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나눔

시편 111편: 주님이 하신 일들(하느님의 업적을 찬양하는 노래)

마리아 아나빔 2012. 10. 21. 15:59

 

 

 

 

 

                      시편 111편: 주님이 하신 일들(하느님의 업적을 찬양하는 노래)

 

들어가면서

 

집회 때에 주님을 찬양하고 기린다는 의도에서, 작가는 이 시편에,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해 주신 일에 관하여, 온간 단상을 모았다. 그의 생각은 소박하게 나타나고, 교훈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것 때문에 이 시편의 편집한 때를 유배 후의 시기에 두는 경향이 있다.

 

“주님께서 하신 일들 크기도 하시어”(2) 거기에는 그분의 엄위와 존귀 그분의 의로움이 나타나 있다(3). 하느님께서는 연간의 큰 축일을 설정하시고, 그리고 구전으로 쓰인 성전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성경이지만 주님이 하신 일을 통하여 그 하신 일을 기념(4)을 당신백성에게 남겨주셨다. 시편작가는 하느님께서 하신 일 중 가장 중요한것으로서, 사막에서 주신 만나의 선물(5)과 가나안 땅의 점령, 법과 진리에 확고히 선 율법(7-8), 이스라엘과의 계약에 대한 하느님의 성실, 또 그분의 성성과 세력을 나타내시는, 노예로부터의 해방을 특히 기록한다.

 

이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일을 묵상하고, 작가는 “지혜의 근원이 주님을 경외함”이라고 마무리 짓는다.

 

교부들의 전통은 이 시편을, 그리스도의 감사의 기도로서, 때로는 또한 그리스도를 찬양하며 그분께서 하신 일과 하느님께서 하신 일을 찬양하는 교회의 기도로 간주한다. 시편에 언급되어 있는 “올곧은 이들의 모임에서”라는 것은 교부들에게는 몹시 구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곧 교회이며 그리스도의 이름 아래 세계의 사방에서 모여든, 하느님의 은혜를 받는 거룩한 백성이다. 하느님께서는 속량해 주셨기에 백성은 그리스도인의 백성이며, 그리고 신약은 영원히 결정적으로 마련된 계약이다(9).

 

전례는 교부들의 해석을 응용하고 완성하여 이 시편에 그리스도교적 입깁을 준다. 그래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성체의 저녁 기도 때에 이 시편에 근거를 두고서, 하느님께서 “그 놀라운 일들을 기념토록 남기셨으니, 당신을 경외하는 자에게 먹을 것을 주신다”(4-5)로 노래한다.

 

주님께서는 성체로 말미암아 당신 하신 일을 남기신 기념은, 당신의 현존이시며, 또 우리가 같은 일에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주님께서 하신 일은 영원히 남는다. 왜냐하면 거룩한 역사와 인류의 역사에 개입하여 하느님께서 하신 일과, 우리 모두를 당신께 요약하시는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와 함께 남으시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만찬에서 주신 빵을 먹고 축복의 잔을 마실 때, 그리스도께서 또 우리가 있는 곳에 오시기까지, 주님의 죽음을 지금의 현실로서 기념하는 것이다(2코린 11,26).

 

참으로 몸의 제물을 실제로 속량의 하나하나의 위대한 사건을 포함하고 그것에 신자를 참여케 한다. 이것을 회상시키는 것처럼, 교회는 일요일과 연간의 큰 축일의 저녁기도에 이 시편을 노래하고 있다. 주님의 날에 시편 111편 안에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을 새겨 넣는다. 우리는 또 개인으로서는 이 시편에 근거를 두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즉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생활에 많은 자비를 베푸시고, 영적 또는 지상적인 많은 은혜를 주신다. 우리는 이와 같은 보배를 빚어 만든 질그릇 안에 가지고 있으나, 이것은 주의를 깊이 기울여 계속 지니고 마음속에 묵상하고 우리에게 해 주신 그분의 일 때문에 하느님께 감사하고 찬미를 해야 한다.

 

Text 안에서

 

시편 111편은 ‘찬양시편’ 모음집인 111-118편 중 첫 번째로 등장하고, 이들 중 ‘할렐루야’라는 표제를 갖고 있는 111-113편에서도 가장 처음 등장한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112편과 함께 ‘알파벳 시편’으로 제작되어 있다는 점인데, 알파벳 시편이란 각 절의 첫 글자를 히브리어 알파벳의 순서에 따라 진행시키는 노래를 말한다. 알파벳의 첫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를 모두 다루고 있어서 하느님 말씀의 ‘전체성’과 ‘완전성’을 드러내 준다. 이 시편은 유배 이후 어느 특정 전례 때 부를 노래로 제작되었다고 보는데, 일반적으로 알파벳 시편은 유배 혹은 유배 이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111편은 하느님이 역사의 주도권을 가지고 계신다는 점에서, 그리고 당신 백성을 지속적으로 돌보시고 염려하신다는 점에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절대자이시며 왕이심을 고백하고 이를 강조한다. 즉 이 시편의 주제는 이스라엘에게 베푸신 하느님의 업적을 기억하고 그분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 때문에 성체 성혈 대축일, 그리스도왕 대축일, 연중 3주간 주일 저녁기도 등에 바쳐지고 있다.

 

시편 111편 전체는 매우 체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1-8절까지는 한 절에 두 개의 알파벳 자음이 설정되어 노래를 진행시키고, 9-10절에서는 세 개의 알파벳이 사용된다. 1절의 ‘찬양하라’와 10절의 ‘그분에 대한 찬양’이 수미 상관적 구조를 이루고 있어서 시편 전체의 구조적 완성도를 높인다. 1절은 서론적 찬양, 2-4절은 찬양의 이유(하느님의 구원 업적), 5-9절은 회고(이집트 탈출과 계약을 기억함), 10절은 하느님의 영원하심 찬양하는 구조를 가진다.

 

1절: 시편 111편은 ‘할렐루야’로 시작되는데 이러한 시작은 113편까지 이어진다. 특별히 113편의 마지막이 ‘할렐루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111-113편을 ‘할렐루야 시편 3부작’이라 칭하기도 한다. 처음 등장하는 ‘할렐루야’는 알파벳 시에서 제외되고 이후에 등장하는 “내 마음 다하여 주님을 찬송하라”(1절)부터 알파벳 시가 시작된다. 여러 학자들은 이 표현과 이후의 “올곧은 이들의 모임”, “집회”라는 표현 때문에 이 시편의 배경을 전례로 이해한다. 즉 1절에 등장하는 “내 마음 다하여... 찬송하리라.”라는 표현은 하나의 영광송이며 따라서 111편은 특별한 제의 중에 사용되었던 찬양시편이라고 보는 것이다. “내 마음 다하여”라는 표현은 이후의 노래들이 진실함과 정성을 다한 것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이러한 내용은 이 시편의 신명기적 색채를 부각시킨다(신명 6, 4-7). 물론 ‘마음’은 전통적으로 히브리인들이 인간의 중심이라고 여겼던 곳이고, 따라서 인간 전 존재를 의미한다.

 

2-4절: 111편의 본론은 2절부터 시작되는데 이 부분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하신 역사적 사건과 행적들을 다루고 있다. 이는 1절에서 언급된 찬양의 이유가 되는데, 2절의 내용에서도 1절의 신명기적 색채는 계속된다. 주님이 하시는 일의 위대함을 할 수 있는 조건은 그것들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함을 제시하기 때문이다.(“그것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두 깨우친다.”) 즉 주님의 행위와 말씀을 통해 체험되는 기쁨과 행복은 무엇보다도 그에 대한 긍정적 수용의 자세가 전제되어 있을 때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3절은 그분의 업적이 ‘의로움’이라는 특성을 가짐을 강조한다. 이 두 표현이 하나의 병행적 대구로 처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4절의 ‘기억하다’는 이 시편이 전례적 자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전례는 일반적으로 하느님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자리로 알려져 있지만 4절은 매우 중요한 신학을 새롭게 제시한다. 전례는 인간 측에서 하느님을 기억하는 자리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기억으로 인도하는 자리임이 선언되기 때문이다(“당신의 기적들을 기억하게 하셨으니...”). 여기에서 ‘기적’이란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고 그들을 당신의 백성으로 삼으시기 위하여 행하신 하느님의 놀라운 행위를 일컫는 표현임을, 그리고 ‘너그러우시고 자비하신 하느님’은 이스라엘에게 언제나 일관적으로 보여 주신 그분의 모습임을 제시한다.

 

5-9절: 전반부의 마지막에서 강조된 ‘하느님의 기억하심’은 후반부의 서두인 5절에서도 다시금 강조된다(“당신의 계약을 언제나 기억하신다”). 후반부는 하느님께서 하신 일들의 위대함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5절의 ‘양식’과 ‘계약’이 그러한데, ‘양식’은 광야에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만나와 메추라기를, 계약은 시나이에서의 계약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렇듯 5-6절은 이집트 탈출 전승과 가나안 정복 전승을 적절히 연결시키고, 이러한 하느님의 계획은 이스라엘에게 민족들의 유산을 주게 하기 위함임이 명시된다. 7-8절에는 ‘진실과 공정’이 거론되는데 이 역시 주님의 업적이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계명에 나타난 가르침을 통해 진실과 공정을 펼치시며, 따라서 그분의 모든 행위는 진실되고 바르다. 9절은 5절부터 언급된 하느님의 업적과 구원 계약에 이르는 역사를 간결하게 요약하고 있다.

 

10절: 마지막 절에서는 지혜전승이 부각된다. 주님을 경외함이 지혜의 시작임을 천명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된 하느님의 모든 구원 업적은 그 어떤 인간의 지혜보다 우월한 그분의 능력과 지혜를 반증하기 때문이다.

 

시편 111편은 하느님의 구원업적을 회고한다. 이스라엘의 역사에는 언제나 하느님의 주도적 이끄심이 있었고, 이러한 그분의 구원행위는 영원하고 진실하며 의롭다는 것을 기억하고 찬양한다. 그러므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이다. 인간의 지혜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하느님의 지혜를 능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참고문헌: 성서 주해집(시편), 크리스찬출판사, 1986, p.881-664.

                구약성서 새 번역(시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p. 273.

                시편, 그 특별한 노래, 생활성서(2112/7), pp.6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