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나눔

창세 34장: 디나가 폭행을 당하다

마리아 아나빔 2011. 3. 14. 08:33

 

 

 

                                 성서나눔37(창세 34장): 디나가 폭행을 당하다

 

 

 

들어가면서

 

     이 장은 세겜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두 가지 구전을 합쳐 쓴 것 같다. 곧 하나는 야곱의 집안과 하몰의 집안간의 문제이며, 디나와 세겜에 관한 것, 또 하나는 이스라엘의 후손들과 하몰의 후손들이 양가의 상호 결혼 계약에 관한 것, 최초의 구전 속에는 “그 지방 군주”와 “그의 아들”에게는 알려진 이름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가 전해지는 동안에, 그들이 속한 종족의 이름과 사건이 일어난 도성의 이름을 본따서 “하몰” 및 “세겜”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몰”은 “당나귀”란 뜻이다. 여기서는 계약을 맺을 때 당나귀를 죽이는 후르 사람의 관습을 감안 한 “계약”의 뜻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하몰의 아들”이라고 부른 세겜 사람들의 이름은, 그들의 신의 이름 “바알브릿”, 곧 “계약의 주”에 부합된다. “세겜”은 그리짐산과 에발산의 두 산기슭에 끼어 있는 것으로 “산기슭”이란 뜻을 가진 것이라 생각된다. 팔레스티나 네거리 교차점에 해당되며, 전략상의 요새이기 때문에, 고대 가나안의 “중심부”(판관기 9:37에서 그리짐산을 가리킴)로 보고 있다.

     이 잔인한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역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유다 종족은 사실상 수위권을 잡은 것이 되었으나 유다는 넷째 아들이었다. 레아의 장남 르우벤 관련되지 않은 것은, 37장 21-22절에 나타나 있는 살벌한 일을 싫어하는 그의 성격에 때문에, 시므온과 레위는 여기에서 말하는 사건 때문에 제명 되었다. 그래서 유다만이 수위권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잔인한 사막 인종의 사건이었다. 강간의 습관은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여기서 저자는 그것을 엄하게 비난하는 의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대목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부족들간의 이야기, 그리고 후대에 있었던 이스라엘과 세겜과의 관계를 반영해 주고 있다. 어쨌든 성성 본문 중에는, 시므온과 레위가 주모자이며, 하몰과 세겜이 복수를 당하는 주요인물로 되어 있다. 그리고 30장 21절과 46장 12절에 짧게 언급되는 레아에게서 난 야곱의 딸 디나가 이야기의 주요 배경 인물로 등장한다.

 

     야곱은 세겜에 정착한 후 꽤 시간이 흘렀고, 그의 아들들과 딸 디나도 이제 완전히 어른으로 성장하였다. 이때 혼기에 들어선 디나를 그 지방 군주인 히위 사람 하몰의 아들 세겜이 유괴해다가 겁탈한다. 여기서 히위 족(인류학상으로는 북쪽 및 북동쪽에서 온 후르사람)은 일반적으로 가나안 사람들과 동일시된다. 세겜은 디나를 겁탈한 후 디나에게 반하여 그녀에게 구애를 한다. 그리고 디나와 결혼하기 위해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낸다. 더구나 서로 종족이 다른 결혼이니만큼 부모의 승낙이 더욱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야곱은 딸 디나가 세겜에게 납치되어 겁탈 당했다는 소문을 전해 듣고도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양을 치는 자기 아들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고대의 대가족 사회에서 딸에 대한 책임은 아버지와 그녀의 오빠들이 함께 책임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 아들들이 돌아온 후에도 야곱은 이 사건을 정면으로 대처하지 않고 비겁하게 뒤로 물러나 수동적인 자세로 관망만하고 있다.

 

 

Text 안에서

 

창세 34, 1-31: 너희 때문에 나는 추한 인간이 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온 야곱의 아들들은 아버지에게서 자기네 누이동생 디나가 세겜에게 유괴되어 겁탈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런 줄도 모르고 세겜의 아버지 하몰이 야곱에게 청혼하러 왔다. 하몰은 자기 아들과 디나와의 결혼뿐 아니라 두 종족 사이의 결혼까지 요청한다. 이 요청 안에는 점점 부강해져 가는 야곱 집안을 자기네 집단에 흡수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하몰은 그 대가로 자기 관할 지역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정착해 살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해 주겠다고 덧붙인다. 그의 아들 세겜은 야곱과 그의 아들들에게 디나와의 결혼 대가로 신부의 몸값과 선물을 얼마든지 주겠다고 약속한다.

 

- 상당히 매력적인 이 제안을 받고 야곱은 시종 침묵으로 일관한다. 한편으로는 모처럼 얻게 될 낯선 땅에서의 정착할 수 있는 권리와 불어나게 될 재산을 염두에 두고, 다른 한편으로는 디나의 일로 손상된 가문의 명예와 체면을 생각하면서 이 두개의 가치를 놓고 야곱은 신중하게 저울질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야곱의 아들들은 누이동생을 위한 복수열에 불타 있다. 그들은 우선 세겜에게 디나를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 남편될 사람이 반드시 할례를 받아야 된다는 규정을 상기시킨다. 그 다음 통혼을 제안한 하몰에게도 그와 그의 통치 하에 있는 모든 남자들이 할례를 받기를 요청한다. 야곱 집안의 사람들 가운데 할례받지 않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디나의 오빠들은 만일 자기네의 제안을 하몰과 세겜이 거절할 경우 누이를 세겜의 집에서 빼내어 그 즉시 마을을 떠나겠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세겜은 즉시 할례를 받았다. 할례를 받는 일은 그 지방에서 가장 존경을 받는 가문의 아들에게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디나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 이 젊은이는 할례를 조금도 수치스럽게 생각지 않는다.

 

- 하몰과 세겜은 공회 장소인 성문에 나가 성 안의 모든 남자들을 모아 놓고 야곱과 그에게 딸린 사람들이 영주권을 지니게 되었음을 선포하고 그들과 인척관계를 맺기 위해 할례를 받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어본다. 하몰은 야곱 집안을 받아들였을 때의 손해와 이익을 설명한다. 그들에게 자신들의 광활한 땅의 일부를 차지하도록 해주는 대신 그들의 양떼의 재산과 모든 가축을 결국에는 자신들의 소유로 만들 수 있지 않겠는냐는 것이다. 주민들은 하몰의 말을 받아들여 성문에 모였던 남자들이 모두 할례를 받는다.

 

- 이틀 후 성 안의 남자들이 할례를 받은 후의 통증 때문에 신음하고 있을 때 시므온과 레위가 칼을 빼들고 용감하게 성 안에 들어가 남자들을 닥치는 대로 살해하고 하몰과 그의 아들 세겜도 죽인다. 그리고 세겜 집에 납치되어 있는 친 여동생 디나를 도로 데려온다. 시므온과 레위는 디나와 한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형제들이다. 레아가 야곱에게 낳아 준 오남 일녀 중의 둘째와 셋째 아들들이고 디나는 막내 여동생이다. 야곱의 다른 아들들도 시므온과 레위를 불러 그들이 저지른 짓이 자기 가문의 아전을 위협하게 되었다고 나무란다. 왜나하면, 그 지방에 사는 다른 가나안 사람들과 브리즈 사람들이 야곱 가문에 복수를 자행하기 위해 몰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브리즈 사람들은 가나안은 가나안 사람들과 동일하다. 그들은 가나안 땅의 보다 오래된 원주민들이었다. 여기서 야곱은 두 아들의 몹쓸 짓에 대하여 자기 처지만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49장에서 죽음을 앞두고 그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그러나 시므온과 레위는 오히려 아버지에게 볼멘소리로 응수한다. “그럼 그 자가 우리 귀여운 누이동생을 창녀 다루듯이 했는데도 가만히 있어야 한단 말입니까.” 시므온과 레위의 답은 당시의 정의관에 비추어 보면, 정당한 자기변명 같다. 유딧 9장 2-4절에서는 시므온의 행위는 하느님이 이스라엘의 딸의 정조를 존중한 표시로 칭찬을 받고 있다.

 

- 이 이야기는 두 가지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첫째, 야곱의 소극적이고 비겁한 태도와 그의 아들들, 그 중에서도 특히 디나의 동복 오빠인 시므온과 레위의 용감한 태도가 비교되고 있다. 야곱은 가문의 명예와 체면보다는 가문의 번영과 안전을 앞세웠고 그의 아들들은 명예를 안전보다 더 중요시했다. 둘째, 야곱은 뜻하지 않은 디나의 사건으로 인하여 모처럼 얻은 안정된 정착생활을 버리고 또다시 방랑의 길에 나서게 되었다. 순례의 하느님은 가문의 명예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어느 곳에 안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신다. 한편 지나친 폭력을 휘두른 시므온과 레위는 49장의 야곱의 유언에 보면 저주를 받게 되어 있다.

 

 

 

 

 

 

 

※ 참고문헌: 하느님과 함께 걸으며(창세기 해설서),정태현, 생활성서사, 1990, p.206-210.

                창세기,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5, p.142-145.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기념 구약성서 주해집, 페데리코 바르바로, 크리스찬

                출판사,1986, p.333-336.

                성서의 길을 따른 여정, 생활성서사, 1987, P.7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