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32(31): 고백하는 죄인의 기쁨
들어가면서
시편 32는 죄의 용서를 받은 죄인의 기쁨의 말로 시작된다(1-2). 그것을 잇는 절에서 자신이 체험을 말한다. 죄를 짓고 나서 쓰라린 고통을 받았고 자신에게 덮쳐누르는 하느님의 손에 흔들렸다. 그래서 죄를 고백할 결심을 했고 주님께 용서 받았다. 따라서 이 시편은 감사 시편의 하나이다.
이 경험은 불행 혹은 벌이 넘치는 큰물과 같은 힘으로 밀어 흐르게 할 때에 기도를 하면서 하느님께 구해야 한다는 것을 모든 신자에게 권고한다(3-7). 죄의 무서운 경험을 한 사람에게 작가는 이렇게 타이른다. “부디 철없는 말이나 노새처럼 되지 말아라.”(9) 곧 하느님께 대하여 온순해져야 한다. 불경스러운 사람은 많은 괴로움을 당한다. 그와는 달리 하느님을 신뢰하는 사람은 자비에 둘러싸인다.
끝으로 작가는 마음이 바른 사람에게 자신과 함께 주님 안에서 기뻐하고 즐기자고 권고한다(10-11).
Text 안에서
- 제가 입 밖에 내지 않으렸더니 나날이 신음 속에 저의 뼈들이 말라 들었나이다(3절): 이는 진실하게 고백하는 사람, 또는 위선을 벗어던진 사람을 의미하고 있다.
-낮이고 밤이고 제 위에 당신 손이 무거웠기 때문이니이다. 저의 기운은 여름날 한더위에 다 빠져버렸나이다.(4절): 죄에 대한 양심이 세어지면서, 저는 고통 속에 다시 돌아왔나이다.(=빠졌나이다)= 제 괴로움이 가슴으로 돌아와, 저를 파멸시킬 지경이었나이다(폐쉬타)= 제 수확이 계속해서 타오르는 동안, 저는 제 비참함으로 돌아왔나이다.(예로니모)
-당신께서는 저의 피신처, 곤경으로부터 저를 보호하시고 구원의 환호로 저를 에워싸시나이다(7절): “저의 환호시여(하느님), 저를 둘러싼 자들에게서 저를 구하소서.”(칠십인역) / “저의 찬미시여(=하느님), 저를 구원하시며 에워싸소서”(예로니모)
- 고난이 물결처럼 밀어 닥쳐도 그에게는 미치지 못하리다(6절): 팔레스티나에서는 10월 말부터 11월 초순까지 비가 내린다. “물결”은 번영의 시기가 끝나고 하느님의 벌을 받을 때가 온 것을 표현한다.
- 악인들에게는 고통도 많겠으나 야훼를 믿는 자는 한결같은 사랑 속에 싸이리라(10절): 하느님을 등지고 사는 사람은 큰 고통을 껶겠지만, 하느님을 믿고 따라 사는 사람은 극진한 사랑을 받는다.
1. 성 바오로는 시편 32를 우리의 공덕 없이 우리를 구하시는 자비의 선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다윗도 선행과는 관계없이 하느님께로부터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은 사람의 행복을 이렇게 읊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잘못을 용서해주시고, 죄를 덮어 두신 사람들은 행복하다. 주께서 죄 없다고 인정해 주는 사람도 행복하다.”(로마, 4,6-8).
그리고 다음과 같이 이에 덧붙인다. “이렇게 우리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가졌으므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과의 평화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지금의 이 은총을 누리게 되었고, 또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할 희망을 안고 기뻐하고 있습니다.”(로마 5, 1-2).
“우리는 죄 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때가 이르러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죽으셨습니다. 옳은 사람을 위해서 죽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속은 착한 사람을 위해서는 죽겠다고 나설 사람이 더러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죄 많은 인간을 위해서 죽으셨습니다. 이리하여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확실히 보여 주셨습니다”(로마 5,6-8). 곧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죄의 책임을 지시고, 아버지께서 고백하고(5) 높은 값으로 그것을 기워갚으셨다(3-4). 이리하여 우리는 그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화해를 얻었던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죽음으로써 당신의 죄를 용서하기 시작하셨으나 후에 자기의 교회에 용서할 권리를 주셨다(요한 20, 23). 교회는 이 권한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와 고백성사에서 실천한다. 이 시편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쓰라린 마음으로 죄를 고백하고 하느님 앞에 자기를 낮추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얻으신 은총의 샘에 목욕해야 함을 가르친다.
죄 때문에 덮쳐드는 환난도, 구원과 속죄의 은혜가 될 수 있다(3-4). 과연 성 바오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낳고 그러한 끈기는 희망을 낳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희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속에 하느님의 사랑을 부어 주셨기 때문입니다(로마 5, 3-5). 그래서 이 시편은, 죄를 지우실 수 있는 이는 하느님뿐이지만 그 용서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도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그러나 “죄가 많은 곳에는 은총도 풍성하게 내렸습니다.”(로마 5, 20). 그럴지라도 “‘은총을 풍성히 받기 위하여 계속해서 죄를 짓자’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절대로 그럴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미 죽어서 죄의 권세에서 벗어난 이상 어떻게 그대로 죄를 지으며 살 수 있겠습니다까? (로마 6, 1-2). 시편은 말한다. ”악인들에게는 고통도 많겠으나, 야훼를 믿는 자는 한결같은 사랑 속에 싸이리라“(10). 주님께서는 당신께 신뢰하는 교회를 사랑으로 둘러싸시고, 그리고 죄에 대한 용서를 얻고 하느님의 은총 안에 사는 사람에게 끝없는 기쁨을 준비해 주셨다.
2. 이 시편은 세례 받은 후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영적 약으로서 교회가 권하는 보속의 일곱가지 기도의 하나이다.
이 시편의 기도에는 탕자가 걸었던 영적 도정이 기록되어 있다. 그는 반성하며 말한다. “나는 여기서 굶어 죽게 되었구나! 어서 아버지께 돌아 가,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하고 사정해 보리라”(루가 15, 17-19).
이 시편은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드리는 죄의 고백은 마음의 참다운 해방이며, 사람의 정신의 병을 위한 구원의 약이라고 가르친다. 고백하는 사람은 자신을 눌러 찌그러뜨리는 무거운 짐을 하느님의 손에 내려놓고, 그리하여 가벼워지고 마음의 기쁨과 평화를 다시 찾는다. 성 요한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우리의 죄를 하느님께 고백하면 진실하시고 의로우신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의 모든 불의를 깨끗이 씻어주실 것입니다”(1요한 1, 9).
그래서 죄에 짓눌리고 있는 사람은 이 시의 말씀을 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의 마음에는 주님의 길이 다시 열리고, 죄 때문에 겪은 슬픔과 환멸 뒤에는 다시 용서의 기쁨을 맛볼 수 있으리라. 우리 마음을 살피시고 멀리 떨어져 계시어도 우리를 늘 사랑하시는 분의 말씀을 전심 묵상하자.
“ 악인들에게는 고통도 많겠으나, 주님을 믿는 자는 한결같은 사랑 속에 싸이리라.”
※ 참고문헌: 당신말씀 나의 등불, 임승필, 성바오로출판사, P.155-167.
시편,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P.92-94.
시편,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기념, 크리스찬 출판사, P.23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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