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의 성읍

 

 

 

도피의 성읍

 

 

한 사람이 억울하게 피를 흘렸을 경우,

‘고엘’이 나서서 죽은 자의 원한을 대신 보복하는 것은

이스라엘 안에 관례와 법으로 인정된 풍속이었다.

 

민수기 35장 19절에서는 이처럼 억울하게 피를 흘린 이를 위해서

대신 복수하는 사람을 ‘고엘하담’,

즉 ‘피의 보복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피의 보복이 정당화되다 보니 보다 힘 있는 자들이

이러한 풍습을 악용하는 일들이 일어났고,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가 도피 성읍이다.

 

살인의 경우를 고의적 살인과 우발적 살인으로 구별하여,

우발적 살인일 경우 도피할 수 있게 준비된 곳이 도피 성읍 제도였던 것이다(민수 35, 25-27).

 

 

 

우발적으로 살인하게 된 자는

‘하느님이 지시하시는 곳’

 (성소를 가리키는 것으로, 제단의 모서리 뿔을 잡으면 그곳까지 추적하던 보복자도 그냥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으로 피할 수 있었고,

 

 반면 고의로 살인을 저지른 진짜 살인범은

 제단에서조차 붙잡혀 죽임을 당할 수 있었다(탈출 21, 14; 열왕 2, 28-31).

 

 

의도적 살인 행위의 여부는 도성의 공동체가 식별하였고,

그런 살인자는 도피성에서 쫓아내 죽였다.

도피성에서 살다가 유효 기간이 지나 자기 본고장으로 돌아온 우발적인 살인자에게는

그 도성의 공동체가 보호하고 감시하여 주었다.

 

 

 

 

 

 

- 모세오경, 생활성서,김혜윤, 2005,P.1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