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나눔

창세 6,1-4 : 거인족의 출현

마리아 아나빔 2010. 6. 29. 10:36

 

- 창세 6,1-4 : 거인족의 출현

 

   성서에서는 이상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기에 그 배경을 모르고서는 전혀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이 이야기의 기원은 고대 근동 지방의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신과 인간의 결합이 초능력적인 힘과 지혜를 가진 영웅이나 거인들을 탄생시킨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마치 신의 아들 환웅이 웅녀를 취하여 고조선의 건국자를 낳았다는 우리나라의 단순신화와 같은 종류라 볼 수 있다.

이 이야기에 대하여 성서학자들 사이에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이것은 그 만큼 이 이야기의 기원과 그 진의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하느님의 아들들’이 도대체 누구를 가리키느냐는 것이다.

- 사해 연안의 동굴에서 살면서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며 수도 생활을 하던 유다교의 꿈란 공동체의 문헌에는 이들을 천사들로 해석한다.

- 구약성서에서 하느님의 백성을 그분의 아들들로 묘사하는 대목도 더러 있다.

ex) 신명 14,1; 이사1, 2; 호세1,10; 마태 2,1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서에서 하느님의 아들들은 천사들로 되어 있다.

ex) 욥기 1,6;2,1; 38,7; 다니엘 3,25

- 신약성서에서는 타락한 천사들에 대한 언급들을 볼 수 있다.

ex) 유다서 6-7; 2베드 2, 4-6

“천사들도 자기 자리를 지키지 않고 자기가 사는 곳을 버렸을 때에 하느님께서 그들을 영원한 사슬로 묶어서 그 큰 심판의 날까지 암흑 속에 가두어 두셨습니다.”

복음서들에 보면 악령들이 사람 몸에 기어들어가려고 야단인데 이것도 타락한 천사들의 성적인 체험에 대한 욕망과 연결시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하느님의 아들들을 천사들로 해석했다 해서 이 신화적 이야기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을 쉽게 얻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떻게 겉보기에 성서와도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런 종류의 신화가 유다인들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모세오경 안에 들어 올 수 있게 되었는가도 커다란 의문이다.

 

 

이 신화적 이야기의 본 의미와 이야기 형성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고찰해 보자.

 

1. 창세기 저자는 당시 팔레스티나 지방에 유행하던 우가릿 신화와 접촉했을 것이다. 거기엔 셈 족의 신 ‘엘’ 이 두 여자를 유혹하여 두 명의 신통력을 가진 남자를 탄생시켰다고 되어 있다.

 

2. 창세기의 저자는 이 신화를 이용하여 기원전 2천년경 팔레스티나에 나타났던 ‘땅 속으로 내려간 사람들’ 이라는 뜻의 느빌림 거인족의 정체를 밝히고자 했을 것이다. 이들은 원래 키가 크고 몹시 거친 유목민들로 보인다.

- 민수기 13장 33절에 의하면 그들은 모세가 보낸 정탐꾼들에게 발견된 아나킴 족이외의 다른 거인족들로서 가나안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 에제기엘서 32장 12절-27절에서는 느빌림의 말뜻 그대로 죽음의 세계에 내려가 있는 사람들로 취급되고 있다.

- 고대 로마신화나 그리스 신화에서 보면 고대인들 가운데 거인들이 있었다는 기록과 영웅 시대에 불사불멸하는 신들이 그렇지 못한 인간들과 결혼한다는 기록이 흔하게 나온다.

창세기 저자에게도 이런 신화적 요소들이 알려졌을 것이고 이 요소들은 당시에는 이미 사라졌지만 자기네 선조들 시대에 살았다고 전해져 오는 거인족들의 기원을 설명하는데 충분한 동기를 부여해 주었을 것이다.

 

3. 창세기 저자가 우가릿 신화를 바탕으로 거인족들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운데 윤리적인 가르침이 첨부된다. 우선 창세기 저자는 풍산신을 섬기는 가나안의 우상숭배를 멀리하도록 촉구한다. 풍산신들의 신전에는 여신처럼 떠받들여지는 창녀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과 성행위를 하면 그들의 신적능역을 부여받아 그 해의 곡식의 소출과 가축이 풍요롭게 된다는 믿음이 널리 유행하여서 제사를 바치는 사제들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까지도 공공연하게 신전의 창녀들과 어울렸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이 미신에 빠져 율법의 금지와 예언자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가나안의 신전창녀들과 놀아났다. 특히 이 기록의 저자가 살던 솔로몬 왕 시대엔 이런 풍조가 그가 정략적인 목적에서 끌어들인 이방인 출신의 부인들 덕분에 궁중에까지 침투되었다.

창세기 저자는 런 풍조를 배척할 목적으로 원래는 윤리적인 의미가 전혀 없는 단순한 우가릿 신화에 윤리성을 부여한 것 같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하느님의 아들들은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된 이스라엘 사람들을 가리키고 사람들의 딸들은 풍산신 신전의 창녀들로 비유된다. 이 두 부류가 부정하게 아울리는 것을 보고 하느님은 즉시 현장에서 처벌하신다. 이스라엘인들은 서로 급이 다른 종류의 존재들이 어울리는 걸 엄격하게 규제했다. 그래서 동물들과의 교접은 하느님께서 역겨워하시는 큰 죄악으로 여겼고 이방인들과의 교제도 엄격히 규정했던 것이다.

하느님이 내리신 처벌은 인간의 생물학적인 수명을 120세로 단축시키는 것이었다. 우리가 볼 때 120세이면 장수하는 것이지만 창세기 5장에 나오는 홍수 이전 족장들의 족보를 보면 에녹만 365세의 짧은 나이로 살았지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900세를 웃도는 나이까지 장수 하였다. 이에 비하면 120세는 단명이다. 물론 이처럼 터무니없이 많은 나이들은 이 족보를 작성한 사제들의 신학적 의도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그들은 인류의 역사를 아득한 옛날로 돌리기 위하여 역사 이전에 살던 사람들의 수명을 일부러 잡아들였다.

이 세 가지 단계를 통하여 이 이야기를 편집한 창세기 저자는 풍산신 신전의 창녀들과 놀아나며 생명과 출산을 임으로 늘이려고 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단죄한다. 무릇 생명을 많게 하고 장수하게 하는 권리는 하느님께만 속해 있는데 우상숭배자들은 가축 출산과 곡식의 소출을 증대시키려고 창녀와 몸을 섞음으로써 마치 그들이 그 권리를 소유한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이에 대한 벌은 역으로 그들의 생명을 제한시키는 것으로 드러난다.

 

- 창세기 저자는 우가릿 신화에 따온 이 이상한 이야기를 왜 카인의 이야기와 노아 홍수 이야기 사이에 끼워 놓았을까?

  

   그건 인류의 범죄가 한 남녀의 차원에서 이웃 형제의 차원, 어떤 특정 집단의 차원, 온 인류의 차원으로 점차 확산되어 간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곧 이 설화의 저자는 아담과 하와의 불순종, 카인의 동생 살해, 풍산신 숭배와 관련된 이스라엘인들의 성적 타락, 마침내 노아 시대에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으로 죄악의 세력이 확산되어 간다는 사실을 드러내고자 함이다.

이런 식으로 확산되어 가는 인간의 범죄들에 대하여 하느님은 민감하게 반응하시며 그 때마다 즉각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악의 세력은 인류 전체에게 죽음을 불러들이기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세상에 만연되어 간다. 하느님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창세기의 저자는 하느님이 홍수를 통하여 인류를 멸망시키기로 결정하실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실례를 통해 증언하고 있다.

 

- 또 다른 견해 -

 

극단적인 오만

  

   성서 저자는 인류가 천상의 존재들과 결혼한다는 불가사의한 짤막한 이야기를 통하여 인류의 사악성을 최종적으로 진술한다.

수많은 이교 민족들의 신화적인 역사들을 보면 자기 조상들과 신들과의 성적 결합이 자랑스럽게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야훼계 저자는 이러 사건을 죄가 마지막 단계까지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피조물의 본질을 궁극적으로 거부하는 행위인 것이다. 신처럼 되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을 선하게 만드신 창조주께 대한 무서운 모독이 된다. 이렇게 피조물의 본질에 만족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하느님으로 하여금 해결을 위해 비상수단을 강구하지 않으실 수 없도록 만든다. 본질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자기 창조주를 사랑하기를 거부한다면 모든 피조물들이 다 무의미하게 되고 만 다. 이리하여 대홍수가 일어나게 될 무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 참고문헌: 하느님과 함께 걸으며(창세기 해설서), 정태현, 생활성서사, 1990, P.43-45.

           성서의 길을 따른 여정, 생활성서사, 1987, P.42-43.