제약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로써 의지에 대한 열정의 경향을 눈가림해서는 안 된다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매일같이 경험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성과 자유 덕분에 다른 생명체들로부터 무한할 정도로 거리를 취한다. 이런 자유로운 인간의 과제는 무의식의 영역을 의식의 영역의 지배하에 두는 것이다. 무의식도, 열정도 매우 중요한 심리적 자원이지만, 그것들이 필연적으로 자유로운 인간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자유는 내부적 한계 외에도, 자연과 그 재해들로부터, 사회와 그 금지, 양식, 터부로부터, 불의하고 억압적이며 전체주의적인 정권으로부터, 언론매체의 홍수로부터, 사회계급이나 인종적 차별로부터등 외부로부터 강한 제한과 제약을 받을 수 있고 또 받고 있다. 그럼으로 우리의 자유는 필연적으로 육체를 통해서, 그리고 사회, 경제, 정치, 문화적 맥락 속에서 실행된다. 따라서 내면적 자유는 외부적 자유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왜냐하면 후자가 없이는 전자도 시들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자유로운 인간은 이 커다란 삼각형(신, 이웃, 자연)의 세 변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또한 자기 자유의 수행을 위한 한계와 규칙들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6. 자유와 책임

 

        책임은 어떤 사람의 활동과 그것을 통해 그의 자아가 의문시될 때에 그 사람 자신을 드러냄을 의미하며 그러기 때문에 인격 특유의 태도이다.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인간은 오직 신 앞에서만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신만이 인간을 총체적으로 문제시 할 수 있고, 인간은 오직 신에게만 자기 자신을 총체적으로 돌려 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책임은 자기 자신과 자기 행위를 해명하도록 요구될 수 있음에 성립된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기 자신을 마음대로 처리 할 수 있는 한에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책임은 자유를 전제로 하며, 인간은 그가 자유롭게 행위하는 한에서만 책임 있게 행위할 수 있다. 그러나 책임의 본질은 자유로운 행위를 그것과 관련된 사람들의 선익을 지향한다는데 있다. 이리하여 책임의 토대는 인격의 존엄성에 맞갖은 존중이다. 구체적으로는 그것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인격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행위이다. 또한 도덕적 책임의 의미는 인과적 책임의 의미와 도덕적 성품상의 결함 또는 약점의 의미라는 두 가지 기본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첫째는 그의 그릇된 행동이 그 사태의 발생의 원인이고, 둘째, 그의 행위가 도덕적 성품상의 결함을 드러낸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인간이 단지 개인의 도덕적 행위들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이 행위들을 통해서 점차 그의 인격의 핵심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도덕적 책임과 관련되는 것은 행동의 실제적인 결과라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의도, 그의 행동이유, 그리고 의지에 나타난 그의 성품이다. 또한 도덕적 해명이나 책임에 대한 판단에 적합한 모든 반응에 공통적인 것은 도적적 평형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인데 이것이 바로 정의가 요구되는 것이 된다.

 

 

 

  결  론

 

      자유는 인간의 행위 전체를 특징짓는 기본조건일 뿐만 아니라, 절대자로부터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자신의 기본조건이다. 자유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무엇인가를 행하려는 선결조건이다. 그러므로 자유는 진리라는 기준에 따라 선을 추구하도록, 그리하여 마침내 최고선에 도달하도록 인간에게 창조주부터 주어진 귀중한 선물이다. 자기 자신의 인격의 깊이를 실현하고, 보다 아름답고 진실된 세상을 건설하라는 소명 수행을 위한 값진 도구이다. 그런데 이처럼 귀중한 자유는 선이라는 목표와 진리라는 기준을 상실할 때, 행위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인격체들에게까지 파괴적이 되고, 위협적이 된다. 그러므로 자유로운 인간은 크고 작은 처신과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책임을 모면할 수가 없다. 참된 자유는 인간 안에 새겨진 “하느님의 모상”을 나타내는 가장 분명한 표지로써 자유의 본성을 올바로 이해하고, 그 자연적 목표와 위험을 직시하며, 지켜야 할 규범과 토대를 확고히 다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는 본질적으로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고 동료 인간들을 사랑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테마가 있는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경위기의 철학(2)  (0) 2011.01.22
환경위기의 철학  (0) 2011.01.22
인간의 자유와 책임  (0) 2011.01.22
우주에서 인간의 지위(2)  (0) 2011.01.22
우주에서 인간의 지위  (0) 2011.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